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감각의 박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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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감각의 박물학
  • 승인 2005.11.0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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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은 세상을 이해하는 통로

이 책에서는 세상은 감각들의 구성물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오감의 동물이면서 오감을 자유자재로 섞어내는 존재다. 감각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통로인 동시에 유혹의 채널이요 매력을 가능케 하는 통로인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감각적인 경험을 즐겼던 사람은 눈이 보이지 않고, 귀도 들리지 않고 말까지 할 수 없었던 삼중장애를 지닌 헬렌켈러라는 생각이 든다. 헬렌켈러는 나머지 감각을 섬세하게 조율하여 관악기와 현악기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의사이면서도 오감에 대해 얼마나 무디게 살고 있는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著者는 감각이 어떻게 진화해 오고 확장 될 수 있는지 그 한계는 무엇이며 우리가 이 세계를 한껏 즐기는데 어떤 가르침을 줄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면 촉각부분에서는 신체접촉이 아동발달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서술하는 내용을 보면 진료에서 어떻게 환자를 대해야 할까 하는 비전이 보인다. 또한 작가는 오감에 공감각을 강조한다. 우리가 사는 디지털시대는 감각을 재통합하는 것을 요구한다. 공감각은 함께 지각한다는 의미를 나타내는데, 본질적으로 사람의 감각들인 오감은 감각들이 서로 뒤섞인 공감각이다.

뛰어난 감각을 뽐낸 상징주의 시인인 보들레르는 소리는 향기로 번역될 수 있고, 향기는 시각으로 번역될 수 있으며, 소리의 채색도 가능하다고 하였다. 감각은 모든 이들과 연결시켜 주는 사슬이자 그 확장이다. 감각의 문을 활짝 열고, 느낌이나 감성, 감각의 로직을 익히면 마주하는 세계가 달라져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느낌, 감성, 감각의 로직이 작동하려면 세상을 향해 오감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예부흥으로서의 르네상스는 풍성한 오감의 균형시대였다. 이후 근대는 오감불균형의 시대, 시각우위의 시대라고 보았다.

비선형적이고 입체적이었던 고대적 상상력을 복원해야 하고 감각을 살려야 한다. 문명과 기계의 발달로 인간의 오감은 퇴화되고 있다. 이 책은 풍요로운 삶을 살려면 방치했던 오감을 재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상은 감각의 달인을 요구한다. 불균형된 오감을 다시 균형에 맞게 맞춰야 하고, 시각의 편향에서 벗어나 다른 감각들을 일깨워야 한다. 변화는 함께 어울려 놀 때 내 것이 된다. 감각의 놀이터에서 변화와 함께 놀 수 있는 사람이 사람을 점령하고 미래를 이끈다는 말이 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일사분란함이 최고의 가치였지만 디지털시대는 차이가 곧 가치다. 차이를 드러낼 수 없는 것은 도태된다. 갈수록 어려운 시대에 색채요법이나 향기요법 등 나만의 차이가 나는 한의원이 무엇인가를 깊이 있게 고민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감각이라는 레이더망을 통하지 않고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은 없다. 오감을 총동원해서 진찰하는 醫者라면 깊어가는 가을에 한번쯤 강독을 권하고 싶다. <값 2만2천원>

김진돈
서울 송파구 운제당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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