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정책 과제(1) - 김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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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재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정책 과제(1) - 김일권
  • 승인 2005.11.2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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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의료기관의 규격품 사용 의무화해야

■ 한약재 문제 해결의 열쇠는 한의계에

한약재 문제는 아쉬움이 많은 정책 과제다.
정부가 1998년 514종 전체에 대해 규격품을 의무화하는 조치를 취할 때 한약재의 생산과 유통을 개혁할 수 있었으나 관련 단체들의 반발로 개혁의 기회를 놓쳤다.
또 한의계와 정부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연구 보고서를 통해 유통 개혁 방안을 마련하고 ‘한의약관리법(안)’의 제정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은 ‘한의약육성법’이라는 원래 취지와 다른 법안으로 귀결되었고 결국 또 한번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 결과는 양방의료계가 공격할 수 있도록 빌미를 제공하였고 한의원에 첩약의 조제 건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미리미리 해결해야할 과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때 한의계가 어떤 상황에 처하는 지 ‘한약재’ 문제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약이 안전하다는 신뢰를 국민들로부터 빨리 회복해야 하며 그러한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길 밖에는 한의계의 선택이 별로 없어 보인다.

■ 한방의료기관에서 한약재 규격품 사용 의무 없다

[약사법 시행규칙] 제57조 (의약품 등의 유통체계확립 및 판매질서유지를 위한 준수사항)
① 법 제38조의 규정에 의하여 약국개설자·의약품제조업자·수입자 및 의약품판매업자 기타 법의 규정에 의하여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자는 의약품의 유통체계를 확립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
10. 의약품도매상·약국개설자 또는 한약업사는 대한약전 또는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고시한 생약규격집에 실려있는 한약 중 제12호의 규정에 의한 규격에 적합한 제품(이하 “규격품”이라 한다)으로 판매할 것을 지정·고시한 한약은 규격품이 아닌 것을 판매하거나 판매의 목적으로 저장·진열하지 아니할 것.

위 법규에서 보는 것과 같이 한의(병)원은 여기에 빠져있다. 또 한약재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법규가 보건복지부 고시인 [한약재수급 및 유통 관리규정]인데 한약재 생산과 유통에 관련한 거의 모든 사항을 포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규에도 빠져있다. 제34조(규격품 유통질서확립 등을 위한 준수사항)에 규정할 법도 하지만 없다. 현재까지의 법규상으로 규격품은 제조업소와 도소매 업소에 대한 규제를 통해 관리하도록 되어 있다.

■ 안전한 한약재 사용에 관한 의료법 시행규칙

그러나 한의사나 한방의료기관에서 안전한 한약재를 사용해야 한다는 법 조항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의료법에 유사한 조항이 있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27조 (개설자 또는 관리자의 준수사항) 법 제32조의 규정에 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하는 개설자 또는 관리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
⑦ 변질, 오염, 손상되었거나 유효기간 또는 사용기한이 경과된 의약품은 진열, 사용하지 아니할 것.

위 법규에 따르면 규격품 사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안전한 한약재를 써야 한다는 의무를 명시한 것이라고 확대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법 제32조나 동 시행규칙 제27조를 위반했을 때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의료법 내에도 또 ‘의료법및 의료기사 등에관한법률의 위반에 관한 행정처분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그 처분의 적정을 기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에도 없다.

■ 부정한 의약품 사용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그러나 안전한 한약재 사용과 관련해서 의료법으로 처벌할 수 없지만 처벌할 수 있도록 확대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법규가 또 있다.
그것은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 인데 이 법규의 제정목적은 제1조에 ‘이 법은 부정식품 및 첨가물, 부정의약품 및 화장품, 부정유독물의 제조나 무면허 의료행위등의 범죄에 대하여 가중처벌 등을 행함으로써 국민보건의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라고 되어 있다.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 제3조 (부정의약품 제조 등의 처벌)
① 약사법 제26조 제1항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의약품 또는 화장품을 제조한 자, … 진료의 목적으로 구입한 자, … 이미 허가된 의약품 또는 화장품과 유사하게 위조 또는 변조한 자 … 진료의 목적으로 구입한 자 … 는 … 처벌한다.

