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73] 田園必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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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273] 田園必考
  • 승인 2005.12.2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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田園生活에 필수 참고서

『전원필고』라는 표제서명에서 마치 『산림경제』나 『고사촬요』처럼 田家의 가정백과상식이 담긴 상비서일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하지만 그리 단순히 보아 넘길 성격의 책은 아니다. 겉표지를 넘겨보면 본문에 ‘三意一驗方’이라고 되어 있고 ‘李碩幹, 蔡得已, 朴濂’ 세 분 명의의 이름자가 적혀 있다.
이 세분은 『삼의일험방』보다는 허임의 ‘경험방’이 덧붙여진 『四醫經驗方』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 책이 더 전구적 형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의경험방』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 전에 소개한 바 있다. (125회 당대 최고 名醫가 한자리에 ① - 02. 9. 16일자, 126회 鄕藥經驗과 朝鮮鍼法이 어우러져 ② - 02. 9. 30일자)
『삼의일험방』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거의 없다. 다만, 이 책이 조선 중·후기(1600년대 이후)에 성립되었으며 경험방을 모은 필사본 의서라는 점만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안타깝게도 이 책 역시 서문과 발문 등 고찰이 가능한 부분을 싣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책을 엮은이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책머리의 ‘언해부(諺解付)’에서는 먼저 약물명을 14항목으로 나누어 300여 종류의 약재를 나열하였고, 그 아래에는 알기 쉽게 한글로 약명을 부기하였다.
본문 각조에서는 頭部·耳部·目部·鼻部 등으로 나누어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병에 대한 간단한 처방을 기재해 놓았다. 특징이라면 醫論은 거의 없고 증상에 따른 단방이나 약미를 적은 단순한 처방과 침구처방들이 주요 내용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엮어진 이유는 민간에서 아픈 부위별로 증상을 찾아 간단하고 신속한 치료법을 찾아내어 쓰고자 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삼의일험방』의 목차는 『사의경험방』, 『醫方合編』과 거의 일치한다. 이는 이들 세 의서가 서로 동일한 계통선상에 놓여 있음을 암시한다.
『醫方合編』은 조선후기 ‘三意方’, ‘村家救急方’, ‘經驗方’, ‘雜方’ 등을 모아 엮은 필사본 의서이다. 여기에 인용된 ‘三意方’은 바로 이 ‘三意一驗方’을 뜻한다. (194회 전승경험 집약한 민중 처방책 - 『醫方合編』을 참조 04. 3. 19일자)
본문을 보면 각 部는 다시 소제목으로 분류되어있고, 소제목 아래에 해당하는 경험방이 나열되어 있다. 나열된 경험방에는 특별한 원칙이 없는 듯 보이며, 문장 끝에 경험방의 출처가 작은 글자로 적혀있다.

출처 표기에 있어서는 간행되지 않은 傳초本 민간의서에서 흔히 약칭으로만 통용되기 때문에 서로 혼돈되거나 다른 책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예컨대, 이 책의 ‘鶴方’은 蔡得已의 號가 鶴汀인데서 유래한 것으로 蔡得已의 경험방으로 보이며, 의방합편에서는 ‘蔡’로 약서되어 있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石方’은 이석간의 처방, ‘悟方’은 호가 悟漢인 박렴의 처방으로 여겨진다.

내용 가운데 특이한 점은 汗部이다. 일반적으로 汗에 대한 범주는 自汗, 盜汗, 手足汗, 心汗 등으로 국한된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傷寒에 땀이 나지 않는 경우’, ‘瘟熱病에 땀이 많이 나는 경우’ 등을 포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傷寒에 걸려 처음에 머리가 아플 때’, ‘傷寒의 여러 증상이 나타날 때’ 등과 같이 外感 질환까지 포괄하는 형식을 띄고 있다. 이러한 편제는 내상과 외감을 구분하고 외감의 경우 『傷寒論』 위주의 사고를 고집했던 중국방식과는 차별되는 부분이다.

이 의서는 필사본으로 목차도 없고 본문의 일부가 누락되어 완전한 모습을 갖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그간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채 이름만 전해져 오던 『삼의일험방』의 구체적인 모습을 담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이 한권의 책으로 인해 『사의경험방』을 중심으로 민간에서 펴낸 경험의서들의 선후관계와 계통성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조선후기 의학경험의 축적과 의약의 보편적 지식이 파급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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