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한의사 야구동호회 ‘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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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한의사 야구동호회 ‘화타’
  • 승인 2006.01.0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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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사랑 더 끈끈해졌죠”

햇빛 따사로운 어느 일요일 오후 서울의 한 고등학교 운동장. 한 겨울의 추위도 잊은 듯 멋지게 야구유니폼을 차려입은 이들이 입가에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땀흘리며 운동에 몰두하고 있다. 이따금씩 들려오는 타구 소리가 경쾌하기까지 하다.
그저 야구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모인 아마추어들이지만 경기에 임하는 모습은 프로선수들 못지 않게 사뭇 진지하다. 이들은 바로 한의사들로 구성된 순수 아마추어 야구동호회 ‘화타’.

평소 야구를 좋아한 몇몇 한의사들이 모여 ‘보는 야구에 그치는 것이 아닌 직접 몸으로 뛰는 야구를 해보자’는 뜻에서 지난 2001년 9명으로 출발, 현재는 23명의 단원으로 성장했다.
‘화타’라는 팀 이름은 팀원들이 한의사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중국 후한 말기의 전설적인 명의(名醫) ‘화타’(華陀)와 야구에서 불같은 ‘타격’(火打)을 한다는 두 가지 뜻을 담고 있다. 그래서 유니폼에도 팀 이름을 직역한 영어 ‘Firebats’를 새겨 넣었다.

처음엔 경기력 향상을 위해 야구선수 출신을 영입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단원들의 단합이나 분위기 등을 감안할 때 한의사 혈통을 지켜나가는 게 좋겠다는 데 뜻을 같이 해 현재 단원들 모두가 한의계 종사자들로만 이뤄져 있다.
투수, 포수, 내야수, 외야수 등 각자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개원의 13명, 공보의 및 군의관 3명, 수련의 5명, 재학생 2명 등 모두 23명으로 구성됐다. 6개 한의대 출신들로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자랑하지만 아쉽게도 여성단원은 없다고.

지난해 ‘화타’팀 감독을 맡았던 이종립 씨(38·서울 노원구 이종립한의원)는 “아무래도 운동장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쳐서 그런지 팀원들간에 유대가 그 어떤 동호회보다도 정말 깊다”면서 “출신대학들은 다르지만 오히려 출신대학 선후배나 친구들보다 더 자주 연락하게 되고 의논하게 되는 것 같다”고 팀 자랑을 했다.
창단하고 처음 2년은 리그 꼴지를 도맡다시피 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다 3년째에 접어들면서 13개 팀중 5위, 그 이듬해에는 15개 팀중 4위, 그리고 5년째인 2005년에는 10승 3무 1패로 3위에 입상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팀원들은 2004년 시즌 첫 경기에 오비맥주팀과 가진 경기에서 1대7로 뒤지다가 마지막 7회말 공격에서 7점을 얻어 8대7로 역전승한 경기와 지난해 의사야구팀과 가진 경기에서 10대10 동점에서 마지막회의 결승타로 한점차 승리한 게임을 지금껏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꼽았다.
다른 모든 사회인 야구팀의 특성상 평일에는 근무를 해야 하고, 근무 후 연습할 구장을 따로 마련한다는 건 사실상 어려운 일. 게다가 팀원들중에는 충북, 강원 등 지방에 있는 단원들도 여럿 있어 자주 모여 연습을 하기가 여의치 않다.

그래서 공식적인 연습은 일년에 두 차례 정도 야구선수 출신 코치를 초빙해 집중훈련을 받고, 비정기적으로 경기가 있을 때마다 수시로 연습을 갖고 있다. 훈련종료 후에는 팀워크를 다지는 차원에서 회식을 갖기도 하고 1년에 한차례 정도 가족 동반 야유회를 갖는 등 선후배간 동료애를 나누는 시간도 갖고 있다.
그 외에 평소에는 인터넷에 홈페이지가 따로 있어 온라인이나 유선을 활용해 정보교류도 하고 의견도 나눈다.

팀원들 대부분이 가정을 이루고 있어 경기가 있을 땐 가족을 동반하고 경기장에 나오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유니폼과 야구공 구입 등 팀 운영에 드는 거의 모든 비용은 회비로 충당하고 있다.
이 전 감독은 “앞으로 여건이 되면 전국의 각 한의과대학 팀들과도 친선경기를 통해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고 선배인 우리들이 학생들에게 야구배트 하나라도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올해는 심평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병원직장인팀, 제약회사팀들로 이루어진 보건리그가 출범하게 돼 ‘화타’팀도 든든한 한 몫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팀의 주전투수인 최기현 씨(38·경기도 양주 주내한의원)는 “우리 팀은 스스로들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높고 서로를 잘 챙겨 팀원들 사이에 가족같은 끈끈한 정이 있다”면서 “병술년을 맞아 선수도 보강되었고 예전보다 경기력도 많이 향상된 만큼 올해는 정말 ‘우승’을 하고 싶은 것이 새해 소망”이라고 밝혔다.

한 주 간 좁은 진료실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일요일 낮 넓은 운동장에서 108개의 실밥을 가진 야구공으로 한방에 날려버리는 ‘화타’ 팀원들. 이들은 야구실력뿐만 아니라 매너에서도 한의사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는 팀이 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한다. ‘화타’팀은 순수 아마추어 동호회이지만 팀원들 모두가 야구에 대한 열정만은 그 어느 팀보다도 최고임을 자부한다.
개띠 해인 병술년을 맞아 ‘화타’ 팀원들이 2006년 시즌을 어떻게 제압할지 그들의 눈부신 활약이 기대된다.

홈페이지 http://home.freechal.com/acehwata

강은희 기자


♠ 팀원 ♠

임원 - ▲단장 김정현(39·서울 잠실 함소아한의원·외야수) ▲감독 임창신(37·서울 강북구 민초한의원·외야수) ▲총무 서정인(35·경기도 안양시 송백한의원·내야수) ▲코치 김윤상(34·경기도 군포 함소아한의원·내야수)·이태우(37·충남 홍성군 고려한의원·내야수)

선수 - ▲투수 최기현·정성민(31·청주 항공의학적성훈련원 군의관)·장관호(34·서울 관악구 한길한의원)·조융기(23·경희대 한의대 재학)
▲포수 이건섭(37·경기도 군포시 우리한의원)·김경훈(33·국군체육부대 군의관)
▲내야수 오영택(35·경기도 안양시 인화당한의원)·박푸른(34·서울 성북구 본한의원)·이강수(31·동국대 한방병원)·황준호(28·경희의료원)·변성희(30·경기도 의정부시 우리한의원)·한경석(32·군의관)
▲외야수 이종립·윤희성(30·경희의료원)·이광호(31·혜당한방병원)·김성학(34·경기도 의왕시 예인한의원)·한동윤(31·상지대 한방병원)·김한빛(27·경희대 한의대 재학) (이상 2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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