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6주년 기념 일본 한의학 연수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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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6주년 기념 일본 한의학 연수기(3)
  • 승인 2005.08.1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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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는 문부과학성, 임상은 후생노동성이 분담
한방 유효성 검증, 평가지침 개발에 지원 집중


일본한의학 교육과 연구는 문부과학성과 후생노동성이 나누어 관장하고 있지만 맡은 분야는 약간 다르다. 문부과학성이 기초적인 부분에 치중한다면 후생노동성은 응용분야에 중점을 둔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특징은 정부가 지급한 연구과제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가령 문부과학성이 2004년과 2005년에 선정한 연구과제 중에는 한방유효성의 검증방법 및 과학적 평가방법 지침 개발에 비중을 두고 있다.

2002년과 2003년에는 장수학의 거점, 스트레스를 억제하는 영양과학, 개별의학의 창출 등을 목표로 설정했다. 또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지적 클러스터 창출사업’이란 이름의 산학연 결합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이에 반해 후생노동성은 척추질환, 만성관절류마티스, 고령자 근골격계질환의 침구치료 연구, 암치료 대체요법 연구, 음악치료의 효과 연구, 꽃가루알레르기에 대한 각종치료법의 과학적 근거 등 임상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치료기술 개발에 연구비를 투입하고 있다.

■ 기초와 임상, 기반연구 활발

후생노동성은 부속연구기관을 재편하여 국립의약품위생연구소 오사카지소를 모체로 해서 독립행정법인인 국립의약기반연구소를 올 4월1일에 설립했다. 이 연구소는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이를 위해 3개의 연구부서와 영장류과학연구센터와 약용식물자원연구센터, 기획조정부를 갖춰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조직운영을 도모하고 있었다.

이렇듯 정부가 한의학 연구에 앞장서는 이유는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양의학으로 일본인의 질병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가령 일본에 있는 1600만 명이나 되는 당뇨병환자의 병원치료비율이 27% 밖에 되지 않는다거나 말기암환자의 65%가 대체요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는 일본에서 한의학연구가 왜 국가적으로 이뤄지는지를 설명해준다. 일본정부는 한의학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치료효과의 증거를 찾고, 환자와 의사에게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데 활용한다.

그러나 일본한의학은 아직 제도적으로 취약하다. 한의학 종사자의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을 정도로 허술한 면도 있다. 이는 과거 縣 중심으로 자격관리가 이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 군국주의에 밀린 한의학

연수단 지도교수인 조병희 교수(서울대 보건대학원 보건사회학교실)는 오사카에서 메이지침구대학으로 가는 버스안에서 일본한의학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줬다. 조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이 한의학의 폐지 여부로 논란이 일 때 한의사와 양의사가 진검승부를 했다고 한다. 脚氣病을 놓고 서양의사와 한의사 중 누가 잘 고치느냐의 결과에 따라 한의사제도의 폐지 여부를 판가름내겠다는 발상이었다. 결과는 한의사가 이겼다고 한다.

그런데도 한의사제도는 폐지됐다. 왜 그런가? 그 이유는 군진의학으로서 서양의학이 높게 평가된 탓이 크다는 게 조 교수의 결론이었다. 앞으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전쟁에서 수술요법 등이 대량으로 소요될 것에 대비할 필요에서다. 사실 그후 청일전쟁, 러일전쟁, 1차대전,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에서 서양의학은 일본군부의 의도대로 지대한 역할을 했다.

이런 폐지과정을 꼼꼼히 분석해보면 한의학이 문제가 많아서 폐지된 것은 아니었다는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제국주의 시대의 도래와 그에 따른 수요의 증대 전망에 부응해서 한의사제도를 부득이 폐지한 것이지 한의학이 치료효과가 적다거나 검증이 되지 않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에 폐지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은 한의사제도가 폐지된 이후로도 꾸준히 한의학을 연구해왔다. 1910년에 발간된 ‘醫界의 鐵椎’를 비롯해서 1934년 ‘漢方과 漢藥’이라는 잡지가 발간되고 그 결과로 1950년 ‘일본동양의학회가 설립됐다.

1976년에는 한방Ex제제의 보험적용을 계기로 일본한의학은 제도권에 공식 진입했다. 이렇게 발전해오다 결정적으로 발전의 전기를 맞이한 것은 일본동양의학회가 일본의학회에 가입한 1991년에 이르러서다. 일본의학회 가입은 곧 일본한의학이 정식 의학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한편 일본에서 한약을 의미하는 漢方(일본에서는 ‘깐뽀’라고 발음한다)과 침구사제도가 분리된 배경도 흥미롭다. 그 배경은 한의사들과 맹인 간의 자존심 싸움의 산물이었다. 원래 일본한의사들은 침과 약을 같이 사용했는데 맹인들이 호구지책으로 침을 사용하자 자존심이 손상된 일본의 한의사들이 맹인과 차별화하기 위해 침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라 한다.

경위야 어떻든 간에 한의사가 침을 쓰지 않음으로써 침을 전문으로 하는 직능이 탄생했다 하니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한 관심이 가는 사항이 약대 6년제의 도입배경인데 병원에서 간호사가 하는 역할을 약사가 대체하기 위해 도입됐다는 것이 이곳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병원에서 약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6년제를 도입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추진되는 약대 6년제의 올바른 도입과 정착의 판단기준은 제도도입 취지의 작동여부가 돼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박5일은 일본한의계(실제로는 대학과 일부 연구기관 방문이 전부다)를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기간이어서 ‘봤다’고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기만 하다. 다만 짧은 기간이나마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최고위과정에서 주관한 일본 한의학 연수를 통해 일본한의학이 어떤 시스템으로 작동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

아울러 일본 지식인 일각에서 추진되고 있는 통합의학(IM)이 어떤 내용과 제도적 실체를 갖고 추진될지 여부를 눈여겨볼 필요성도 강하게 느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일본한의학을 보면서 한국한의학의 장단점과 향후 미래를 넌지시 그려볼 수 있었던 것은 더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끝>

일본 도쿄 = 김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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