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의료기술평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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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의료기술평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승인 2005.07.2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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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의료기술 평가 잣대 만들라
의료인 중심의 평가 문제점 알려야

현 의료계 구도 속에서 의료기술평가를 골자로 하는 의료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를 그대로 통과할 경우 한의학은 부당한 평가를 받아 엄청난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의협은 이기우 의원(열린우리당)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마땅히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을 복지부에 전달했다.

■ 의료인 의지와는 무관

의료기술평가는 의료인이 사용자에게 의료시술을 행하고 그 대가를 받는 중간 과정에 국가나 보험사가 끼어 의료시술의 내용이나 비용이 정당한가를 평가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국가나 보험재정 차원에서 저비용·고효용성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비용의 측면에서만 의료기술평가가 주장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과학의 발달로 인한 의료기술의 발전과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다양한 치료기술이 통신 및 교류를 통해 봇물 터지듯이 밀려들고 있다. 의료행위에 대한 안전·유효성 보다는 의료기관의 이윤추구논리에 의해 이 같은 의료기술이 도입되고 이로 인한 의료사고가 양산될 개연성이 많아진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의료기술의 근거를 요구하고, 비용이나 서비스 내용이 적정한가를 평가하자는 것이다. 즉, 의료인의 자발적인 노력이나 필요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시대적 조류에 끌려가고 있는 것이다.

양의계측은 “의료기술평가업무는 의료전문가 단체에 일임해 전문가적인 식견에서 안전성·유효성을 판단토록 할 것” 그리고 “신의료기술평가는 의협산하 대한의학회가 위탁 수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의료인단체나 신의료기술이 양방에 국한된 것인지, 아니면 한·양방을 통틀어 자기들이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소비자의 의식이 높아져 의료기술평가가 강제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자신이 자신을 평가하겠다는 주장이 얼마만큼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 평가절하 돼 있는 한방의료

의료기술평가란 약물의 안전성·유효성을 따지는 것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의료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상황 등 평가 대상이 되는 의료기술과 관계된 모든 것이 고려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한방의료행위 중 일부는 왜곡되다시피 할 정도로 평가절하 돼 있다. 침구사의 침이나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양의사의 IMS와 한의사의 침 수가를 비교하면 쉽게 답이 나온다.

이러한 원인에 대해 신광호 외치제형학회장은 “한의계가 그동안 부당한 의료기술의 가치 평가에 대해 반론할 수 있는 합당한 논리를 연구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즉 한방의료기술 평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던 것이 한방의료기술이 저평가될 수밖에 없게 했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한의학은 이러한 고민을 전혀 하지 않았어도 됐다. 수천년간의 임상을 통해 검증된 것임을 누구도 의심치 않았다. 실제 질병이 나았기 때문에 입증이 된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현대는 의료행위에 대한 근거를 요구하고 있다. 한의학은 예외라고 주장해도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풍토다. 또 양방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데다 대체의학이라는 이름하에 검증되지 않은 의료기술들이 계속 밀려오고 있다. 이러한 것을 막아줄 수 있는 게 의료기술평가임을 인식해야 한다.

신의료기술평가 없이 임상가에서 먼저 번져 한·양의계에 문제가 되고 있는 근육내자극치료(IMS)를 비롯해 심층신경근자극치료(IMNS), 침전기신경자극치료(Needle TENS)의 경우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의료계 위주 때는 양방만 유리

의료기술평가는 한방의료기술에 대해 제대로 평가할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전향적 자세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한의계는 양방에 비해 치료효과나 기간, 비용면에서 우수한 한방치료기술을 무수히 가지고 있다. 다만 그 근거를 제시하는 방법이 많이 부족할 뿐이다. 따라서 한의계에는 의료기술평가란 신의료기술의 평가가 아닌 지금까지 시술하고 있는 모든 치료기술에 대해서 평가하고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계기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복지부 주도하의 의료기술평가위원회가 의료단체 중심으로 운영됐을 때는 양의계에 의해 독단적으로 의료기술이 평가될 위험성이 높다. 한방의료기술평가에 있어서도 악영향을 받을 소지가 크다.

따라서 한의협이 개정안에 반대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양의계가 주도하기 때문에, 한의학 관련법이 미비해 한방의료가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없어 반대한다는 주장보다는 의료기술이 의료계 독단적으로 평가될 경우 위험성이 높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 더 호소력을 갖는다.

의료기술 평가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무조건적인, 맹목적인, 현실성이 부족한 반대보다는 이제 한방의료를 평가할 우리의 잣대를 만드는 일에 전 한의계가 매달려야 한다.
모 한의대 교수의 말처럼 한의사가 아니더라도 한방의료를 시술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하고 있는 만큼 그들에 의해서 의료기술이 평가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될 때 한방의료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이제 의료인도 자신의 권익보다 전체 국민의 이익차원에서 먼저 생각해야 될 때가 됐다.
그래서 의료기술평가가 의료인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제학, 행정학, 사회학을 전공한 전문가 등 각계각층이 참여해 정당하고, 진정 국민을 위한 의료기술 평가기관이 될 수 있도록 요구할 때 국민은 한의사의 편이 될 것이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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