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 창간 16주년 특집] 청산돼야 할 의료의 불평등(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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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60, 창간 16주년 특집] 청산돼야 할 의료의 불평등(3)
  • 승인 2005.08.1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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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교육을 사립에만 맡겨둬서야…
국립대한의대 없이는 ‘비과학’ 논란 잠재우지 못해


□ 정부에서 외면하는 한의학교육 □

해방 이후 한의학은 어려움 속에서도 나름대로 꾸준히 발전했다. 일제에 의해 말살된 한의학이 부산의 5인동지회의 노력에 힘입어 극적으로 부활되는가 하면 동양의약대학으로부터 시작된 한의사 양성교육기관이 11개 대로 늘어나는 등 양적인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한의사제도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한의대의 교육연한도 2년제에서 4년제로, 다시 4년제에서 6년제로 발전, 양방의대와 동등한 학제를 갖췄다. 대학원의 석박사제도가 도입되면서 한의학 연구논문이 일정한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학회가 속속 결성돼 학술활동도 점차 활기를 띠게 됐다. 2000년부터는 전문의가 배출되기 시작함으로써 앞으로 한의학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해낼지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한의학이 국가의료보험제도에 편입됨으로써 한의학은 민간의료에서 공공의료로 편입이 시작됐다. 침 시술과 56처방의 한약제제가 의료보험 급여대상에 포함됨으로써 침과 한약제제가 표준화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보험자가 국가이며, 보험료가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의료보험의 특성상 심사평가에 통과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표준화된 치료법이 제시돼야 했기 때문이다.

■ 국립대, 의대 : 한의대 = 10:0

그러나 한의학은 많은 진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결해야 할 숱한 과제를 안고 있다. 한의학의 치료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한약과 침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양의계로부터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양의계의 한의학 폄하는 한의학에 대한 불신을 불러일으켜 일선 한방의료기관의 경영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히는 등 한의계가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현안이 되었다.
최근 정부의 의료기술평가사업은 한의학의 유효성·안전성을 누가, 어떻게 입증하느냐가 관건이 됨에 따라 한의학의 평가주체와 평가잣대의 개발이 앞으로 핵심적 의제가 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는데도 한의계는 아직 한의학의 진료영역 전반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낼 역량이 부족하다. 학계 스스로 이런 분야의 연구에 익숙하지 못할뿐더러 사립대의 한계에 막혀 그런 역량을 오랜 기간에 걸쳐 차분하게 축적해오지 못한 탓이다.
지난 5, 6월 겪은 소위 IMS 사태는 한의학 연구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양의계는 학회가 나서서 침의 일종인 IMS를 양의학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데 비해 한의학계는 수동적으로 움직인 나머지 한의협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었으며, 그 와중에서 협회장이 교체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더욱이 대한의학회는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에서도 IMS에 대해 ‘근거불충분’ 판정을 내려 스스로 학문의 평가자임을 자임한 것이다.

이에 비해 한의계는 식약청이 청목향·마두령·자하거 등 한약재 3종에 대해서 사용금지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조차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한약학과를 양약학대학내에 두도록 양해한 것도 한약학의 학문적 자립이란 측면에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약사법을 아무리 바꿔도 한약학과의 독립 없이는 제도의 완전한 정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지난 10여년의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
이런 차별과 소외의 역사를 살아온 한의계는 한의학 발전의 궁극적 저해요인이 사학에 갇힌 한의대 구조임을 절감할 수 있었다.

■ 사학에 갇힌 한의대

사립대 구조에서 한의학이 전혀 발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의학의 발전은 한계가 뚜렷하다. 사립대 재단의 영세성, 그로 인한 교수요원의 부족, 연구의 빈곤, 교육내용의 부실이라는 악순환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또한 사립대는 수익성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병원의 주요 목표가 교육과 연구보다 진료를 우선시한 결과 연구분야에 대한 투자가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반면 국립대는 국가예산으로 운영되는 특성상 진료보다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나아가 국가의 예산지원에 따르는 국가의 감독을 받는 관계는 교육과 연구와 임상이 균형있게 발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밖에 국립대한의대가 갖는 이점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한의학은 이렇듯 중요한 한의사 양성교육기관 모두를 사학에 의존하고 있다. 양의학은 국립의과대학이 10여개나 있는데 비해 한의대는 국립대가 전무하다. 현재 있는 사립 한의대마저 1961년에는 유일한 한의사 교육기관인 동양의대의 인가가 취소돼 한의사 배출 통로가 완전히 차단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그후 경희대 재단인 고황재단이 동양의대를 인수해 그나마 겨우 사립대한의대의 명맥을 잇고 그후 사립대한의대 10개가 추가로 신설되긴 했지만 아쉽게도 국립대는 한 군데도 설립되지 않았다. 이 기간 양방은 강원·제주를 포함, 10개 국립대의대가 전국에 골고루 설립됐다.

■ 국립대한의대 새 논리로 접근해야

한의계는 한의학문의 발전 차원에서 국립대한의대의 설치를 정부당국에 끊임없이 건의해왔다. 국립대 중에서도 연구인프라를 갖추고 상징성도 큰 서울대에 설치해줄 것을 기회있을 때마다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대의대측은 한의학이 과학화가 안돼 있다면서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연구소 설치-대학원에 한의학전공 설치 등을 통한 단계적 설치를 해볼 수 있다는 내부의견을 정리했으나 정운찬 총장의 반대가 워낙 강경해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국립대한의대 문제는 몇 가지 측면에서 해결돼야 할 문제를 안고 있다. 한의학 자체가 자기완결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특성으로 인해 자본주의적 시장질서에서 편입되지 않아 사회적으로 한의학의 질적 발전 요구가 강하지 않고, 과학철학적 측면에서도 최근 과학의 조류를 이루고 있는 ‘관계의 과학’으로 자기논리체계가 개발되기보다 고전과학방법론의 연장선상에서 양진한치라든가, 한·양방 협진론에 머물고 있어 논의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 발전의 키워드인 국립대한의대. 해방이후 60년의 경험과 근세 100년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관점에서, 많은 시간을 두고, 공론의 장에서 논의가 모아질 때 해결의 가닥이 잡히지 않을까? <계속>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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