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기] 미국 藥因性간손상 심포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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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기] 미국 藥因性간손상 심포지엄
  • 승인 2005.10.0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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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연구성과와 연구자 네트워크 구축 필요”


장인수
우석대 한의대 한방내과 교수·한의약안전성연구회 총무이사


필자는 지난 9월 16일부터 18일까지 미국 애틀란타 Emory conference center에서 열렸던, 미국간질환학회(American Association for the Study Liver Diseases :AASLD)에서 주최한 약인성간손상(Drug induced liver injury)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이 학회는 북미에서 가장 규모가 큰 간질환학회이며, 이번 심포지엄은 최근에 국내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약인성간손상에 대해 열리는 단일주제학술회의(Single topic conference)였다.

■ 거대한 에모리 대학캠퍼스

행사가 열리는 애틀란타는 미국 Georgia주에 위치하는 중남부의 대도시로, 코카콜라와 CNN 본사가 위치하고 있다. 9월 16일 금요일 오후 애틀란타 국제공항에서 다소 까다로워진 보안 검색대를 빠져나와 행사가 열리는 Emory 대학의 conference center로 향했다.
Emory 대학에 대해서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었던 필자는 학교의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버드, MIT에 비해서 다소 지명도가 떨어지는 대학이라고 생각했으나, 차를 타고 여러 블록을 계속 달리면서 넓게 펼쳐진 캠퍼스 앞에 압도됐다. 또한 경치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애틀란타 시내의 혼잡과는 거리가 먼 전원(田園)의 울창하고 깊은 숲속에 캠퍼스가 위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Emory 대학의 캠퍼스 안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 CDC)의 거대한 본부가 들어가 있고, 미국암센터(America Cancer center) 역시 대학 내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며 나의 놀라움은 이어졌다. Emory 대학의 스폰서는 애틀란타의 대표 기업인 ‘코카콜라’라고 한다.
여행 후 누군가가 필자에게 Emory 대학이 향후 주목해야 할 미국 10대 대학에 들어간다는 말을 했을 때,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 내에서 아이비리그를 이끄는 일류대학들과 후발대학들 사이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이 느껴졌고, 이런 끊임없는 대학과 연구기관들의 경쟁이, 미국이라는 국가를 이끄는 힘이 된다는 생각을 가져보았다. 그리고 대기업이 학문발전을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하는 모습에서 부러움도 느꼈다.

■ 7개 세션, 24편 발표

Conference center에 도착하자마자 빡빡한 일정의 학술회의가 시작됐다. 이번 회의의 진행을 맡은 Seeff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의 미국립당뇨병·소화기·신질환연구소(NIDDK) 소속으로 간질환 분야의 세계적인 학자이다. Seeff와 함께 공동 진행을 맡은 Watkins도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저명한 교수이다.
이들을 포함한 많은 연구자들이 이번 학술회의에 참여했는데, 3일동안 7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총 24편의 발표가 이어졌다. 발표에 참여한 Seeff나 Farrell, Kaplowitz, Lee WM 이외에도 약인성간손상 분야에서 저명한 연구자들이 대거 참여하여 열띤 분위기를 이루었다. 진행된 심포지움 세션은 아래와 같다.

session I. 약인성간손상의 개념
session II. 약인성간손상과 관련된 간세포학
session III. 약인성간손상과 관련된 면역기전
session IV. 약인성간손상의 기타 형태
session V. 약인성간손상과 관련된 특별주제
session VI. 미국국립보건원(NIH)의 약인성간손상 네트워크
session VII. 인성간손상과 관련된 유전자학 연구

행사를 진행하며 약인성간손상의 기초 개념이나 세포학적 손상 기전 및 면역기전 등에 대한 권위자들의 발표가 이어졌고,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약인성간손상 네트워크에 대한 소개와 경과보고가 있었다.
강연에서 필자의 관심을 끈 주제는 약인성간손상 네트워크(DILIN)의 구성에 대한 보고와 약인성 간손상의 공인된 척도인 루캠(RUCAM) scale 보다 발전된 형태의 원인산정법(casuality assessment)을 소개한 NIH의 Seeff LB가 발표한 “Improving Causality Assessment” 이었다.
약인성간손상 네트워크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NIDDK가 주도하고 있으며, 미국내 5개 대학이 핵심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이 조직의 목적은 지속적인 연구 protocol의 개발과 원인산정법 연구 등이다.

■ 간손상네트워크와 원인 산정법 관심

새로운 원인산정법의 연구 개발도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일반적으로 AST, ALT 등이 상승하는 소견은 간의 상해를 의미한다. 그러나 간염이라는 병명은 간의 조직검사 소견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는 ‘간손상’이라는 명칭이 더 정확하다. 약물로 인한 ‘약인성간손상’은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아직까지 부족하다. 조직학적 검사로도 원인을 규명하기 어렵다. 때문에 진단법이라고 하지 않고 원인산정법(causality assessment)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간손상의 원인을 추정하는 방법으로는 3가지가 나와 있다. 그중 하나가 루캠 척도(RUCAM scale)이며, 두번째는 M&V scale이다. M&V scale은 루캠 척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개발되었지만, 오히려 루캠 척도보다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보고도 있었다. 필자도 ‘한의약안전성연구회’ 세미나 발표(2004)와 논문(대한한의학회지 2004, 2005)을 통해서 이를 언급한 바 있다. 세 번째 방법은 전문가 집단(expert panel)의 판정에 의한 방법이다. Seeff는 현재 약인성간손상 네트워크를 통해서 새로운 원인산정법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한약에 대한 사고의 전환 아쉬워

이번 심포지엄을 참관하며 필자는 향후에 약인성간손상에 대한 진단법의 발전과 더불어, 한의계 내에서 독성학에 대한 전문가 집단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연구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구축해야 한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또한 이 같은 국제 학술 행사에 한의계의 많은 연구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약은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신비에 싸여있는 대상이 아니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사용되는 한약은 한국 중국 일본의 한의학 약학을 전공하는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서 효능과 부작용이 이미 대부분 연구되어 있다. 따라서 최근 제기되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흩어져있는 연구 성과를 한데 모으고, 연구자들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의계 내에서 지금보다 더 수준높은 연구를 계속 진행해야 한다. 한약의 안전성에 대한 자료와 연구 인력이 한데 모아지고, 새로운 연구 성과들을 쌓아간다면, 잘못된 상식이나 오해로 인한 논란을 조기에 종식시키고 오히려 한약의 안전성을 적극 홍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한약의 안전성을 높이는 문제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며, 한의계는 물론 식품의약품안전청을 비롯한 정부기관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국내에서 한약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발전적인 토론보다 흠집을 내기 위한 논쟁에 치우쳐있는 동안, 중국은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 한의약 시장을 키워가며, 국부(國富)를 창출하는데 앞서가고 있다. 우리도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한방 및 양방의학계, 관련 업계, 정부가 힘을 한데모아 엄청난 부가가치를 지니고 있는 한의약시장을 개척하여 국가 이익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고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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