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장기불황 타개할 블루오션은(6) - 한·양방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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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장기불황 타개할 블루오션은(6) - 한·양방협진
  • 승인 2005.11.2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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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방 상호 win-win전략 구사해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의학으로 발돋움
‘진료시간 단축, 의료비 절감’ 환자만족도 증가


■ IMF 이후 한·양방협진 지속적인 증가 추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강은정 책임연구원이 최근에 발표한 ‘공공병원 혁신을 위한 양·한방협진 도입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IMF 경제위기 이후 한·양방협진을 하는 병·의원은 증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여건의 악화와 불확실성이 ‘새로운 시장 진출’에 눈을 돌리게 하는 이유로 작용하는데, 영리법인을 통한 거대 자본의 유입과 의료광고규제 완화 등 의료의 무한경쟁시대를 예고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양방협진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희귀한 존재로 인식되던 복수면허 보유자가 최근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협진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서울 서초구 해마한의원 윤영주 원장은 “기존의 협진이 병원경영, 수익성이라는 차원에서 활성화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의료시장개방이라는 급변하는 의료환경 속에서 양의학계에서도 국내 의료서비스의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차원에서 협진에 접근하는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부산 롯데호텔 내에 한의원 피부과 성형외과 등 3개 의료기관이 공동으로 협진에 들어간 경우는 의료시장개방에 맞서 중국인과 일본인 의료관광객들을 겨냥한 사례로 주목된다.

■ 상호 신뢰, 환자 만족도 우선돼야

보사연이 발표한 현재의 협진실태에 따르면 공공병원의 대다수에서 한·양방 간 상호검사만 의뢰하는 경우(21.4%)와 진료를 의뢰(35.7%)하는 기초적인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민간병원에서는 상호검사만 의뢰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2.3%), 특정 환자를 놓고 한·양방 의사가 동시에 협의(20.9%)하는 비율이 높았다.
또 한방의료에 대한 신뢰가 높을수록 한·양방협진을 하는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강 연구원은 “공공병원보다 민간병원의 원장들이 한방에 대한 신뢰도가 월등히 높았고, 협진에 대한 기대치도 높았다”고 보고하고, “한·양방협진을 위해서는 양방의 한방에 대한 신뢰 혹은 동등한 의학으로 인정하는 의식으로의 전환이 자기 분야의 지식의 깊이 혹은 오랜 경영경험보다 더 중요함을 설문조사결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3년째 피부과 의원과 협진을 해 오고 있는 서울 강남구 아토미피부과·한의원 정병억 원장(한의사)은 “한·양방이 서로의 장점을 살려 동반자적 협력관계가 되면, 치료율을 높일 수 있고, 이는 환자의 만족도를 높여 학문적·경제적 성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의료인들은 치료과정에 있어서 환자들에게 100%의 만족을 주지 못하는 것을 평생 콤플렉스로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방 양방을 떠나 환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협진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 한·양방협진의 걸림돌은?

협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제도적인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요인이 영역간 불신으로 인한 의사소통 불가, 상호 존중을 통한 win-win전략이 아닌 어느 하나를 깔아뭉개고 통폐합되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상대방이나 상대의 학문을 대할 때 나의 장점과 상대의 단점을 배제하고, 나의 단점과 상대방의 장점을 부각시키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서로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동반자로 거듭날 수 있다”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말했다.

보사연 조재국 박사는 한·양방협진의 방법으로 “국립의료원에서 시범사업을 먼저 하고, 이와 연계해서 중요 질환별로 협진 프로토콜을 작성해야 하는데,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복수면허자의 동시진료가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조 박사는 “한의학과 양의학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동서의들은 한의협과 의협의 상호 반목적인 관계를 조정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중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시민단체, 연구기관도 중재자가 될 수는 있지만, 이들은 임상에서의 전문성이 없어 중재자로서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협진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

