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I] 2005년 한의계 경제동향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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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특집I] 2005년 한의계 경제동향 결산
  • 승인 2005.12.1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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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 커지고 ‘실질수익’은 감소했다
프랜차이즈화 ‘강세’ 속 해외진출 움직임 활발
의료경영, ‘전문화 바람’과 ‘고객 편의’에 초점


급변하는 대내외 의료정세,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개원가의 “힘들다~ 힘들다~”는 탄식은 이제 거의 만성화가 돼 가고 있어 감각마저 무디게 느껴진다.

■ 한의원 매년 500곳 증가 추세

매년 전국 11개 한의과대학에서 배출되는 졸업생은 750여명, 새로 개설되는 의원은 500곳을 훌쩍 넘기고 있다.
심평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10월 현재 한방병원 154곳, 한의원 9천134곳이던 것이 2005년 9월 현재 한방병원은 149곳, 한의원은 9천668곳으로 1년 새 한방병원은 5곳이 감소했고, 한의원은 534곳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한의원의 급속한 증가는 수익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중앙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직업별 월평균 수입 통계자료에 의하면, 의사 470만8천원, 치과의사 429만3천원, 한의사 389만9천원으로 한의사가 의료인 중에 소득수준이 제일 낮았으며, 더구나 전년도 상위 랭킹 7위에서 올해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실제로 서울 동대문구의 한 한의원은 “환자들이 아파도 웬만해서는 참고, 돈을 쓰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며, “한의원 경기가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40%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현재 개원 준비 중인 한 한의사는 “주변에 동료나 선배들이 개원해서 하루 환자 수 10명 안팎에서 헤매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개원을 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이 많이 됐지만, 개원 외에 뚜렷한 대안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 보험 수치상 증가 … 실수익은 감소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발표한 2005년 상반기 건강보험요양급여비용 집계 결과를 보면, 총진료비는 전년 동기보다 7.9% 증가한 12조 429억원 이었으며, 의료기관의 총 요양급여비용은 8조 6천30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요양급여비용에 대한 한방요양기관의 구성 비율은 한방병원이 전년 동기보다 1.3% 증가한 409억원(0.3%), 한의원은 전년 동기보다 12% 증가한 4천903억원(4.1%)으로, 한방은 전체의 4.4%를 차지해 전년 동기비 0.1%p 증가했다.
이처럼 한의원의 요양급여비용이 수치상으로는 증가했으나, 이는 한의원의 청구기관수가 전년 동기보다 급격하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첩약 등 비보험분야는 계속 감소하는 추세가 지속돼 결국 한의원의 수익구조는 감소추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즉 한의원의 실질적인 수익구조는 건강보험 증가추세와는 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 양방 공세 속, 첩약시장 꽁꽁

첩약의 수요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주장은 관세청이 발표한 주요 한약재의 수출입 동향 분석결과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00년에 573만달러어치가 수입됐던 감초가 2004년에는 36%가 줄어든 367만달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한약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감초가 줄어든 것은 한약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의료는 주변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를테면 ‘한약재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한의원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고 있다.
실제로 기존에 한약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효과를 톡톡히 봤던 사람들까지도 한약재에 대한 불신의 폭이 깊어져 가고 있고, 이용률 또한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게 개원가의 분석이다.

■ 특화·대형화·프랜차이즈화 강세

한의원의 개원형태도 점차 대형화·특화·프랜차이즈화 등의 형태가 확산되고 있고, 그에 따른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한의원 프랜차이즈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소아전문 네트워크한의원인 ‘함소아한의원’이 1999년 5월 서울 강남 대치동에 첫 개원한 이래 2005년 12월 현재 전국적으로 46개 네트워크가 구축돼 국내 300곳, 해외 2곳 등이 네트워크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의원 네트워크는 짧은 시간 안에 넓은 지역에 한의원의 인지도를 확산시키는데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급격히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네트워크 조직의 결성은 정보공유로 공통의 시각을 가지면서 미래를 대비할 수 있고, 인적자원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며, 상호 지식교류를 통한 임상부문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 공동구매로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공동마케팅 활동을 통해 브랜드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네트워크가 가지고 있는 장점 중 하나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한의원의 광고·홍보전략에 있어서는 개개 한의원의 브랜드 강화에 치중한 나머지 전체 한의계의 이미지를 고려하지 않고, 다른 한의원을 평가절하 하는 식의 근시안적 접근방법으로 인해 주변 일반한의원과의 마찰도 심화돼 가고 있는 추세다.
이에 지난 11월 국민건강수호위원회(위원장 김현수)는 프랜차이즈 및 네트워크형 한의원에 대한 자세한 실태조사를 실시, 위법성이 발견되면 해당 한의원을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고, 사안에 따라 형사고발도 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바 있다.

