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63] 精氣神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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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263] 精氣神論
  • 승인 2005.10.1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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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피어나는 한일의학 교류

올 봄 ‘辛卯使行과 醫學問答’(246회, 5월 23일자) 그리고 ‘良醫 奇斗文의 行跡은 어디에’(247회, 5월 30일자)란 제목으로 연거푸 『桑韓醫談』이란 의학문답을 소개하였다. 일본의 유명한 의학자로 알려진 北尾春圃가 1711년(肅宗 37) 조선통신사 일행으로, 大垣의 桃源山 全昌寺에 머무르고 있던 醫官 奇斗文을 방문하여 나눈 문답을 기록한 것이다.

北尾春圃의 저술로는 앞서 말한 『桑韓醫談』(1713년刊)과 『提耳談』(1807년刊)이 있으며, 이외에도 『當壯庵家方口解』, 『上池釣魚』, 『察病精義論』 등이 사본으로 전한다.
『桑韓醫談』의 주요 내용은 그가 활약했던 大垣의 시립도서관에 『朝鮮國奇嘗百軒筆語』라는 제목의 異種 사본이 남아 있어 조선의학과 기두문으로부터 받은 영향이 대단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오늘은 그 후속편쯤에 해당하는 것으로 훗날 다시 자신의 의론과 견해를 밝힌 의론서 『精氣神論』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이 책의 전문은 37장의 작은 책자로 이루어져 있고 필사본 3권1책으로 되어 있다. 현재 일본의 유명한 의사학자인 富士川游의 가장본이 게이오(慶應)대학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교토(京都)대학과 杏雨書屋에도 역시 寫本이 소장되어 있다고 하니 당대에 이미 널리 읽혀졌을 것으로 보인다.
『精氣神論』의 첫머리에서는 『동의보감』 내경편의 정기신론을 의식한 듯, 하늘에는 日, 月, 星의 三寶가 있고 사람에겐 精, 氣, 神의 세 가지 보물이 있다고 천명하면서 이것을 의학의 기본 3요소로 보았다.

서문은 1719년 조선통신사의 製述官으로 방문한 申維翰의 글을 받아 실었는데, 이때에도 北尾春圃는 春竹, 春倫, 道仙, 春乙, 春達 등 아들 다섯을 대동하고 부자 6인이 통신사 일행을 쫓아가 밤늦도록 필담을 나누었다고 한다.
이 때의 정황은 신유한의 『海遊錄』에도 기록되어 있는데, 日本聞見雜錄에 北尾春圃는 호가 當壯庵으로 자신이 지은 『정기신론』 등 몇 권의 책을 가지고 와서 서문을 요청하였다고 적고 있다. 신유한은 나중에 對馬島 귀국길의 뱃머리에서 서문을 지어 보낸 것으로 보인다.

목차는 精之部, 氣之部, 神之部로 크게 나누고 각각 소제목 아래 의론이 펼쳐져 있다. 책의 말미에는 부록으로 조선의원으로 보이는 東華醫員 小心軒의 ‘題春圃命門辨說後’ 그리고 저자와 그의 아들 道仙의 발문이 붙어 있다.
이에 따르면 『정기신론』과 아울러 아들 春倫이 엮은 心下虛實論을 함께 실었으나 나중에 수정하면서 빼냈다고 한다.

본문은 ‘或曰-’과 ‘問曰-’로 시작하는 문답체의 經論으로 시작한다. 이어 張氏命門元氣, 腎間動氣, 元精, 後天精水, 補瀉之要, 補火之辨 등 6종의 의론이 실려 있다. 張景岳의 眞陰眞陽論을 바탕으로 命門의 火를 보하는 적극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어 察元精施治之要에는 元精이 마르지 않은 사람은 危症이라도 죽지 않는다는 驗證例 8편을 실어놓았다. 상세한 辨症施治와 함께 간혹 考案이 달려있어 의안으로 읽어 보기 좋다.
이하 ‘氣盛于上元精虛于下之症’ 2례, ‘氣虛于上元精蓄於下之症’ 4례, ‘可辨元火與元精之證’ 1례가 수록되어 있다.

또 ‘後天精水所生之要’에는 ‘兼補先天元氣後天精水之證’에 1례, 補에는 ‘後天精水生於氣運化穀氣者胃氣也補腎不若補裨之證’에 2례, 瀉에는 ‘脾胃鬱滯則不思食無穀氣則五液枯渴之證’ 4례가 들어 있는데, 이 가운데는 ‘予年三十八初秋勞役感風寒……’으로 시작하여 ‘今年二十餘年而動作未衰矣’라 적은 자신의 투병담까지 그대로 분석하여 고찰하였다. 또 火, 溫, 溫補, 凉 등의 소제목 아래 모두 16례의 의안이 적혀 있다.

氣之部에는 氣, 格言, 先天胃氣, 先天之元氣甚微者以人蔘得全之辨 등의 의론이 실려 있고 投人蔘或當不當之證 등의 제목으로 30여 편의 의안이 들어 있다.
神之部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문답체의 몇 가지 의론을 실은 후 精神速去之證 등에 8편의 의안이 실려 있다. 전체적으로 장개빈의 이론을 뒷받침하여 자신의 임상경험을 통한 의안을 곁들여 놓은 의론집이라 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조선의학과의 밀접한 교류과정을 통해 진보를 이루었기에 더욱 깊은 의미가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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