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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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 승인 2005.10.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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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뮤지션들의 재탄생

요즘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면 ‘높다’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점점 깊어 가는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 물론 일교차가 심한 날씨 탓에 감기 몸살을 앓기도 하고,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에 왠지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휑함을 느끼는 소위 ‘가을 타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럴 때 일수록 한 편의 영화로 우울한 마음을 달래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얼마 전 한 예술 영화 전용관에서는 2001년에 개봉되었던 <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라는 영화를 다시 상영했고, 그 즈음 <더 바 브에나 비스타>라는 뮤지컬이 상연되기도 했었다. 비슷한 시기에 영화와 뮤지컬이라는 매체는 다르지만 쿠바 음악을 소개하는 두 작품이 선 보이면서 잔잔하게 관객들을 쿠바 음악의 세계로 이끌었다.

<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쿠바의 뮤지션들이 노래를 부르던 장소이다. 하지만 뮤지션들은 혁명으로 쿠바의 체제가 사회주의로 전환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한 채 사회주의의 일원이 되었고, 클럽은 사라졌다. 많은 시간이 흐른 후, 음반 기획을 하는 라이 쿠더에 의해 예전의 쿠바 뮤지션들이 다시 뭉쳤고, 그들이 활동하던 클럽의 이름을 딴 음반을 발매하게 되었다. 이 음반은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게 되었고, 황혼의 뮤지션들이 보여준 열정에 감동한 라이 쿠더는 같이 작업을 하던 빔 벤더스 감독에게 이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자고 제의하게 되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쿠바의 뮤지션들은 영화 속에서 재탄생 되었고, 단순히 카스트로 독재와 시가의 나라로만 기억하던 쿠바의 음악이 가진 생명력을 느끼게 해주었다.

영화의 내용은 그들이 암스테르담과 뉴욕에서 공연한 실황 장면과 뮤지션들이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소개하는 인터뷰들이 교차 편집 되어서 보여준다. 다큐멘터리 영화이기 때문에 선뜻 손이 가기 힘들 수도 있지만 한 번 선택하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영화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영화에는 황혼의 뮤지션들의 삶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선율을 직접 들을 수 있으며, 음악에 대한 그들의 열정을 한 번에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외모와 춤 같은 자극적인 부분만을 강조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우리 가수들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살아있는 음악의 힘과 70~90대가 된 그들의 인생 이야기 속에서 우리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안타깝게도 영화 속 뮤지션들 중 이제 세상에 없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황혼에 되찾은 음악 인생을 매우 행복하게 느끼며 이 세상을 떠났을 것이다. 황혼이 되어서도 우리는 어떤 열정을 품고 살아가고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주게 되는 <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가을 타는’ 사람들의 허전한 마음을 감미로운 쿠바 음악의 선율로 감싸줄 수 있는 영화이다. 올 11월에 마지막으로 남은 보컬리스트의 내한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영화를 먼저 감상하고 난 후 한 번 쯤 직접 가서 그들의 음악을 듣는 것도 이 가을의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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