처벌 수위도 ‘2. 의약품 또는 화장품의 가액이 소매가격으로 연간 1천만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3년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라고 되어 있다.
이런 조항에 따르면 ‘허가받은 제조업소에서 제조되지 않은 한약재나 위조하거나 변조된 한약재를 진료의 목적으로 구입한 한의사’는 처벌받게 되어 있다. 이 법 조항을 유추 해석하면 규격품 사용을 의무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은 과도한 처벌 조항만 있을 뿐이지 규격품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취지와는 거리가 먼 조항이며 한약재 규격품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아니다. 규격품에 대한 관리가 엉성한 현재 상태에서 단지 모르고 구입했을 경우 그 대가가 너무 크다.
따라서 규격품 사용 의무화와 관련된 법 조항은 현재 의료관계법에 없으며 한의사가 위반했다는 사실이 적발되었을 때 적용하는 과도한 처벌조항만 있을 뿐이다.

■ 규격품 의무 사용이 왜 필요한가?

‘한방의료기관 규격품 의무 사용’을 법 조항에 명시해야 하는 이유는 한약재 생산 및 유통을 개혁하는 데 핵심적 고리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약재는 의약품으로 관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약재는 한의학적 원리에 따라 환자에게 투여되면 한약이지만 건강인이 임의로 섭취하면 식품이다. 모든 한약재가 전부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행 법규에서는 80여종을 식용으로 허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갈근, 감초, 건강, 결명자, 계지, 당귀, 맥문동, 산수유, 산조인, 육두구, 익모초, 저령, 행인, 황기 등이 식품으로 허용되고 있다.
식품용 한약재가 얼마 안 된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임상에서 흔히 쓰이는 대부분의 한약재가 식품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단체에서도 제기동 노점에서 파는 한약재를 가지고 검사해서 농약이 나왔다고 발표할 수 있지만 한방의료기관은 이런 것이 아니라 규격품만을 쓴다고 아무리 떠들어도 이것을 증명할만한 근거 법 조항을 들이댈 수 없다.
만약 한방의료기관에서 규격품만을 의무적으로 사용한다면 한의계는 떳떳할 수 있다. 한약재에서 농약이 검출되었다고 해도 한의계는 그것은 ‘한방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의약품인 한약재가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다. 개혁을 위해서는 ‘한방의료기관 규격품 의무사용’부터 시작해야 한다.

■ 제도화했을 때 우려사항은 없나?

첫째로, 한의사가 자가 재배를 했든지 산에서 채취했든지 어떤 경로를 통해 정말로 질좋은 한약재를 사용했더라도 규격품이 아니기 때문에 한의사는 처벌받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특수한 경우를 법적으로 예외로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처럼 한의사가 규격품을 쓰지 않아도 된다면 ‘규격품사용 의무화’ 법 조항의 의미는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규격품 사용 의무화는 말 그대로 누구나 어떤 경우에도 한의사는 규격품만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약효가 좋은 규격품 이외의 한약재가 있다고 한다면 당연히 규격품으로 등록하고 사용해야 한다.
한약재가 의약품으로 관리되려면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며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어떤 한약재도 의약품으로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규격품 사용 의무화’에 예외조항은 있을 수 없다.

■ 규격품 의무 사용을 규정하려면?

마지막으로 ‘규격품 사용 의무화’를 규정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27조 (개설자 또는 관리자의 준수사항)
⑧ 한방병의원에서 한약재를 조제하고자 할 때에는 약사법 시행규칙 제57조 제12호에서 정하는 규격품을 사용하여야 한다.

[한약재 수급 및 유통관리 규정] 제34조 (규격품 유통질서확립 등을 위한 준수사항)
⑦ 한방병의원에서 한약재를 조제하고자 할 때에는 제23조 1항에 의한 규격품을 사용하여야 한다.

위와 같이 법 조항을 추가하면 된다. 어떤 법 조항으로 제정해도 크게 상관없다. 의료법 시행규칙과 한약재 수급 및 유통관리규정은 보건복지부의 행정재량으로 고칠 수 있다. <계속>

김일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정책국장
서울 양천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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