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리포트] 醫師協의 ‘한약사용실태조사’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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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리포트] 醫師協의 ‘한약사용실태조사’를 보고
  • 승인 2005.07.2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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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한 박사의 American Report II-⑧
醫師協의 ‘한약사용실태조사’를 통해 본 임상연구방법론 고찰

“환자의 인권과 사생활 침해에 무감각한 만성적 도덕적 해이”
‘의학연구의 최대의 적은 편견(선입견)’ 명심해야

비밀누설금지, 사생활보호규정 저촉
과학적 연구계획과 방법론 결여
한약재 유통과정의 문제 불고려
설문내용의 비구체적, 비표준화

의학(medical science)은 끊임없이 진화하는 학문입니다. 수십 년간 최고의 기법이었다가도 하루 아침에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JAMA나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과 같은 정상급 의학 저널에 실렸다 해도 그 수명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므로 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하는 임상의(clinician)라면 최신 의학 연구 동향을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의학의 발전을 이끌고 있는 의학 연구(medical research)들은 각자의 여건에 따라 매우 상이한 연구 방법들을 사용하고 있기에, 연구 결과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용된 방법론에 대한 폭넓은 기초 지식이 요구됩니다.

의학 연구는 그 목적하는 바에 따라 크게 셋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단일 혹은 수개의 환자군에 대한 관찰 기술을 통해 환자의 특성을 분석하는 관찰연구(observation study), 약물 혹은 치료 기법과 같은 간섭(intervention)의 의학적 효과에 관심을 두고 있는 실험연구(experimental study), 이러한 기존 연구 결과를 종합함으로써 좀더 신뢰성 있는 결론을 목적으로 하는 메타 분석(meta-analysis)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중에서 관찰연구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관찰연구는 간단히 말해서 ‘특정 치료법을 사용하지 않은 연구’, ‘관찰 기술로 수집한 객관적인 특징을 자료로 해서 원인-결과의 상관성을 파악하는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찰연구는 또한 어떤 시간대(미래, 과거 혹은 현재)를 연구의 자료로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다음의 세 가지; 전향적(prospective) 케이스(case-control) 연구, 후향적(retrospective) 코호트(cohort) 연구 그리고 유행(prevalance)에 대한 횡단/조사(cross-sectional/survey) 연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만, 큰 대강은 서로 유사하다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의학 교육이 그렇듯 실제적인 연구 계획서 혹은 연구 진행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심도 있는 이해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신문 지상에 ‘대대적인 한약재 부작용 실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보도되었던, 대한의사협회 한약재 사용실태 조사위원회의 소위 ‘한약 및 생약재의 부작용 사례에 대한 조사’는 이러한 관찰연구의 실례가 될 수 있습니다. 과거에 작성된 진료차트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후향적 연구, 미래 시점의 자료를 수집한다는 점에서 전향적 연구라고 하겠습니다. 관찰 연구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dos & don’ts)’은 무엇일까요.

다음<別項>은 인터넷 병원신문 홈페이지(http://news.kha.or.kr/forum_read.asp?menuID=50&no=4544&list_sw=read)에서 찾을 수 있는 ‘한약 사용 실태 조사 협조 의뢰’ 공문(대의협 제1032 - 938호, 기안일자 2005년 6월 27일)의 일부 입니다. [지면상 ‘별첨양식’은 생략하였습니다. 필자 주]

임상 연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윤리적 측면에 대한 고려입니다. 황우석 교수를 둘러싸고 거세게 불었던 윤리성 논란은 비단 배아 줄기 세포(embryonic stem cell)라는 국한된 영역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며, 연구 이전에 윤리적 측면에 대한 적절한 고려가 없다면 절대로 용인되지 않는 것이 현대 생명과학계, 세계 의학계의 현주소입니다. 모든 임상 연구 계획서는 예외 없이 사전에 IRB(Institutional Review Board)의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를 통해서 해당 연구가 어떠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두는지, 환자와 질병(건강)에 대한 「직접적 이익」이 무엇인지를 밝혀야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 대한 언급이 전무한 대한의사협회의 소위 ‘한약 사용 실태 조사’는 「환자의 인권과 사생활 침해에 무감각한 의료계의 만성적 도덕적 해이」를 반영한다고 할 것입니다. 한국에는 IRB가 없는 것도 아닐 것이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전향조사에 환자 본인의 명시적 동의서(Informed Consent)가 필수라는 것은 의학 연구의 기본입니다. 연구의 배경, 목적에 환자와 질병에 대한 직접적 이익이 무엇인지 설명할 과학적 근거나 논리는 없고, ‘의료 일원화 기틀 마련’과 같은 정치적 논리가 연구를 이끌고 있습니다.

