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65] 醫門少초
상태바
[고의서산책265] 醫門少초
  • 승인 2005.10.28 15: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疫病의 길목에서 적은 輪症 가감방

이 책은 저자와 저술연대를 알 수 없는 필사본 의방서로 淨寫하여 1책으로 엮어있다. 전문은 110면 분량이며 서발이나 목차 없이 주제별로 문항만 나누어져 있다. 몇 차례 소장자가 바뀌었던 듯 두 세 개의 장서인이 겹쳐 찍혀 있다.
예전에는 필사본도 印本과 마찬가지로 책의 효용성을 그대로 인정받아 팔고 사는 대상이 되었다. 동네마다 代書를 업으로 삼아 책을 베껴주는 서생이 있었고 행세하는 집안의 사랑에는 으레 솜씨 좋은 필객이 드나들곤 하였다.

본문은 寒門, 雜病門, 癰疽門, 婦人門, 小兒門, 雜方, 用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運氣를 토대로 처방을 구성한 흔적이 역력하고, 책의 말미에 “子振揚威, 丑振古道, 寅振虎雲, 卯振貴人, 辰振水井, 巳振德龍, 午振破土, 未振葛茁, 申振風雲, 酉振右道, 戌振可斷, 亥振南走, 吾身之連脈而使與伏連兎斷卽走하리라.”라는 呪文인 듯한 내용이 첨부되어 있다. 正書한 본문의 앞뒤에 獵蟲丸, 大風丹, 生瘡方 등 흘려 쓴 몇 개의 처방들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것은 후대의 소장자가 자신의 愛用方을 추록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가장 많은 내용을 차지하는 것은 맨 앞에 나와있는 寒門이다. 寒門은 다시 內傷外感幷病, 곽亂, 兩感, 孕婦傷寒, 四時感冒治法, 運症初痛急症, 輪症육血, 己未年夏節輪症治法, 夏令運感, 腰痛治法, 辛巳年瘟熱治法, 溫疫治法 등의 세부항목으로 나누어져 있다.
본문의 주요내용은 각 항목에 해당하는 처방에 관한 내용들이다. 처방명, 약물구성, 효능 및 가감법의 순서로 되어있다. 이하의 雜病門, 癰疽門, 婦人門, 小兒門, 雜方, 用藥은 주로 처방의 구성약재와 주치증 등을 나열하였다.

寒門에는 神契충和湯, 正傳충和湯, 當歸영芍湯, 加味理陰煎, 加味瓜체散, 加味五영散, 柴영湯, 加味理中湯, 藿香正氣散, 五積散, 半桂湯, 加味桂枝湯, 升麻葛根湯, 小柴胡湯, 附子細辛湯, 蔘萸湯, 加味白虎湯, 加味黃龍湯, 茯영桂甘湯, 加減충和湯, 加減四逆湯, 歸桂湯, 加減桂영湯 등 107개의 처방이 수록되어 있다. 雜病門에는 비蓮心身湯, 加味雙和湯, 和血續斷湯 등 57개의 처방이 수록되어 있다. 癰疽門에는 加味藿正散, 消托飮, 三仁膏, 瓜蔞芷敗湯 등 19개의 처방이 수록되어 있다.

婦人門에는 保安湯, 兩全湯, 加味佛手散 등 34개의 처방이 수록되어 있다. 小兒門에는 加減淸靈湯, 加味交感湯, 再調淸靈湯 등 6개의 처방이 수록되어 있다. 雜方에는 神聖丹, 加味雙補丸, 救急丹 등 26개의 처방의 수록되어 있다. 用藥은 手少陽, 足少陽, 手太陽, 足太陽, 手陽明, 足陽明, 手少陰, 足少陰, 手厥陰, 足厥陰, 手太陰, 足太陰, 肝經, 心包經, 心經, 腎經, 肺經, 脾經, 十二經通用으로 항목을 나누어 각각의 귀경별 해당 약재를 열거해 놓았다.

이 책의 본문에는 運症初痛急症, 輪症육血, 己未年夏節輪症治法, 夏令運感, 辛酉年瘟熱治法 등 유행성 질환에 대처한 치료기록들이 남아 있다. 특히 順理和解湯의 설명에는 ‘專治己未夏節輪症’이라는 표현이 남아있어 1619년의 ‘여氣大熾’라는 기록과 유관해 보인다. 이같이 역병에 대처한 방제의 가감운용 실례가 실려 있고 기존에 알려진 의서와는 내용이나 체제가 달라 연구가치가 비교적 높은 귀중한 자료이다. 수록된 방제의 구성도 보편적으로 통용되던 기존의 『東醫寶鑑』이나 『醫學入門』의 내용과는 계통이 다르기 때문에 조선의학의 또 다른 면모를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수록 처방은 기존의 중국의서나 한국의 선대 방서에서 보이지 않는 새로운 형태이다. 또 기성 의방서에 수록된 방제라도 모두 ‘加味’나 ‘加減’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어 가감 변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수록내용의 요처는 역병 유행시 경험한 상한처방의 기록으로 매우 중요한 사료적 가치가 있다. 수백년 전해지던 소중한 경험기록은 오늘도 뜻있는 연구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42)868-9442

▶ 정정 : 지난 호(534호 內經纂要) 내용 중 ‘庚子重陽瞻’은 ‘庚午重陽謄’의 오기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