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69] 茶經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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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269] 茶經②
  • 승인 2005.11.2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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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맑혀줄 한모금 藥露

전호에 이어 차에 관한 正傳으로 대접받는 이 책의 내용을 좀 더 살펴보기로 하자.

제5장부터는 본격적으로 차를 다리는 방법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차를 덖는 방법부터 찻물을 고르는 방법, 차를 우려내고 맛을 내는 방법 등 자상하고 세밀한 묘사가 돋보인다.

제6장에는 차를 마시는 이유가 적혀 있다. “혼미함을 쫓으려고 차를 마신다[蕩昏昧, 飮之以茶]”라고 하여 마시는 이유를 설명하였고, “차를 마시는 것은 신농씨로부터 시작되었다[茶之爲飮, 發於神農氏]”라고 하여 그 기원을 밝히고 있다. 또한, 차를 마시는 자세와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茶道’라고 할 만큼 정성과 법도를 중시했음을 알 수 있다.

제7장에는 차에 얽힌 옛 이야기들이 적혀 있다. 神農氏, 周公 등 역대 인물들이 차를 마시고 즐긴 故事를 간략히 밝혀 놓았고, 옛 문헌에 등장하는 차에 관한 언급들도 빠뜨리지 않고 세심하게 모아 놓았다. 이 가운데 “신농의 『식경』에, 차를 오래 복용하면 힘이 솟고 기분을 즐겁게 한다[神農食經, 茶茗久服, 令人有力悅志]”라고 말한 부분이 들어 있어 눈길을 끈다. 이 문구는 차의 의학적 효용을 기술하고 있거니와, 『神農食經』이라는 책의 존재를 암시하고 있는 대목이다. 이 문구는 실제로 가장 오래된 약물학서로 널리 알려져 있는 『神農本草經』에는 정작 茶에 관한 언급이 없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구절이라 할 수 있다.

제8장은 차의 생산에 대하여 적고 있다. 당나라 당시의 감찰구역에 따라 전국을 열 개의 지역으로 나누고, 각 지방마다 가장 품질 좋은 차를 소개해 놓았다. 또한, 다른 지역에서 산출되는 차의 품질에 대해서도 설명해 놓았다.

제9장은 차의 생략에 대하여 적고 있다. 즉, 당시에도 차를 만들고 우리고 먹는 것은 매우 번거로운 일이었던지, 여러 단계 중에서 생략이 가능한 것들을 모아 설명해 놓은 부분이다.

제10장은 제목으로 보아 앞에서 언급한 도구들을 그림으로 그려 놓은 것 같다. 그러나 오랜 세월을 지내는 동안, 망실된 탓인지 인쇄상의 어려움 때문인지 이 판본에는 그림이 생략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다경』에 쓰여 있는 차에 대한 설명들이 현재와는 다른 점이 많다. 그것은 요즘 차에 뜨거운 물을 넣고 우려 마시는 방법[泡茶法]과는 달리, 당나라 시대는 떡차를 빻아 가루로 내어 솥에 푼 다음 끓여 마시는 방법[煮茶法]이 성행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당시에는 떡차(餠茶)를 보관하고 제조하는 것이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는데, 이러한 사정이 이 책 속에 여실히 나타나 있다. 더불어 唐代 이전의 茶에 대한 다양한 기록이 풍부하게 실려 있다.

고려나 조선시대의 문집에서 간간이 『다경』에 관한 언급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히 일찍부터 우리나라에 전해져 읽혔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이는 정황을 유추해볼 수 있을 뿐, 안타깝게도 이 책이 우리에게 처음 도입된 시기나 간행한 흔적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고 있다. 일찍이 강진에서 유배 생활하던 다산 선생이 차를 보내달라고 애걸하는 글인 「乞茗疏」 가운데도 “내가 요새 차에 걸신이 들려 차를 약으로 삼아 먹는다오. 茶書 가운데 妙法은 오로지 陸羽의 『茶經』 3편에 능통해야 하고, ……”라는 문구가 있어 우리나라의 茶道 역시 이 책을 기본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조선 후기에는 艸衣스님의 『東茶頌』과 함께 이 책이 우리나라 다도의 기본서로 병칭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근세 茶僧인 茶松子가 『東茶頌』을 비롯한 차에 관한 글을 모아 베껴둔 필사본 『栢悅錄』에는 다음과 같은 자작 茶詩가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해동의 초의스님 동다송을 진작 읽고(曾觀海外草翁頌)
당나라 육우 지은 다경도 다시 살펴(更考唐中陸子經), ……”
세상살이 俗塵에 휩싸이다가 불현듯 苦惱를 씻어줄 가을 날씨처럼 맑고 깨끗한 차 한 잔이 애타게 그리워지곤 한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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