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사색기행
상태바
[도서비평] 사색기행
  • 승인 2005.10.07 14: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여행을 통한 정신적 성장 고백서

의료인들은 진료에 시달리면서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정작 본인은 여행을 훌쩍 떠나기가 마음처럼 쉽지는 않는 것 같다. 여행의 의미나 중요성은 옛부터 숱하게 이야기 되어왔다.
네델란드 인문학자 에라스무스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처의 거리에 있다고 주장하였고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자크 아탈리는 그의 저서 ‘호모 노마드라’에서 인류의 진화는 여행을 본질로 하는 노마드(유목)로 가능했다고 설파하고 노마드야말로 인류의 본성이며 앞으로 본성으로 결국 돌아갈 것이라 예측하기도 한다.

이 책은 여행을 계기로 펼쳤던 다양한 생각을 기록한 글이라고 볼 수 있으며 여행을 하고 한참 지나서 여행 체험이나 여행에서 얻은 인식이나 지식을 소재로 쓴 글이기에 사색기행이며 곳곳에는 저자의 방대한 지식과 통찰이 담겨져 있어 지성의 거장이라 할만하다.
또한 여행을 통해서 한 인간이 어떻게 정신적으로 성장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지구를 네바퀴 도는 정도의 여행을 하면서 곰곰이 사색한 결정체들을 이 책에 모았다. 제목이 말해주듯 여행을 통해 어떻게 가치관을 세우고 인식의 지평을 넓혔는가를 담아낸 정신적 성장 고백서이기도 하다.

자신의 삶을 예로, 여행에서 경험하는 모든 일들이 그 사람을 바꾸어 나가며 새롭게 만든다고 보았고 여행 전과 여행 후의 그 사람은 같은 사람일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또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여행한 후 인식의 전환이 이뤄진 사례를 상세하게 전한다. 이스라엘 정부의 초청으로 이 지역을 여행했을 때 그는 아랍인들을 만나면 마음이 불안했는데 이후 단독으로 몇차례 이 지역을 탐방했을 때는 총을 든 이스라엘 병사가 더 무섭게 보였다고 고백한다. 아울러 사무엘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을 읽고 문명의 충돌에 대한 우려를 가질 게 아니라, 토인비의 ‘현대가 받고 있는 도전’을 읽을 때라고 주장해 많은 사람과 생각을 달리했다.

이제는 서로 대립, 분열하는 세계 여러 문명의 갈등 극복안과 통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의사들처럼 일상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반복되는 익숙한 체험들 속에서는 인간의 지성도 감성도 잠이 들기 마련이다. 저자는 여행과정에서 얻는 자극과 발견으로 지적, 정서적 변화가 일어나고 그 변화가 쌓여 인간이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여행이란 만남이다. 모든 일상사의 속박에서 풀려난 정신의 자유로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4차원 시공 속에서 인생이라는 여행을 하는 나그네다. 또한 저자는 책보다는 여행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모든 인간에게는 실제 체험이 우선이다.
여행이 인간의 본능이어서 누구나 한번쯤은 이븐 바투타나 마르코 폴로 같은 사람처럼 꿈꾼다. 그렇다고 훌쩍 떠나기가 쉽지 않은 우리 의료인들, 그들이 전하는 책을 통해 간접여행으로 깊어가는 사색의 계절인 가을에 망중한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값 2만1천원>

김진돈
서울 송파구 운제당한의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