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Due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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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Duelist
  • 승인 2005.09.0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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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세 감독표 퓨전 사극으로 되돌아온 <다모>

아무리 같은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감독의 연출 스타일에 따라 영화는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기 때문에 영화감독의 자리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방학기 작가의 만화 <조선 여형사 다모>는 몇 해전 마니아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다모>로 만들어졌었고, 이번에는 영화 <형사 Duelist>로 재생산 되었다. 하지만 <형사 Duelist>는 우리 나라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라고 할 수 있는 이명세 감독에 의해 <다모>의 기본적인 외형만을 가져온 채 감독의 독창성에 의해 새롭게 창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명세 감독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형사와 범인의 쫓고 쫓기는 추적을 주되게 표현했다면 <형사 Duelist>에서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형사와 범인의 대결을 주되게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단순한 형사 영화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이명세 감독의 영화를 한 편이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렇게 단순한 스토리 구조가 어떤 시각적 이미지로 승화되는지를 상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좌포청 안포교(안성기)와 다모 남순(하지원)은 위조화폐 유통 경로를 알아내기 위해 장터로 위장 투입된다. 그러나 번번이 자객 슬픈 눈(강동원)에 의해 기회를 놓치게 되고, 이에 화가 난 남순은 슬픈 눈을 잡기 위해 그가 머무르고 있는 병판 대감(송영창) 집에 기생으로 위장해서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남순은 점차 슬픈 눈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형사 Duelist>는 사극이지만 고증이 하나도 안 되어 있는 ‘퓨전 사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화면에서 보여주는 의상이나 소품들은 시대가 언제인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현대의 모습과 과거의 모습이 적절하게 섞여 있다. 또한 캐릭터의 전복을 통해 하지원은 남성적인 캐릭터로 시종일관 선머슴 같은 행동을 보여주고, 강동원은 여성적인 캐릭터로 단아한 자태와 함께 깨끗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화면 역시 이명세 감독답게 화려한 색상과 영화적 시간의 변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쉴새 없이 다양한 시각적인 경험을 하게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감독이 영화적 스타일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이야기 구성에 소홀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약간의 허탈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세상의 모든 영화가 항상 똑같을 수 없는 것처럼 이명세 감독은 <형사 Duelist>를 통해 관객들에게 늘 보아왔던 이야기 중심의 영화보다는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을 통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특징들을 관객들에게 맘껏 선보인다.

슬픈 눈 강동원의 매력적인 검무(劍舞)가 돋보이며, 남순과 슬픈 눈이 만나는 골목 씬은 계속 기억될 만한 영화의 백미 장면이다. 장예모 감독의 <영웅>과 비교해서 본다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한국형 퓨전 무협 사극 <형사 Duelist>는 추석 연휴 동안 독특한 한국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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