대한동서의학회 류재환 부회장(경희의료원 동서협진실)은 “협진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만성 퇴행성 질환 대처를 용이하게 해 줄 것이고, 난치병 질환 치료 연구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며, 한의학 효과의 과학적 판정 및 한약 약리작용 규명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환자 입장에서는 의료비의 감소와 진료시간의 단축 등으로 의료기관에 대한 만족도가 개선될 것이며, 한의학의 국제경쟁력도 훨씬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한·양방협진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이중면허 소지자에 대한 동시진료허용, 의학·한의학 통합교육과정 설치, 협진모델 개발 및 임상연구 활성화, 협진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체계 정비 문제 등이 숙제로 남아 있다.
협진이 한의학을 고사시키는 일원화로 가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결국 한의계의 준비와 대응, 역량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의계가 주체적으로 참여해야만 한의학적 원리가 훼손되지 않는 협진모델, 협진 프로토콜을 만들고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속>

이예정 기자


□ 사례 | ato美피부과·한의원 □

“협진은 2인 3각 경기다”

정병억 원장은 협진을 호흡이 맞지 않으면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다리가 엉킨 채 그 자리에 주저앉게 되는 ‘2인 3각 경기’에 비유한다.
정 원장은 강원도 원주에서 10여년간 한의원을 운영해 오다가 2년 반 전부터 서울 강남에 아토피 전문 한·양방협진의원을 피부과 의사와 함께 공동개원 했다.
정 원장이 협진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환자의 치료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공동개원을 위해 준비한 기간은 4년.

그 중 첫 번째 준비 작업이 같이 일할 파트너에 대한 이해를 위해 ‘인간적인 친분을 쌓는 일’이었다.
서로 인간적인 교감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학문적인 교류’와 ‘환자교류’를 시작했다. 그리고 서로가 한·양방 동시에 치료했을 때 한 쪽에서만 접근했을 때보다 충족되지 못했던 불만족스러운 욕구들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고,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한 번 해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 내 생각이 앞서면 절대 협진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또 서로의 이해단계 없이 학문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틀림없이 싸우게 돼 있어요. 그래서 준비 초기 단계에는 서로가 상대방의 진료방식이나 내용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현재 ‘아토미피부과·한의원’은 한의사와 피부과 의사가 한 책상에서 환자를 동시에 진료하고 치료한다.
“환자들이 내원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한방에 가면 양약 먹지 말아라, 양방에 가면 한약 먹지 말라’는 것 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럴 때 환자 입장에서는 어떤 말이 옳은지 가치 판단을 내리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 원장이 말하는 피부질환의 한양방의 특성 중 한방의 장점은 ‘전신 건강회복으로 만성피부질환에 유리’하다는 점이며, 단점은 ‘효과가 완만해 급성 염증성, 극심한 소양증 조절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반면, 양방의 장점은 ‘빠른 효과로 치료과정을 편하게 이끌어 준다’는 것이고, 단점은 ‘대증적 치료의 한계로 재발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환자의 입장에서는 고통스러운 자신의 증상을 여러 번 반복해서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진료시간이 단축돼 진료 만족도도 높고, 치료과정에 대한 신뢰도 또한 높다고 한다.
협진이 활성화 돼 있지 않은 현 시점에 협진에 대한 좋지 않은 시각, 보험수가의 문제점을 비롯한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들이 많이 있지만, 환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면 어떠한 어려움도 감수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 advice | 성공적인 협진을 위한 자세 □

▲ 학문적으로 오픈된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내 것을 펼친다는 생각보다는 상대의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입장이 우선돼야 한다.
▲ 협진으로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는 질환을 선택해야 한다.
나와 상대의 장점이 동시에 드러나야 동등한 입장에 설 수 있다.
▲ 환자의 입장이 제일 먼저 고려돼야 한다.
환자의 필요에 입각한 협진시스템이어야 하며, 나만의 생각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 같은 배를 탄 운명공동체로 미래 지향적 관계를 확립해야 한다.
개인적 희생은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하며, 같은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같이 노력해야 한다.
▲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관심 있는 질환에 치료율을 높일 수 있는 임상협진시스템 확립과 사전 검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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