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해외홍보 앞서 국내홍보부터 강화를” 여론 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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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해외홍보 앞서 국내홍보부터 강화를” 여론 비등
  • 승인 2005.07.1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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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일부 핵심계층이 오히려 한의학 무시·폄하
치료기전·효과 설득할 데이터 개발 시급

한의학을 배우고자 하는 국내의 열기는 높은 데 반해 이들을 한의학교육체계 안으로 끌어들일 뾰족한 대안은 없어 시급한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대학마다 개설하고 있는 사회교육원과 각종 사설교육기관에서 초보적인 한의학교육을 받고 사회로 배출되는 사람들이 국내한의계 어디에도 수용되지 못한 채 한의학연수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한국한의학은 존재하기라도 하는 것이냐는 의문을 낳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서울대 보건대학원 보건의료정책최고위과정에서 대체의학을 주제로 하는 교육 마지막 연수코스로 일본을 선정해 이 과정에 참여했던 한의계 관계자에 심한 자괴감을 안겨주었다. 정작 한의학의 종주국이라고 자부하는 한국에는 눈길을 주지 않고 한의학제도조차 없는 나라의 교육, 연구 시설에 관심을 가지는 모습은 뭔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일본 대체의학 연수에 참가했던 한 한의사는 “한국한의학에 비해 전혀 새로울 것도 없는데도 서양의학적으로 포장된 일본한의학에 매료된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면서 “우수한 능력을 가진 한의계가 자신의 지적 자산을 알리지 못해 나타난 현상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반면 한 한의대 교수는 외국에 관심을 보이는 현상이 당연하다고 말해 관심을 끌었다.
그는 “내가 갖고 있는 것은 작게 보이고 남의 떡은 크게 보이는 법”이라면서 “외국의 것을 기웃거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외국의 것에 호기심을 갖는 차원을 넘어 국내한의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거나 폄하하려 할 경우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한의학을 선호 내지 애용하면서도 굳이 ‘대체의학’이라는 명칭을 쓰면서 한의사에 대해서는 여러 대체의학전문가 중의 한 사람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 따라 한의학의 홍보, 특히 내국인 대상의 홍보에 비상한 관심과 특단의 대책을 취해야 한다는 여론이 분출하고 있다.

■ 정교한 홍보프로그램이 없다

그러면 왜 한의학 홍보가 안 되어 있는가?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국제적 요인과 국내적 요인으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국제적으로 한의학이 해외로 나가지 못해서 홍보가 안 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중국중의학이 알려진 것은 오래전 대륙횡단철도를 건설하는 인부들의 후손들이 생계목적으로 사용했던 데 힘입은 바 크고, 일본은 근대화에 성공해 발전한 약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외국 저널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았던 데 비해 한국은 해외진출의 역사가 짧았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은 국내적으로 생을 영위하는 데 커다란 불편을 느끼지 않아 해외로 진출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재정적으로도 한의학의 연구를 지원하는 R&D 펀드가 적었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양방은 펀드를 이용해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논문을 저널에 기고하는 데 비해 한의학은 자기가 논문을 준비하거나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활발한 해외진출이 어려웠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한의학의 국제홍보는 시기가 성숙하지 않아서 생기는 불가피한 문제일 수 있다.
해외진출을 못한 것은 해외진출의 역사가 짧아 불가항력적이라 하더라도 국내에서조차 내국인에게 한의학의 본질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은 한의계 내부의 책임이 크다는 주장도 있다.
정교한 한의학 홍보프로그램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운영했더라면 지금과 같이 국내한의학을 도외시하는 행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외국인 대상의 한의학교육과 홍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제한의학교육원, ICOM 대회, KIOM의 KOICA 보건행정전문가 연수 등을 좀더 보완하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게 한의계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여기에다 일부 한방병원에서 시행하는 헬스투어를 병행하면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또한 중국과 같이 정부당국의 재정지원과 업체의 투자가 가미되면 지금보다는 훨씬 개선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 설명력 뒷받침할 데이터 시급

그러나 문제는 내국인들에 대한 홍보라는 게 한의계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외국인에 대한 홍보에 앞서 내국인에 대한 홍보가 우선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대다수 한의계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한국인조차 한국한의학을 모르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한국한의학을 배우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됐다는 것이다.
헬스투어가 어려움을 겪는 현상은 내국인 대상의 홍보부재가 낳은 당연한 귀결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한국한의학을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서는 한의계 내부에서부터 원인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서는 특히 치료효과 혹은 치료기전, 부작용 등을 객관적으로 설명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풍부한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의학에 관심이 있는 계층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데이터 생산의 주체 확립도 시급한 과제로 거론된다.
연구의 중심인 대학교수가 진료에서 벗어나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가 주어져야 함은 물론이고 개원한의사도 장기간 축적된 자신의 임상경험을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게 정리하는 습관과 훈련이 요구된다.

한의학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전문가의 양성도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에서 최고 대학의 명예교수가 나서듯이 한의학도 사회저명인사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양의계와의 관계 재정립을 통해 한의학의 설명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런 과정을 통해 환자와 환자보호자, 지역사회 주민을 설득할 수 있음은 물론 국내 한방시설이 보건의료정책 최고위과정의 필수 연수코스로 선정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게 한의계관계자들의 공통적인 판단이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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