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나의 삶41話·下] 신홍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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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나의 삶41話·下] 신홍일 원장
  • 승인 2005.11.0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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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醫壽世保元註解’ 집필하며 행복느껴”

경기 고양시 신홍일한의원 신홍일 원장


■ 사상의학 강의요청 쇄도

1998년 즈음에는 동료와 선후배 한의사들의 요청으로 사상의학 강의를 시작했다. 처음엔 진료실에서, 다음엔 건물 지하실과 옆 강의실 등을 빌릴 정도로 점점 인원도 늘고 강의요청은 쇄도했다. 2001년에는 10회에 걸친 본지 초청강의로 호응을 얻기도 했다. 지금은 매주 수요일 경희대 한의대 대학원 원전의사학교실에 출강 나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강의를 쉬고 있다.

이러한 강의들을 계기로 지난 2000년 5월에는 약 3년 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東醫壽世保元註解’(대성의학사 刊)를 펴냈다. 집필하는 동안 이제마 선생의 말씀을 알아듣고 삶에 있어 공감하는 내용들이 많아 그에게 이 시기 만큼 행복한 때는 없었다.
신 원장은 책을 쓰면서 뭔가 잘못한 게 있을 것 같고 부족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그 스스로가 느낀 행복만큼이라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책에는 소위 말하는 비방이나 임상례 같은 것은 없다. 그저 책 안에서 마음껏 놀면 자연스럽게 임상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 사상의학에 대한 관점

신 원장은 이제마 선생은 모든 질병의 원인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 했다. 치료도, 삶 자체도 모두 마음에 있고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삶이 수세보원하는 삶이 된다는 것이다. 즉 수세보원이란 인간답게 사명을 다하는 삶이며 그런 삶을 보존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사과나무로 태어나서 사과밖에 못 연다고 했을 때, 천년 전에는 사과의 가치가 컸는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면 이는 세상의 흐름에 의한 가치기준 때문이지 하늘이 부여한 가치기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사과나무가 있고 배나무가 있고 포도나무가 있는데 모두 각각의 가치가 있고 그 시대의 가치기준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부여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가치를 알게 하려고 애쓴 것이 ‘사상의학’이라고 했다.
시대적 흐름 속에서 가치적으로 따져서 ‘저건 필요없고 이건 쓸모있고’가 아니라 원래 인간이 태어난 것에 대한 가치로서 사람을 바라는 것. 그래야 남을 인정할 수 있고 존중할 수 있게 되며, 서로 존중하는 사회가 되는 것인데 그걸 바라고 쓴 것이 바로 ‘사상의학’이라는 해석이다.

■ 한의학의 미래는 밝다

신 원장은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주변여건 때문에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망한다는 건 정신이 망한다는 걸 뜻한다는 것이다. 한방도 내부적으로 충실한 것이 중요하지 외부여건 쳐다보고 신세한탄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사과나무가 시대적 상황이 바뀌었다고 배가 열리는 것은 아닌 것처럼 한의사도 한의사로서의 사명이 있는 것이므로 진짜 한의사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조상들이 무엇 때문에 애썼는지를 생각하면 답은 거기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신 원장은 “사람들이 자꾸 현실화, 실용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사실은 한의학적인 걸 이미 잃어버린지 꽤 오래되었고, 말만 한의사지 껍데기만 남아 있고 실질적인 건 사라져버린 거죠. 그러면서 한의학의 현실을 따지는 것이 답답할 뿐”이라고 했다.
“한의학 스스로가 사라진 거에요. 세상 흐름 좇아간다고 내 것을 버리고 있는데 남의 말 빌려다가 활용하는 식이 되면, 빌려다 쓰는 건 쉽지만 답이 안 나와요. 궁극적으로 내 것을 더해서 그 속에서 진정한 답을 구해야 된다는 것이죠.”

한의학은 일제 36년과 더불어 거의 100년을 잃어버린 세월이기 때문에 그 단락된 세월을 다시 찾아 이으려면 아직 한참은 더 걸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후배들도 그렇고 열심히 하는 한의사들이 눈에 띄게 있어 그래도 10년 사이에 많이 발전했다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는 않았다.
“한의학의 미래는 밝아요. 굉장히 우수한 학문이기 때문에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학문이고, 주변 여건에 의해 통하지 않게 되면 자연스럽게 궁리하게 돼 있어요. 그렇게 되면 한의학의 진수를 맛보게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러면서 뻗어나가게 되는 거죠.”

그는 양방적인 학문체계와 가치기준으로 한의학을 보려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며 한의학 자체의 우수성을 찾아 그 가치를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의학의 장점은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하는 것에 있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양방에서 암을 치료하는데 방사선치료를 했을 때, 환자에게 암세포가 얼마나 죽었는지는 알려주지만 정상세포가 얼마나 죽었는지에 대해서는 정보를 제공해 주지 않고 수치만 보면서 나아지고 있다고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한의학은 옛날부터 환자가 어떻게 느끼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생명체에 대해서는 환자가 느끼는 것이 제일 정확하다고 했다. 인간이란 생명체는 물질로만 되어 있는 것이 아니므로 데이터로 인간의 모든 것을 뽑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신 원장은 “생명체거든요. 통계자료라는 수치가 과연 나를 얼만큼을 보고 있는 것인지 사실 10%도 안 되는 가치기준을 가지고 그걸 하면 과학이고 안 하면 비과학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 이치”라면서 “우리 것의 가치기준을 찾아서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치료를 해나갈 수 있을 때 진짜 우리 것, 자기 것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 텃밭 가꾸며 한의학 전하고 싶어

요즘 그의 유일한 취미는 진료를 마친 후 집근처 텃밭에 들러 채소를 가꾸는 일이다. 오이, 시금치, 배추 등 생명이 커 가는 것을 보며 즐거움을 맛보고 있다. 그래서 여건만 주어진다면 10년 안에 시골로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좋아하는 책도 보고, 시골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의학 강의도 하고 싶다. 또 정말 마지막에는 사람이 무엇인지, 삶이 무엇인지 궁금했던 만큼 ‘삶’을 주제로 한 에세이를 쓰고 싶은 소망도 있다.
신홍일 원장은 송숙영(44·약사) 씨와의 사이에 장남 현우(대구한의대 1년)군과 차남 진우(고2)군을 뒀으며, 형제중에는 신 원장의 막내 동생인 성일(42) 씨가 현재 서울 강동구 제원한의원 원장으로 있다.

고양 = 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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