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6주년 기념 일본 한의학 연수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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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6주년 기념 일본 한의학 연수기(1)
  • 승인 2005.07.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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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시아의학 정립 후 세계 전파 의지 강렬
일본 지식인, 통합의학 위한 법 개정 작업 진두 지휘
학계에선 과학적 재평가 통한 연구·교육·임상에 박차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만 아니라 한일간의 한의학교류가 꾸준히 이루어져 웬만한 한의사들은 일본한의학의 실체를 대체로 자세히 꿰고 있다. 국제동양의학회는 60년대부터 일본과 학술교류를 해왔고, 한의협도 75년경부터 ICOM(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를 통해 일본한의학의 연구성과를 확인해왔다. 한의학회 차원의 교류도 물론 진행돼왔다. 대한침구학회와 전일본침구학회가 교류협정을 체결해 학술교류는 물론 학회지 등 상호 자료를 교환하고 있다.

이런 교류를 통해 한의계는 일본한의학계 인사들과 친분을 두텁게 쌓았다. 일본한의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한의계 밖에서 한의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일본한의학을 잘 모를 뿐만 아니라 때로는 지나치게 과대평가를 하는 경향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어떤 면에서는 일본한의학의 성과가 뛰어나서라기보다는 한국한의학에 대한 불만 내지 반발이 일본한의학에 경도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기자도 국내의 학술발표현장에서 일본한의계 인사들을 접했을 뿐 현지에 직접 가서 현장을 살핀 적이 없어 무엇이 진실인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저마다 본대로 느낀 대로 말할 뿐 객관적인 실체는 아무도 모르는 실정이었다. 마치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 사신으로 갔던 정사 김성일과 부사 황윤길이 귀국 후 조선조정에 저마다 다른 보고를 한 것처럼 말이다.

그럼 나는 일본한의학을 둘러보고 귀국 후 어떤 보고를 하게 될 것인가?
인천공항을 출발하기 전에도, 일본 체류기간에도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기자의 일본행은 서울대 보건대학원 최고위과정 16기 교육과정의 마지막코스인 해외연수에 신청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일본보완대체의학의 임상과 연구 동향을 파악하는 게 주요한 연수목적이었다.
7월 5일부터 9일까지 진행된 일본연수(인솔 책임자·조병희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에는 최고위과정에 이수중이거나 이수를 마친 사람, 국내 보건의료에 종사하고 있는 관계자 등 27명이 참가했다. 본지에서 강연석 사무총장이 동행했다.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처음 들른 곳은 도쿄대였다. 과거 일본제국주의의 이론적 토대를 닦았던 대학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대학의 역사가 우리보다 깊어서 그런지 아무튼 약간 위압감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이 대학 명예교수이자 인공심장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아쯔미 가즈히코(76·渥美和彦) 씨로부터 들은 ‘일본 상보·대체의료(CAM)와 통합의료(IM)’에 대한 강의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는 현재 세계는 통합의학(IM)으로 가고 있는 추세라고 보고 통합의료를 실현하기 위한 의원연맹(83명 참여)을 결성한 데 이어, 전일본침구학회 등 20여 학회가 참여하는 통합의료학술연합 설립준비위원회를 구성한 상태라고 소개했다. 7월 중으로 창립예정인 경제문화인단체까지 결성되면 이들 3각동맹이 정부에 의료법과 약사법 등을 통합의학의 이념에 맞게 바꾸는 압력단체로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조직은 거의 모든 일본의 의료와 한방, 대체의료 단체를 망라한 것이다. 아쯔미 교수는 이런 연합체의 대표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가 정계, 학계, 경제계, 문화계에 두루 영향력을 높이는 것은 도쿄대 명예교수라는 사회적 명성과 과거의 연구업적, 통합의학에 기울이는 열정 등에 힘입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에도 비중있는 인사가 한의학을 대변해준다면 일이 수월하게 풀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아쯔미 교수는 이 일을 일본이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했다. 전체와 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통합은 어려운 일인데 미국은 종합의료를 모르고, 반면 일본은 한·중·일 3국 중 한의학이 가장 발달했기 때문에 일본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중·일의 조금씩 다른 한의학을 통합해서 ‘신아시아 전통의학’을 구축하고 이를 전세계에 전파하겠다는 게 아쯔미 교수의 포부다.

그러나 통합의학에는 전제가 따라붙는다. 한의학은 경험적인 학문이지만 반드시 과학적으로 평가돼 취사선택돼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초와 임상분야에서 근거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다. 한방에는 모르는 성분이 많을 뿐만 아니라 장소에 따라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표준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표준화는 비단 아쯔미 교수뿐만 아니라 일본한의학이 추구하는 사회적 합의사항이기도 하다.
다음날 방문한 기타사토(北里) 대학과 메이지침구대학, 오사카대학에서 추구하고 있는 연구방향에서도 이런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계속>

도쿄 = 김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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