한약재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정책 과제(4·끝) - 정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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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재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정책 과제(4·끝) - 정연만
  • 승인 2006.01.06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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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한약재는 제조업소를 통해서만 유통되어야


■ 국산한약재는 식품인가? 의약품인가?

국내에서 생산되는 한약재는 체계적인 유통경로가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유통되고 있다. 생산된 한약재는 농협이나 산지 수집상에 의해 매입되었다가 소비자 위탁상, 도매시장, 생약공판장, 농협공판장, 한약도매상, 한약제조업소 등을 거쳐 한방의료기관, 약국, 일반 소비자에게 공급되고 있다.

산지에서 생산되지만 유통경로가 명확하지 않다보니 신뢰를 확보하기 힘들다. 원래 한약재가 식품인지 의약품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특히 국산 한약재는 명확하지 않다. 식물성 한약재는 재배 단계에서 의약품이 아니라 약용(특용) 작물의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농림부의 소관 사항이다. 의료 목적으로 약업사나 제조업소에서 취급할 때부터 의약품으로 취급된다.

■ 검사의무가 없는 국산한약재

농민의 자가 규격을 허용하는 한약재 관리규정의 부칙조항으로 인해 국산한약재는 잔류농약이나 중금속 등 각종 검사를 받지 않고도 규격한약재로 유통이 가능하다. 이점을 이용해 대부분의 제조업소들은 국산 한약재는 ‘약업사 명의’로 취급하지 자신의 명의로 취급하지는 않는다.

수입한약재는 통관 과정에서 검사 절차를 거치지만 국산한약재는 정밀, 위해물질, 관능검사 등 한약재 안전성에 관한 어떠한 검사도 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재래시장에서 노점상이 파는 황기나 규격품으로 포장된 황기나 차별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명확한 구별이 없기 때문에 한약재가 신뢰를 잃어버리고 있다. 따라서 안전하지 못한 국산 한약재가 유통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수확 후 세척이라는 가장 단순한 작업도 거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가공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불필요하게 삶거나 높은 온도에서 건조시키거나 연탄건조를 한다든지 하여 한약재의 품질을 저하시키고 안전하지 못한 한약재를 생산하고 있다. 즉, 국산한약재에 대한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 도소매업소의 단순가공 포장 금지해야

국산한약재에 대한 관리를 어떻게 체계화할 것인가는 참으로 복잡하고 민감한 사안이다. 국산한약재의 육성과 유통체계의 제도화가 당연하다고 하더라도 건강식품 시장의 유지 발전, WTO의 DDA와 같은 수출입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사안의 중심에는 안전성이 있다. 안전하지 못하다면 육성책도 소용없다. 국산한약재를 육성하면서 안전한 한약재를 유통시킬 수 있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이 무엇일까?

우선 도소매업소가 단순가공 포장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규격품인 국산한약재는 도소매업소나 소비자에게 직접 유통하지 않고 제조업소를 통해 검사하도록 한 후에 유통되도록 관련 법규를 정비해야 한다.
단순가공 포장은 당연히 제조의 과정에 포함된다. 현재는 세척과 절단을 단순 가공이라고 해서 도·소매업소에서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안전하지 못하고 품질에 문제가 있는 한약재를 유통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모든 한약재는 제조업소를 통해 유통되어야 한다. 그래야 의약품과 식품의 경계를 명확히 할 수 있으며 제조물로서의 한약재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릴 수 있게 될 것이다.

■ 수입한약재와 같은 검사 규정 필요

또한 수입한약재와 마찬가지로 국산 한약재도 정밀, 위해 검사 규정을 마련하여야 한다. 현행 한약재 유통에 관련된 법규는 복지부 고시인 ‘한약재 수급 및 유통관리 규정’과 식약청 고시인 ‘수입의약품 등 관리규정’이 있다.