또한 예상되는 위험성이 생사가 촌각을 다툴 만큼 응급하지 않음에도, 일개 협회에서 수천만 명의 환자 진료기록부(전 의료 기관)를 수만 명의 의사(?: 공문의 내용으로는 간호조무사인지, 간호사인지, 의료기사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만)들이 무작위로 열람하도록 ‘협조’를 요구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형법 제317조, 의료법 제18, 19조와 67조, 보건의료기본법 제13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0조,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27조, 전염병예방법 제55조, 국민건강기본법 제86조 등에서 규정하는 의사 등의 환자에 대한 비밀누설금지와 환자의 사생활보호 규정은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가요. 미국의 환자 의료 정보 보호안 (HIPPA)에 따른다면, 이러한 행위는 법적 처벌의 대상은 물론 상식 있는 의료인으로서 상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연구 디자인(DOE: Design of Experiment)은 어떠한 자료를 어떻게 수집하여 분석할 것인가를 사전에 결정하는 것으로, 어떠한 요인(risk factor)이 환자의 건강(질병)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통계적 분석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원인과 결과에 대한 치밀한 과학적 고찰(디자인)이 결여된 연구는 어떠한 결론도 제시할 수 없습니다.

신중한 사전 연구는 관찰연구의 필요충분조건입니다. 기존 연구 결과에 대한 문헌 고찰(review)을 통해 중요 요인(factor)을 추출해내고, 예비 연구(pilot study)를 통해 연구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연구 계획서 (proposal) 혹은 실행 매뉴얼(field manual)에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확인된 모든 사항이 실제 연구에서 어떻게 활용되어야 하는지 상세하게 기술되어야 합니다. 설문의 내용에는 예상될 수 있는 모든 응답이 포함되어야 하며, 구체적이고 표준(scale)화된 응답을 얻을 수 있는 문항이 사용되어야 합니다. 또한 많은 사람과 복수의 연구 기관이 동시에 참여하는 다기관 연구(multi-center study)의 경우에는, 조사 참여자와 설문 도구들을 표준화시킴으로서 참여자들 간의 차이(between-observation variation)를 최소화하여 신뢰성(reliability)을 확보해야 합니다.

대한의사협회의 조사 연구는 무엇보다 사전 준비가 전무했다는 느낌, 무엇을 어떻게 분석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과학적 계획이 없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부작용이라는 결과에 대해서 원인(factor)으로서 예측하는 것이 한약재의 유통과정인지, 생약재인지 한약재인지, 한약 처방의 종류인지, 아니면 조제와 투약의 주체인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연구 목적에서 서술된 바와 같이 ‘한약재 사용 실태’ 혹은 ‘한약재 관리 대책’이라고 한다면, 기존의 연구들은 약재의 생산, 유통과정에서의 문제를 법적, 제도적 관리 기준 강화를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이미 해결방안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본 조사에서는 이와 같은 ‘한약재’의 현재 문제점인 유통 과정에서의 문제가 전혀 고려되어 있지 않습니다. 생산과 유통에 있어 분류에 따라 서로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제도적 난맥상은 물론, 급증하는 방문 판매, 건강기능식품 혹은 홈 쇼핑과 같은 새로운 유통 체계 그리고 무면허자 뿐만 아니라 미비한 교육 수준의 비의료인 - ‘약사’와 ‘한약조제약사’의 조제/투약에 의한 문제점 등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전국의 병의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멀티 센터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신뢰성과 타당성을 담보하기위한 연구 실행 매뉴얼이 없습니다. 한 페이지짜리 조사표 아래 ‘조사과정에서 느낀 개선점을 02)794-xxxx 혹은 xxx@kma.org로 연락주시면 추후 조사에 적극 반영토록 하겠습니다’라는 초라한 문구가 오천만 국민의 진료기록부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연구라는 것을 무색하게 합니다. 의료기관 간 중복 환자에 대한 검증 방법도 전혀 없으며, 대한민국 통계청도 아니면서 그 짧은 시간(7월 30일 또는 9월 15일 까지 회신)에 마치라는 것도 의아합니다.

