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증류학회의 자진 해지 결정을 보면서
상태바
[기자칼럼] 증류학회의 자진 해지 결정을 보면서
  • 승인 2005.12.02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최근 대한한방증류학회가 대한한의학회에 스스로 학회활동을 못하겠노라고 ‘해지신청’을 했다.
증류학회 관계자에게 속사정을 물어보니 학회에 제출한 해지 사유서에 밝힌대로 “학회를 지속할 만한 회원들의 참여를 기대할 수 없고, 따라서 학회활동이 불가능하다”는 똑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증류학회는 증류한약을 연구하는 학회. 증류한약을 활용하는, 실제 학회의 산실인 도원아이한의원은 현재 전국 10여개 분원이 개원해 있다.
그 관계자에 따르면 도원아이네트워크와 증류한약을 통한 진료는 계속될 것이고, 연구도 계속 할 것이다. 다만 학회차원에서의 활동이 아니라 개별적인 연구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무색, 무미의 증류한약은 같은 약효가 나타나면서도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는 향과 맛을 없앴다고 한 점에서 특히 아이들에게 적용되고 있다.

증류학회의 해지신청서 말머리에는 ‘증류한약 처방의 저변확대와 높아지는 관심에도 불구하고’라고 적혀있다. 실제 환자들에게 투약하고 있고 저변도 확대되고 있다면, 자연히 이를 연구하고 발전시키려는 학회의 활동도 더불어 성장해야 하지 않을까?

지난해 7월 한의사협회 한 분회는 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학회에 증류한약에 대한 의견을 요구했다.
내용은 어린이들에게 증류한약이 많이 쓰이고 있는데 증류한약이 최고라는 주장이 있어, 이는 탕약에 대한 불신을 일으키고 한의계 전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학회 및 협회의 입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회측에서는 탕약제제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많은 것으로 보이므로 협회에서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대한한의사협회 윤리위원회에 접수시켜 한의사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처리했으면 한다는 답변이었다.

현상적으로 증류한약이 국민들에게 처방되고 있지만, 이를 연구하는 학회는 학회활동을 그만두겠다는 판국이다. 나름의 속사정이 있겠지만 소비자인 국민들의 입장에서 증류한약에 대한 평가를 누구로부터 들어야 하는 것일까? 의문이다.

처방의 근거를 명확하게 설명해야 하는 것은 의사의 본분일 진대 한의학적으로 치료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학문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증류한약과 같이 새로운 한방제형 및 제제방식들이 다양해질 것임을 감안한다면 그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한편으로 외부에서 한방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 및 대체의학에 대해서도 옥석을 가려줄 한의학적 기준이 필요하다.
무방비 상태로 흘러다니는 약이나 식품 혹은 치료기술이 정말 한의학적으로 효과가 있다면 응당 한방이라는 영역안에서 치료도구로 활용하여 전체 한의학을 살찌워야 할 것이고, 아니라면 엄정하게 솎아내어 국민보건을 보호해야 한다.

한의학적 임상평가 및 연구방법의 가이드라인을 구축하는 것은 한의계의 오랜 숙제이고, 하루이틀에 이루어질 사업은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제형을 연구하겠다고 나선 학회가 스스로 해산하기로 한 결정을 보면서 증류한약의 운명과 함께 또 하나의 용두사미 학회를 보는 듯 하다.

오진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