국산과 수입 한약재에 대한 관리가 이원화되어 있다 보니 한약재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가 없다. 두 법안을 통합하여 종합적으로 한약재를 관리할 새로운 법안이 필요하다.
현재 수입한약재가 규격품으로 유통되기 전에 검사기관에서 필요한 검사를 받듯이 국산한약재도 사전 검사를 거쳐 규격품으로 유통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검사기관을 지정해야 하고 검사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수입한약재를 검사하는 기관에서 검사할 수 있으나 더블어 한약재 재배 상황에 맞게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국산한약재 유통체계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한약재를 재배하는 많은 농민들은 깊은 시름에 잠겨있다. 중국산 한약재와는 가격이 맞지 않으며 국산과 수입산이 서로 뒤섞여 유통되는 것도 막을 길이 없다. 농민들이 안전하고 품질 좋은 한약재를 생산하고 싶어도 그것을 소비해줄 곳이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산한약재는 점차 국내 생산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안전하고 품질 좋은 국산한약재를 반드시 유통, 소비하도록 강제하는 법적 제도적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산한약재 생산과 관련해서도 많은 예산이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유통을 개선할 수 있는 시설 지원(지역별로 저장고 설치, 정부 산하 기관에서 검사시설을 설치하도록 자금을 지원) 이 뒤따라야 한다.

■ 제조업소에 대한 정책적, 재정적 지원 필요

수입한약재는 통관 시에 검사하고 있으나 실효성이 없고 국산한약재는 검사의무가 없는 현실에서 그나마 안전한 한약재를 유통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소를 통한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한약재 품질에 대해서 제조업소에 ‘제조 책임’을 명문화해 불량한 한약재를 유통시킬 경우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몇몇 제조업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시설과 인력부족 등으로 품질검사를 직접 하지 않고 거의 위탁하거나 또는 전혀 하지 않는다.
이는 한약재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기본적인 인프라가 현재 존재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뚜렷한 해결책도 없을뿐더러 제도 개선 방안이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게 된다. 국가기관이나 민관합동기관에서 법규를 통해 안전성 품질검사 업무를 관장하는 것이 신뢰성과 지속성을 위해 가장 좋은 방안이며 이와 더불어 제조업소에 대한 정책적, 재정적 지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 국산 한약재 품질검사 의무화

현행 법적 체계 하에서 국산한약재의 품질검사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한약재수급 및 유통관리규정 제34조(규격품 유통질서확립 등을 위한 준수사항)에 ⑦항 추가하여 ‘국내에서 생산된 한약재는 식약청장·지방청장, 또는 식약청장이 지정하는 한약재 검사기관에 품질검사신청서를 제출하고 정밀검사 및 위해물질 검사기준을 통과한 후 유통하여야 한다.’라는 조항을 삽입함으로써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 한약재 유통 개선책의 조속한 실행을

정부는 얼마 전 한약재 유통개선책을 내놓았다. 그동안 논의되었던 여러 가지 사항들을 많이 반영하였는데 아주 환영할만한 일이다. 정부가 제시한 유통에 대한 개선방안 중 우선 한방의료기관 규격품 사용 의무화, 수급조절한약재 제도 폐지, 제조업소 수입 한약재 검사면제 폐지와 같은 방안들을 조속히 시행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의약품시험연구소 검사기관 지정 취소, 통관 전 품질검사 시행 등의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안전성에 관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후 제조업소에 대한 지원방안을 강구하는 것과 동시에 한약판매업소 단순가공 포장 금지, 제조업소 필수 제조 품목 확대, 국산한약재 검사 의무화, 정밀검사 품목 확대를 추진하며 동시에 국산한약재에 대한 지원방안을 강구하여 규격품 품질 등급 세분화, 한약진흥재단 설립, 한방산업단지 지정 및 조성 등을 추진한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개혁방안들이 또다시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는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함께할 것이다. <끝>

정연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정책국원, 서울 현대한의원장

▶ 필자 주 - 지난 번 이 시리즈 2회(05. 12. 12일자)에 기고하였던 의약품수출입협회 산하 의약품시험연구소 관련 내용 중 ‘그 증거로 지금까지 검사상 불합격되어 회수, 조치된 한약재가 한 건도 없다는 것이다.’ 라는 부분은 확인 결과 2005년 11월말 현재 전체 수량의 3.21%, 건수의 4.58%가 부적합 판정을 받아 반송 또는 폐기처분된 사실이 있기에 바로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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