설문의 내용 또한 전혀 구체적이거나 표준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부작용이 발현했다면 모호한 ‘표적기관’ 대신 구체적인 상병명 혹은 상세한 증상이 기재되어야 할 것입니다. 증상 또한 ‘피부 발진’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발현 부위, 증상의 정도와 기간이 상세히 기재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약 복용 중에 병용한 상용 약제’의 기재에 있어서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는 상용 약제명만 기술)’이라는 모호한 설명은 기록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부작용의 가능성’을 판단할 최소한의 근거와 논리가 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의학 연구에 있어서 최대의 적은 편견(bias) 혹은 선입견(prejudice)입니다. “Garbage In, Garbage Out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격언처럼, 의학 연구에 있어서의 선입견은 연구 자료 수집 과정의 신뢰성을 통해 연구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연구 기획 당시 무시했던 조그마한 오류 가능성이 연구의 최종 결과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는 것은 영원한 진실입니다. ‘한약재/생약’ 혹은 ‘한의학’에 대한 연구를 수행할 적절한 사전 지식이 없는 수만 명의 조사자들이, 조악한 연구 디자인의 한 페이지짜리 조사표를 통해서, 수천만 명분의 환자 차트에서 자료를 추출한다고 하면, 누구나 자료의 신뢰성과 객관성에 의문을 표시할 것입니다.

대한의사협회의 조사는 공문의 내용으로 본다면 한의대 본과 1학년 리포트만도 못한 얼뜨기 수준입니다. 조사의 결과는 신뢰성을 결여한, 통계를 돌릴만한 가치도 없을 것입니다. 특별 위원회까지 꾸려가면서 전국의 병, 의원을 동원해 야심에 차게 벌이는 조사가 이정도 수준일진대, 대한의사협회가 주장해왔던 기존의 논리들이 과연 상식 수준의 객관성이라도 지니고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있지도 않은 ‘한약 문제 사회적 고발’과 공허한 ‘한약재 관리 대책 촉구’가 목적이라고 거만하게 내세우는 ‘카더라’식 연구가, 과연 과학적인 메디컬 리써치의 범주에 들 수 있을까요. 도리어, 그동안 애써 무시해왔던 한의학이 이제는 너무도 promising(유망)하다고, 외면해왔던 침과 한약이 어느새 세계 의학의 당당한 일원이 되어 버렸다고, 유럽과 미국의 의료인들이 하는 걸 보니 이제는 나도 한번 깐죽거리고 싶고, 한 몫 잡고 싶은 욕심에 공연한 트집으로 딴죽을 걸었다는, 그런 솔직한 고백이 보다 reasonable(논리적)하지 않을까요?

‘국민 건강권 수호’를 외치기 이전에 ‘오천만 인권의 존중’에 관심을 두어야 합니다, ‘의료의 발전’을 이야기하기 전에 ‘과연 과학적인 연구 방법론을 사용하는지’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정치적 굿판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시정잡배들의 통속적인 소설이 아닌,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과학적 의학 연구인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물 건너 온 서양 의학만이 진리라는 편견(偏見)과 서양 의학 이전의 5천년간 임상이 무의미하다는 오만(傲慢)이 대한의사협회의 이른바 “한약 부작용 실태조사”의 과학성을 훼손하지 않기를 기대해 봅니다. 환자의 인권을 우선하는 의료인인 동시에 진실을 추구하는 양식 있는 학자로서의 과학적 연구가 아니라, 정치 경제적 목적 위에서 선입견과 오만을 전제로 한 광대들의 굿판일 것이라는 필자의 예상이 「편견」이기를 진정으로 기대해 봅니다.

‘오만과 거만함은 재난과 몰락을 불러 온다(Pride goes before disaster, and a haughty spirit before a fall. Proverb 16:18)’

필자약력 : 칼럼니스트, 한의학 박사
현 : Research Fellow, 미국 Cleveland Clinic Foundation
전 : Harvard Medical School, 한국 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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