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경쟁력 시대] 1. 집단 경쟁과 수요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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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경쟁력 시대] 1. 집단 경쟁과 수요 창출
  • 승인 2005.07.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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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논리’ 지배 속 ‘전략’ 없는 한의계
수요창출 위해 전체가 나설 때
의료시장 확대는 어렵고 윈-윈은 한계


제도적인 보호 속에서 안주하던 의료계가 큰 변혁기를 맞고 있다. 의료인 수의 증가에 비해 인구증가율은 거꾸로 줄어들고 있고 여기에 의료의 영리법인 허용이나 의료시장개방이 가시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영세한 소규모 의료기관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의원은 여기에 한 술 더해 양방의 무차별적 공세까지 받고 있다.
이에 본지는 창간 16주년을 기념특집으로 한방의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 의료인은 ‘쭉’ 출생률은 ‘뚝’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04년 4,808만여명으로 인구성장률 0.49%를 기록하고 있으나 2014년에는 약 4,972만여명에 성장률 0.2%로 떨어지고, 2021년에는 4,995만여명에 성장률 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불과 16년 후의 일이다.
심평원의 2005년도 요양기관 종별 인력현황에 따르면 의료업에 종사하고 있는 양의사 수는 약 6만명, 한의사는 1만2천명이다. 인구 1천명당 양의사 1.2명이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 수치는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이 아니다. 2003년도 OECD 자료에 따르면 독일 3.3명, 미국 2.7명, 캐나다 2.1명, 영국 2명, 일본 1.9명이다.

그러나 문제는 인구에 비례한 양의사 비율이 최근 10년간 55.6%나 증가했다는 점이다. 한해 양의사 3,000명, 한의사 750명이 늘어난다.
80년대 까지만 해도 여자 1명이 평균 갖는 출생아 수는 2.34명이었으나 90년대에 1.56, 2000년에 1.4, 2003년에는 1.2를 기록했다.
이는 서구 선진국과 같이 서서히 의료시스템을 변화시켜가며 대응할 사이도 없이 폭격을 맞은 것으로 의료계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게 했다. 지난해 서울 및 수도권의 산부인과 개업률이 2.9%인데 반해 폐업률이 4.5%나 됐고, 무슨 과목을 전공했던 간에 ‘내과’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피부과’ ‘비만’ 등 환자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일 듯하면 간판에 마구 끌어다 붙이고 있는 것이 불황이 얼마나 극심한지를 잘 나타낸다.
‘○○’한의원이라는 똑같은 간판을 내 걸고 경쟁해야 하는 한의계 역시 이를 피해갈 수는 없다.

■ ‘양방 불황’이 ‘한방 죽이기’로

의료가 이원화된 우리나라 의료업계는 다른 나라 의료업계와 다른 특징이 있다.
개인간의 경쟁은 피할 수 없으나 치과의 임플란트에서 보여지듯 양질의 치료기술을 개발해 동 업종 종사자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의료업을 수행해 나갈 수 있으면 최선이다.
그러나 한·양방 의료계는 다르다. 특히 중증 환자나 응급환자가 아닌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질환을 치료하고 있는 동네 양의원의 사정은 급하다.

경기 불황으로 매상은 급격히 떨어졌고 의료인 수는 계속 늘어가는데 의료시장 개방 등으로 불안감이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의 해결책으로 빼든 칼이 ‘한방 죽이기’다.
의료시장에서 수요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부도덕한 것으로 매도될 수도 있다. 인구가 급증하지 않는 이상 획기적인 신치료기술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의료시장의 파이가 커지는 것은 아니다. 다른 의료 방식으로 대체된 것뿐이다. 이는 오히려 기존 의료인에게 부담을 주기까지 한다.

■ 동일시장 내 존재, 파이 다툼 불가피

양방의 ‘한약부작용’과 ‘의료기기’ 시비는 의료수요의 감소를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양방의사들이 동참하고 있는 이유도 과거보다 수익이 훨씬 떨어졌고 불안하기 때문이라는 게 경영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개개 의료기관의 경쟁력 즉, 영업능력은 임상이나 경영에서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개인적인 것이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파이를 키우기 어려운 의료시장에서 동일한 고객을 놓고 메카니즘이 전혀 다른 두 개의 의료체제가 공존하는 이상 집단적인 경쟁은 피할 수 없다.
과거에는 한방의 파이가 작았고, 양방도 어려움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을 뿐이다.

한·양방이 협진을 해가며 진료하는 의료기관이 증가하고 있으며, 서로의 의료발전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는 것은 의료인으로서 당연한 일이고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흔히 대할 수 있는 질병의 경우 문제가 달라진다. 감기나 비만이 대표적인 예다. 집단 간의 경쟁이 도를 넘어 상대방을 어떻게 하면 흠집 낼 수 있을까하는 모습으로도 비쳐졌다.
이제까지 한의계가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던 것은 여러 가지 대내·외적 요인이 있었을 것이나 그중 하나는 의료시장은 철저한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반면 한의계에는 이러한 ‘시장논리’에 대응할 ‘전략’이 부족했던 점이다.

한방의료시장이 넓어진다는 것은 거꾸로 양방이 작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의 시장을 놓고 둘이 경쟁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거나 무시하지 말고 시장논리에 맞춰 충실하게 대응해야 한다.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알리는 일이 먼저다. 특히 믿음을 가질 수 있는 근거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또 소비자가 유사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저가의 상품이 있는 데 한쪽에는 없을 때 경쟁을 해 나갈 수 없다.
이것은 전체 차원에서 이루어져야지 아무리 잘되는 병원이라도 가맹점 수준에서 이루어 낼 수 있는 것은 없다. 이제 한의계는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개개 한의원 차원을 넘어 전체 차원에서 전략을 세우고 대응해 나가야 할 때다. <계속>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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