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결혼원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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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결혼원정기
  • 승인 2005.11.2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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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으로 간 농촌 총각들의 결혼담

최근 매주 주말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청첩장으로 인해 주머니 사정이 편치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인생에서 최고의 날이 될 결혼식을 축하하지 않을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있다가도 결혼식장에서 만나는 그들의 행복한 모습에 저절로 부러움을 느끼는 것은 왜일까. 아마 아직 어딘가에 있을 반쪽을 찾지 못한 심정이 간절하기 때문은 아닐런지….

이제 2005년의 달력도 1장 밖에 안 남고, 그 어떤 말보다 가장 짜증이 나는 ‘결혼’이라는 말에 넌더리 난 노총각, 노처녀들은 이제 덧없이 흘러가는 한 해를 그저 물끄러미 쳐다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다고 영화나 드라마처럼 어느 날, 정말 우연하게도 멋진 짝을 만나 순식간에 결혼에 골인하게 되는 상상은 너무나 비현실적인 판타지에 불과한 것이다. 이렇게 점차 비참해지는 겨울에 그나마 작은 설레임을 주는 영화 한 편이 개봉됐다.

서른여덟이 되도록 연애 한 번 못해본 노총각 홍만택(정재영)과 여자 꽤나 다룬다고 생각하지만 노총각 신세를 면치 못한 만택의 죽마고우 희철(유준상)은 마을에 시집온 우즈베키스탄 색시를 보고 오신 할아버지의 권유로 우즈벡 맞선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만택은 우즈벡에서 맞선을 볼 때 계속 된 실수로 번번이 퇴짜를 맞고, 만택의 담당 통역관이자 커플 매니저인 라라(수애)는 이런 상황에 더욱 애를 태운다. 그녀에게는 이번 맞선을 반드시 성사시켜야만 하는 절실한 이유가 있으며, 이에 보다 못한 라라는 우즈벡 인사말부터 맞선 예절까지 만택의 특별 개인 교습에 나선다.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길을 가다보면 ‘베트남 처녀 결혼’이라는 플래카드를 심심찮게 보게 되는데 우리나라 농촌의 현실을 한마디로 대변해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로인해 최근 방송에서 국제 결혼한 여자들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가끔씩 보도 되면서 많은 사회적 관심을 갖게 했다. <결혼원정기>는 몇 해 전 <인간극장>에 나왔던 사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담담하게 담고 있으며, 단순히 실화를 재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나름대로 픽션적 재미와 감동으로 포장하고 있다.

물론 <결혼원정기>도 로맨티 코미디의 장르 영화이기 때문에 누구나 예측하기 쉬운 결말로 관객들을 이끈다. 하지만 감독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로 빠져들지 않고, 암암리에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될 많은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다. 씁쓸하지만 현실이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을 고른 호흡으로 잘 이끌어낸 감독의 역량이 돋보이며, <너는 내 운명>의 황정민에 버금갈 농촌 총각의 모습을 선 보인 정재영과 유준상의 연기가 호평을 받을 만 하다. 내년에는 꼭 사랑의 결실을 맺겠다는 굳은 각오를 하고 있을 노총각, 노처녀들이 이 영화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사뭇 궁금하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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