■ 新 시장 개척 위한 해외진출 증가

국내 의료시장이라는 한정된 파이를 놓고 한·양방 간의 또는 한의계 내부적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의료기관의 ‘해외진출’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해외진출에 있어서 미국이나 중국은 시장 규모 면에서 일단 노려볼만한 대상으로 꼽히는데, 특히 중국은 양질의 고급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민간의보 중심의 의료제도를 갖고 있는 미국은 높은 의료비로 인한 틈새시장을 공략해볼만 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함소아한의원은 2003년 미국 LA에 본사 직영 형태로 진출해 활발한 진료를 펼치고 있으며, 지난 10월 말에는 LA 동부 로랜하이츠에 추가 개원을 한 상태이며, 올 연말까지 오렌지카운티와 뉴욕 등에 2곳을 추가로 개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부터 약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미국 내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2004년 가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에 분원을 낸 부산 해운대구 정원한의원 조윤숙 원장은 “교포들은 물론 현지인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정원한의원의 제1분원 약진에 힘입어 미국 내 제2·3·4분원 개설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학회의 해외진출도 눈에 띈다. 대한약침학회는 지난해 5월 러시아 과학원 극동분원(극동병원)과 ‘약침공동연구개발계약’을 체결한 상태이며, 킴스일침학회(회장 김광호)는 일본 러시아 중국 등지의 진출을 위해 활발하게 협의 중이고, 8체질의학회도 싱가폴과 미국 등지에 8+1클리닉 개설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환자 ‘편의’, 시장 요구도 적극 반영

한 일본의료기관의 참고자료에 의하면 병의원 도산 원인으로 1위가 방만한 경영(61.9%), 2위는 경영계획 실패(24.7%)로 나타나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 이제는 의료기관도 전문 경영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8체질의학을 근간으로 형성된 8+1네트워크의 지주회사인 ‘(주)메디세타’나 코비한의원의 ‘(주)위드코비’ 등이 그 대표적인 예로, 경영 회계 홍보 마케팅 인테리어 등 각 분야별 전문가들을 구성해 한의원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이밖에 개원 입지선정에 있어서도 대형할인점이 안정적인 입지로 떠오르고 있다. 하루 수만 명이 드나들고, 각종 편의시설과 충분한 주차시설을 확보하고 있는 대형할인점을 비롯해 백화점, 대형의류쇼핑센터의 경우 대부분 자동차를 이용해 방문하는 만큼 거리의 한계가 없는 진료권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과 야간 진료시 고객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개원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또 ‘웰빙’ 등 삶의 질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고급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점차 증가추세에 있다. 이러한 시장의 요구도를 반영, 국내 VIP 고객과 외국인 환자 유치를 목적으로 한 ‘의료’와 ‘호텔서비스’ 결합상품도 탄생했다.
부산시 서면(부전동)에 위치한 롯데호텔 11층에 400평 규모로 호호호일침한의원·노블레스피부과·하영찬성형외과 등이 참여한 한·양방협진센터가 지난 11월 문을 연 것이다.
전체적으로 올 한 해 한의원 경영환경은 표면적으로 한의원 숫자나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 등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질적으로는 환자 수의 지속적 감소세, 첩약 등 비보험 분야의 약세가 이어져 수익구조은 감소했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비용절감이나 공동마케팅이 유리한 ‘프랜차이즈’가 강세를 보였으며, 일반 한의원들도 나름대로 한의원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자구책 마련에 분주했던 한 해였다.

이예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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