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생리학강좌] 六腑의 출입과 방어작용(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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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생리학강좌] 六腑의 출입과 방어작용(2)
  • 승인 2005.11.1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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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열
청풍학회 회장, 경기 수원 CNC한의원


한의학의 변증론치는 인체를 이해하는 대단히 유용한 도구이다. 오장의 승강과 육부의 출입을 이해한다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시스템으로서의 인체를 이해하는 훌륭한 방법인 것만은 사실이다.
한의학의 강점이 내과질환의 치료에 있지만 근세를 거치면서 해부학과 생리학의 발전이 단절되면서 너무 관념적인 논치에만 매달린 결과 ‘눈에 보이는 무엇’을 제시하지 못하고 뜬구름 잡는 의학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었다.
여기에 ‘양방생리’와 ‘진화생리’를 도입함으로써 한의학의 진일보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 우선 ‘육부의 출입과 방어작용’에 대해 한양방을 아우르는 설명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필자 주>


■ 저작과 연하 부숙작용 ■

지난 호에 언급한 바와 같이 육부는 인체 방어의 최전선이다. 육부가 무너지면 오장병인 것이다.
육부가 뚫린다는 것은 이미 중병으로의 이환을 말한다. 그래서 육부의 출입을 조절한다는 것은 예방의학적 의미가 있다. 이것이 양생의 기초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우리는 먹음직스런 음식을 보거나 배가 고플 때, 색성향미촉법이라는 識을 통해 인체의 오감이 자극되고 오감의 자극은 정보전달을 통해 시상하부의 섭식중추를 자극한다.

음식이 구강으로 전달되면 침샘의 분비가 촉진되고 많은 장액과 소화액이 흘러나온다. 여기에는 설리파제와 설아밀라제가 포함된다. 이들은 지방과 탄수화물의 1차 소화를 담당한다. 파로틴이라는 노화방지호르몬도 나온다.
또한 타액은 음식과 섞여 연하를 돕게 된다. 물론 음식과 함께 묻어온 많은 이물질들(유해독소와 미생물)을 제거하기 위한 면역물질(IgA)도 분비된다.
이와 같이 구강의 저작기능은 타액의 분비를 통한 소화작용의 준비와 첫 번째 방어작용을 수행한다. 타액은 하루 약 1리터 정도 분비된다.

구강을 지난 음식물은 식도를 통해 위장으로 전해진다. 식도는 인후부에서 기도와 식도로 나누어지게 되는데, 해부학적 구조상의 불합리로 인하여 여러 가지 문제들을 일으킨다. 사레가 든다든지, 기도폐쇄가 일어난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또한 식도하부는 위의 기능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胃主絳’의 기능에 장애가 발생하면 위는 음식물을 아래로 흘려보내지 못하고 상부로 역류하게 되는데, 위장만큼의 방어력을 갖추지 못한 식도는 위산의 공격을 이기지 못하고 타버린다. 이것이 역류성식도염이다. 그래서 역류성식도염의 치료는 염증의 치료가 아니라 ‘胃主絳’의 기능을 살려야 한다.

위장의 기능은 ‘胃主受納’, ‘胃主絳’, ‘胃主腐熟’인데, 먼저 ‘胃主絳’에 대해 알아보자. 사실 소화관 전체의 기능이 ‘上에서 下로의 이동’이다.
그 분수령이 십이지장인데, 십이지장 상부까지의 문제 즉, 음식물의 문제이든 소화장애이든 위가 이것을 간직하기 어려울 때 구토를 통해 독소를 구강으로 배출시킨다.
‘胃主絳’에 의해 문제가 없었던 음식물이 소장이하에서 문제가 다시 발생하면 이때는 ‘설사’라는 작업을 통해 없애버리게 된다. 여기에 ‘胃主絳’의 묘미가 있다. 위장은 부숙이라는 과정을 통해 음식물을 소화흡수의 전단계로 만들어낸다. 펩신과 위산으로 음식물을 죽상으로 만들고 강력한 위산은 살균을 마무리 한다.

위장의 점막은 방어인자와 공격인자사이에서 평형을 유지하고 있는데, 만약 외사가 침입하거나 내부의 평형이 깨지게 되면 질병을 유발한다. 위장의 점막은 점액을 점막세포 표면에 도포하여 위산과 펩신 그리고 음식물로부터의 공격을 방어한다.
그러나 일부분 점막이 씻겨 나가게 되면 염증과 궤양이 발생하고 쓰림과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외부적 공격인자로는 술과 약물(아스피린 등), 자극성 음식물, 고형음식물 등이 있다. 내부적 공격인자로는 칠정과 음양의 불균형을 들 수 있다.

위장병의 치료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한열의 구별이다. 육부는 양의 기관으로 항상 양화기가 충만한 곳이다. 반대로 양화기의 부족은 질병을 야기한다.
구강에서 항문까지 하루 약 10리터의 수액이 장내로 흘러들어오고 또 흡수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양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또한 인체를 유지하는 에너지의 원천을 흡수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육부의 치료에서 있어서는 淸熱의 방법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우리들은 늘 습관적으로 淸熱之劑를 사용해 왔다. ‘胃熱’이라는 미명아래 말이다.

지난호에서도 말했지만 위장점막의 세포교체주기는 대단히 짧다. 약 3일 정도면 모두 교체된다. 그래서 아무리 심하게 급체하더라도 3일 정도 지나면 저절로 낫는다.
치료는 단지 조금 도와주기만 하면 된다. 이러한 상태가 급성의 상태이고 ‘熱症’의 상태이다. 이때 잠시 청열의 방법이 필요할 뿐이다.
대부분의 위장질환은 열의 상태보다는 한의 형상을 나타낸다. 위장으로의 혈류량이 줄어들어 질병이 발생한다. 또한 ‘制’에 빠진 위장이 아니라면 정상적인 ‘혈액’의 흐름만 만들어 준다면 대개 쉽게 회복된다.
이렇게 급성 열증의 상태일 때 평위산, 곽향정기산, 오패산 등의 산제가 사용되고 공격인자를 약화시키는 방법으로 장점막의 재생을 돕는다.

하지만 위장의 질병이 만성으로 접어들면 이러한 방법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위장질환의 속쓰림은 열증과 한증에 모두 나타난다. 공격인자인 위산이 과다해도 쓰리지만 방어인자인 점액이 부족해도 쓰린다.
급증 열증으로 쓰린 위장에는 제산이나 청열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만성 한증으로 방어인자의 부족으로 인한 쓰림에는 청열과 제산이 오히려 해가 된다는 말이다.

양의학의 맹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열증으로 쓰려도 제산제, 만성으로 쓰려도 제산제를 준다. 심지어 위산의 생산을 막는 프로톤-펌프억제제까지 투여한다. 그런데 한의사들도 같은 방법을 쓰는 경우가 많다. 寒熱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증은 대개 그대로 두어도 낫는다. 왜냐면 육부는 양화기가 넘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반면 만성으로 질병이 이환되면 양화기를 살려주는 치료를 해야 한다. 즉 정상적인 혈류량을 확보해주어야 하는데, 이것이 안중산에서 계지 반하 양강 등 온열제를 선택하는 이유이다. <계속>

필자약력
▲동국대 한의대 졸업, 동교 대학원 부인과학 석·박사
▲동국대 한의대 외래강사 역임
▲현 경기도 수원시 한의사회 보험이사, 청풍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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