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존스의 일기 - 열정과 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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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존스의 일기 - 열정과 애정
  • 승인 2005.10.2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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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몸 따로, 마음 따로?

얼마 전, 대한민국을 삼순이 신드롬에 빠지게 했던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를 기억할 것이다. 삼순이 역할을 맡은 배우 김선아가 일부러 살을 찌울 정도로 삼순이는 기존의 영화나 드라마의 여자 주인공과 달리 몸매도 뚱뚱하고, 집안도 좋지 않고, 뭐 하나 잘난 데 하나 없는 여자지만 우연하게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나면서 사랑을 하게 되는 판타지를 선사해 주었다. 그로 인해 우리는 드라마가 방송 되는 날에는 ‘나에게도 이런 사랑이~’를 꿈꿀 수 있는 행복한 상상에 빠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다보면 문득 몇 년 전 로맨틱 코미디 영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브릿지 존스의 일기>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영화 속 주인공 브릿지 존스 역시 역할을 맡은 르네 젤위거가 몇 kg의 살을 찌울 정도로 뚱뚱한 몸매이면서, 남자 친구 하나 없는 여자였지만 갑작스럽게 멋진 남자들 사이에서 행복에 겨워한다. 물론 대한민국의 삼순이와는 다른 모습이 많지만 브리짓 역시 전 세계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데에는 손색이 없었다.

애인이 생긴 브리짓 존스(르네 젤위거)는 완벽한 남자 마크(콜린 퍼스)의 품에 안겨 달콤한 사랑에 푹 빠진다. 하지만 브리짓은 여전히 술과 담배를 사랑하고, 날씬함과는 거리가 먼 아줌마 몸매로 끝나지 않는 살과의 전쟁을 계속한다. 이 때 매력적인 변호사인 마크에게 섹시한 마크의 인턴 직원이 접근해 오고, 질투심에 사로잡힌 브리짓은 그녀와 마크와의 관계를 의심하면서 그 둘 사이의 연애 사업은 점점 꼬이기 시작한다. 바로 이때 그녀의 눈 앞에 다니엘(휴 그랜트)이 다시 나타난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 열정과 애정>은 1편과 연속되는 이야기로 1편 말미에서 마크의 프로포즈를 받고 연애를 시작한 브리짓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이처럼 연속성을 띈 속편이기에 1편에 등장했던 배우들이 계속 나오고, 훨씬 더 편한 상황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 또한 속편이기에 자연스럽게 영화의 스케일이 커졌고, 그만큼의 볼거리를 많이 제공해준다. 내용에서도 남자 친구를 어떻게 하면 사귈 수 있을까라는 고민하던 것과 달리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의 또 다른 갈등을 표현하면서 좀 더 다양해진 이야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결말이 예측가능한 이야기와 여성 캐릭터에 대해 바라보는 관점이 너무나 할리우드식으로 변질된 듯한 느낌이 들면서 전편에서 보여주었던 신선함이 많이 줄어든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유쾌한 유머와 르네 젤위거만의 브리짓 연기는 여전히 영화 보는 즐거움을 선사해주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김삼순과 비교해서 본다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2004년 크리스마스에 개봉해서 애인 없는 솔로들의 마음을 서럽게 했던 <브리짓 존스의 일기 - 열정과 애정>은 10개월이 지난 지금 안방극장으로 찾아와 이 가을을 외롭게 보내고 있을 옆구리 시린 청춘들을 또다시 괴롭히고 있다. 하지만 브리짓과 삼순이에게 찾아온 판타지를 꿈꾸며 본다면 혼자서라도 즐기기에는 충분하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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