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나의 삶42話·下] 이혜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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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나의 삶42話·下] 이혜정 교수
  • 승인 2005.12.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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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정 교수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침구경락과학연구센터장


한의학에 내재된 ‘과학성’ 확립에 주력

■ 한의학, 그리고 과학의 경계에서

87년 대학에 경혈학교실을 만들고 실험실 세팅에서부터 연구방법, 그리고 연구자들의 트레이닝 등 교실을 구축하는 일련의 모든 과정이 그의 손에서부터 시작됐다.
그 후부터 그의 연구인생은 알려진 바와 같이 경락의 과학화에 집중됐다.
보이지 않는 경락이라는 존재. 여기에 과학이라는 이질적인 영역을 잇는 것이 그의 작업이다.

이 교수는 먼저 ‘한의학의 과학화’에 대한 개념을 짚고 넘어간다.
“한의학의 과학화라고 할 때 (비과학적인)한의학을 과학으로 만들어버린다는 뜻이 아니다. 이미 17세기 서양철학자 라이프니츠가 주역을 참고했던 예에서도 보여주듯 동양의학에는 과학성이 내재돼 있다. 이것을 현대의 ‘실험적 언어’로 끄집어 내어 표현하는 것이 ‘한의학의 과학화’의 정확한 의미이다.”

98년 이 교수는 조장희 박사(현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장)와 공동연구를 통해 자기공명영상촬영(MRI)으로 경혈부위와 뇌의 상호관계를 영상으로 규명하는 데 성공, 국제학술지에 이를 소개하게 된다. 이혜정 교수는 이 연구를 국내 한의학연구사에 있어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은 ‘터닝 포인트’로 기억했다.

■ 세 번 낙방 끝에 성취한 SRC

이 교수는 왕성한 연구활동으로 SCI급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고, 그동안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과 미국 남가주대학에 교환교수로 나가 해외의 동향을 살폈다. 2003년에 美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대체보완의학센터에서 ‘중추신경계 질환을 치료하는 침 연구’를 주제로 2년 동안 25만달러 연구비를 지원받은 바 있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2001년부터 과학기술부 우수연구센터(SRC)로 지정받기 위해 도전한다. 연구센터 지정 공모가 없었던 2004년을 빼고, 결과적으로 3번의 낙방 끝에 2005년 결실을 이루게 됐다. 이 때 한의계에서 동국대 심혈관계질환 천연물개발연구센터(연구책임자·박원환)도 나란히 과기부 우수연구센터로 지정받게 됐다.

오명 과학기술부장관이 14개 우수센터 대표자를 모아 지정서를 전달하고 담소를 나누는 자리. 이야기 주제는 자연스럽게 최초로 우수센터의 옷을 입게 된 한의학으로 모아졌다. 다양한 분야의 우수한 연구자들이 모인 석상에서 단일의 주제가 이어졌고, 시간이 지나도 화제가 옮겨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참석자들이 슬슬 다른 관심사로 화제를 바꾸려는 순간.

이 교수는 “그동안 다른 연구분야는 과기부 지원하에 센터로서 연구 많이 하셨지 않습니까. 한의학은 첫 자리입니다. 이젠 하고 싶었던 얘기를 좀 해야겠습니다”라고 분위기를 다잡고 이어서 계속 한의학과 한의학연구에 대한 현황과 전망 자신의 소견을 이야기했다.
그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정부관계자를 설득시키면서 3번이나 고배를 마시면서도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시도를 반복했다”면서 “의대에서는 10년 동안 100곳이 넘게 우수연구센터를 따내 연구를 해왔다. 이제야 한의계가 입성했고 할 말을 해야했다”라며 부드럽게 웃는 얼굴에 자신감과 당당함이 배어나왔다.

■ 이젠 한의학의 과학화를 말할 때

앞서 말했듯 이 교수의 목표는 침구경락과학연구센터를 통해 한의학연구의 초석을 다지는 것.
그의 머리 속에 있는 연구센터의 목적과 방법들을 꺼내보면, 연구패턴은 기초실험과 임상실험으로 나뉜다.
기초실험은 병리학적 관점과, 생리학적 관점을 규명해 내기 위해 세포유전자에서, 동물실험, 정상인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영역과 경락의 실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한다. 이러한 결과를 포괄해 이메징 시스템으로 서양의 해부도와 같은 실체를 밝혀나간다. 그리고 임상실험을 병행하여 최종적으로 침치료 효과에 대한 매커니즘과 치료기술을 개발해 간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경락의 실체, 현상을 규명하는 데 있어 베이스는 ‘氣’이고. 기는 생명의 기본 에센스”라면서 “연구는 대상을 규명하는 것이지만, 우리의 연구 대상인 생명체 자체가 매우 복잡한 영역이다. 가능한 방법을 다 동원하더라도 완벽하게 설명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의 한의학 연구의 성과를 들자면, 사실상 단편적인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고 평가했다. 그 자신이 SRC급 저널에 많은 논문을 발표했지만 그는 SRC를 목표로 한 그간의 활동을 ‘필요 악’이라고 설명했다. 한의학과 한의학연구에 대해 전무하다시피한 인지도를 세계적인 무대에서 그 가능성을 제기하는 데 있어 거쳐야할 필수적인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선택과 집중’, 그리고 ‘양보다 질’에 주력해야 할 시기이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 한의학을 효과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연구방법론 확립이 당연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한의학연구 현실에 대한 평가를 아프지만 날카롭게 지적하는 그는 한편 지금까지 연구성과에 대해서도 분명한 평가를 내린다.
“최근까지 세계적으로 뉴로사이언스차원에서 이루어진 연구들이 침구경락에 대해 긍정적인 결론을 내려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편적인 연구가 한의학과 생명전체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면서 “분명히 한의계는 다른 학문분야와 폭 넓게 인프라를 구축해서 한의학을 규명해내야 한다. 하지만 한의학연구에 있어서 반드시 한의학 소양을 충분히 갖춘 이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다부진 일처리와 추진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되는 그녀. 인터뷰 중 한 젊은 남성연구원이 출장 후 인사차 들렀다며 조그마한 화장품을 건낸다. “나이먹은 사람 예뻐지라고 주는 거냐”는 농에 서로 즐거운 모습이다.
“한의학연구는 소명인 것 같다”는 그는 “나는 ‘아버지 같이 모실 수 있는 스승과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친구’와 인생을 함께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힘들게 연구한 내용을 모두 제자들에게 전해준다는 생각으로 임해왔다. 이런 마음가짐과 소명의식 등이 모두 결합해, 말하자면 성공의 비결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내가 설정한 목표, 만만치 않지만 십년동안 주어진 대로 최선을 다해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시작되는 10년, 그녀의 연구인생에 또 하나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다가왔다. <끝>

수원 =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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