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화두] 믿음의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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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화두] 믿음의 한의학
  • 승인 2005.12.2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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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가 쌓이는 만큼 한의학도 발전한다”
환자가 내 몸 안심하고 맡기는 환경 만들어야

배아줄기세포의 존재여부와 논문조작 여부, 난자 채취과정에서 일어난 생명윤리 위반, 그리고 이 문제를 취재·보도하는 과정에서 언론윤리가 도마에 올랐다면 한의계는 여기서 어떤 교훈을 이끌어낼 것인가?
과학계의 문제와 성격은 약간 다르지만 한의계는 신뢰의 회복이 한의계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중요한 요소로 보고 이 문제의 해결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한의계 관계자들은 임상, 학문, 행정, 한의사 개개인에 걸쳐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우선 임상분야에서 환자가 내 몸을 안심하고 맡길 진료환경이 제대로 갖춰졌느냐 하는 문제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한약간독성 문제, 한약재에서 농약검출문제가 잇달아 보도됐다. 일부 사실은 양방 의사가 의도적으로 부풀리거나 조사된 결과가 보도되는 과정에서 오해의 여지가 있었다.

진료와 관련해서도 소비자의 불신을 조장하는 듯한 사례가 끊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양의사들은 경근침자요법(소위 IMS)과 경피자극요법(소위 니들텐스)을 자신들이 가진 진단기법과 결합시켜 마치 한의사의 침보다 뛰어난 것처럼 국민에게 홍보해 한의사의 침시술 능력을 불신케 만들었다. 침구사들도 무면허업자들과 연대해 침구사제도를 신설코자 의료법 개정활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한의사의 침을 매도했다.

한의사 내부에서 국민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사용하는 경우, 과대 홍보, 수가를 지나치게 높게 받는 경우, 건강보험 부당청구 등은 한의학의 가치와 사회적 위상을 떨어뜨리는 행위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해당 학문을 연구, 평가, 검증하는 체계가 정립되지 않아 발생하는 신뢰저하도 큰 문제로 지적됐다. 한의학의 과학성을 드러낸다면서 양방의 과학화 방법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그런 지적의 하나다.

한의계 관계자들은 학문적 평가시스템 부재는 곧바로 한의학의 미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요즘 만나는 일선한의사들이 “10년 후 한의사와 한의학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무척 궁금하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한의학 현실에 대한 불신감을 반영한다.
반대로 한의학 행정을 담당하는 관계자들은 “제도적인 노력은 할 테지만 학계에서 데이터를 충분하게 제공해 달라”는 주문을 입버릇처럼 말해 행정에서 차지하는 학술의 비중이 절대적임을 시사했다.

동종 의료인 간의 문제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의료인의 관계에서도 갈등의 골이 깊어 의료의 저력을 갉아먹고 있다. 감기문제와 한약간독성, CT기사 지휘 문제를 둘러싼 한·양방 의료인간의 대결구조는 상호 소모전 양상으로 치달아 의료인간의 불신만 조장시킬 뿐 의학 발전을 통한 국민건강증진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뜻있는 한의사들은 의료계 내외에 만연한 불신풍조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의사뿐만 아니라 의료인 모두의 자세가 달라져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양의계의 노력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지만 한의계 내부적으로도 양의계 따라하기를 지양하고 한의학적 정체성을 되찾는 방향으로 힘과 지혜를 모으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의학적인 것’에 대한 합의를 통해 한의학 연구와 교육, 임상을 평가하는 일련의 시스템을 만들어낼 때 한의학의 정체성과 자생력이 생기고 의료집단간 불필요한 마찰과 그로 인한 의료인의 실추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와 한의사간, 정책당국과 한의사간 신뢰 회복을 위한 핵심 요소로 정책연구집단 형성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정책학회의 구성, 한의협 산하의 정책연구소 설립, 한의학연구소내 정책연구파트 강화, 한의대내 보건학교실 설치, 정책포럼을 통한 맨파워 구축 등은 한의계가 고려해볼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됐다.

개개 의료인 차원에서는 환자에게 수준높은 진료를 제공하는 한편으로 사회봉사활동을 통해 한의사와 의료인의 이미지를 개선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결국 ‘전문가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일이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이라는 게 한의계 내외의 한결같은 목소리여서 한의계가 일련의 신뢰회복 프로그램을 어떻게 입안·추진하느냐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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