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장 동행취재기] 한약재 수입 현장을 가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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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장 동행취재기] 한약재 수입 현장을 가다②
  • 승인 2005.09.0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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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만 GMP, 하지만 준비는 돼 있다


■ 열매 약만 있는 안국시장

말로만 듣던 안국시장에 도착했다. 한약재 산지나 천사력집단과 같은 대형 제약회사를 둘러보기는 했지만 한약재 거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안국시장 방문은 처음이었다. 최대의 한약재 시장을 직접 눈으로 본다는 것은 감동이라고 까지 말할 수 있을 듯했다.

그러나 그 감동은 바로 사라졌다. 원형의 체육관과 같은 시장에 들어간 순간 눈에 띠는 것은 비어 있는 좌판이었다. 2층의 동물성 약재를 파는 곳은 그런대로 사람들이 북적였지만 1층 초재시장에는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았다. 상인들은 부채질하며 지나가는 우리 일행들을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상인들이 갖고 나온 약재들 대부분이 구기자, 맥문동 등 열매 약 뿐이라는 것이었다. 뿌리 약은 인삼, 육종용 등과 같은 비교적 고가 약 몇 종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것도 절단하지 않은 원형 그대로 판매되고 있었다.

■ 절단=의약품, 식품판매 금지

외형적으로 중국은 한약의 제조-한약재의 단순가공에 대해서도 철저한 관리를 하고 있다. 약재를 써는 등 작업을 하는 것, 陰片으로 만든 것은 의약적 목적에 의한 것이니 만큼 아무나 제조할 수 없고, 일반 시장에서 식품과 같이 판매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약재의 대표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안국시장에서 당귀, 황금, 작약과 같은 절편 약재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중국 정부의 단속으로 지난해에는 안국과 박주시장이 철시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고 한다. 그러니 사회주의 국가의 공개적인 시장에서 절단된 한약재를 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제기동 등 우리나라 약재시장에서 식품과 의약품이 뒤섞여 판매되고 있는 것을 보아 왔던 기자에게는 새로운 사실로 느껴지기도 했다.

이러한 느낌은 한약재 제조업소를 방문하는 순간 더해질 수밖에 없다. 국내에도 최근 몇 개 업소가 청정시설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비교도 되지 않는다. 각종 검사기기를 비롯해 GMP시설을 갖춘 곳에서 한약재를 제조하고 있다. 안국에만 19개 한약제조업체가 정부로부터 GMP 시설 인가를 받았다고 한다.

■ GMP 뒤에 감추어진 것들

한 가지를 보고 중국을 판단해서는 결코 정답일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중국 것은 좋다” 혹은 “나쁘다”고 판정하는 순간 틀린 것이 돼 버기 때문이다. 한약재 제조 역시 마찬가지다.
안국 시장 한쪽에는 40평은 돼 보일 것 같은 별도의 매장이 있다. 우리나라 규격 한약재와 똑같이 포장된 한약재를 판매하는 곳이다. 수백종은 돼 보일 것 같은 한약재가 보기 좋게 진열돼 있다. 그러나 손님은커녕 이곳을 구경하는 사람조차 없다.

이곳 점포의 책임자로 보이는 남자 한명과 두 명의 여자 종업원이 앉아 무슨 재미있는 일인지 신이 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뿐이었다. 기자가 들어가도 눈길조차 주질 않는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 이지만 이곳은 처음부터 판매할 생각은 전혀 없이 전시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절편해 마대에 담겨 있는 한약재가 하나도 없이 전시용 약국을 차려놓은 안국시장, 현대식 GMP시설을 갖춘 한약재 제조공장의 뒤에는 감춰진 새로운 모습이 있다.

■ 연출된 한약제조 현장

오래 동안 중국과 한약재 거래를 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안국의 외곽지역에 나가면 간판도 없는 넓은 공장안에서 대문을 걸어 잠근 채 한약재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갈탄에 불을 지펴 그 열로 한약재를 건조하고 한쪽에서는 약재를 절단하고 마대에 담는다는 것이다.

GMP 시설이 갖추어진 공장과는 달리 실제로 한약재 작업이 이루어지는 현장이다. 중국 정부의 중의약 육성정책에 따라 업체에서 정부자금을 끌어와 GMP시설은 갖추긴 했지만 약재 원가 부담 때문에 가동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가 찾아간 모 제약 업체 역시 실정은 비슷해 보였다. 공장 내부는 청결했고, 아주머니들은 깔끔하게 작업복을 차려입고 작업대에 모여 약재를 선별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리고 옆방에는 남자직원 2명이 초하는 기계 앞에 서 삽으로 약재를 뒤적이고 있었다.

그러나 특이한 것은 바닥에 약재하나 떨어져 있지 않았고, 작업이 끝났거나 작업에 들어가기 위한 약재들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작업대 위에 있는 약재가 전부였다.
아무리 GMP시설이고, 청결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해도 공장 어디에도 한약재를 작업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포장시설은 멈추어 있었고, 건조시설이나 절단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자에게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연출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중국은 한 가지 모습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되는 나라다. 시설은 갖추었지만 가격 경쟁력 때문에 재래식으로 한약재를 제조하는 곳이 있는 가하면 상해를 중심으로 실재로 시설을 가동해 고가 한약재를 생산하는 곳도 있다.

아직은 많은 양이 포장만 GMP 공장인 곳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전해지지만 이 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은 준비가 돼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정부가 우선은 한약재는 제조업체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원칙만 세우고 실제 생산되는 현장이나 유통 등 관리는 크게 신경을 쓰고 있지 않지만 언제라도 가동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 차이가 그대로 인정되는 곳

또 중요한 것은 같은 제조업체에서도 다양한 수준의 한약재가 생산된다는 점이다. 가격만을 놓고 봤을 때 도매가격으로 kg당 7백원에서 7천원까지 하는 감초, 2천원에서 6천원 대의 황금, 5천원에서 1만3천원짜리 육종용, 4천원에서 9천원하는 반하 등 다양한 수준의 상품이 존재하고 평가받고 있다는 점이다. 비슷한 가격대, 비슷한 제품만이 있는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비록 가동은 안 되고 있지만 GMP시설을 갖춘 제조업소가 즐비하고, 다양한 한약재가 제 모습 그대로 평가되는 중국의 한약시장은 언제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있는 듯 했다. <끝>

중국 안국 =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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