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학캠페인] 한약 문화를 바꾸자(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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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학캠페인] 한약 문화를 바꾸자(18)
  • 승인 2005.07.0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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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다가설 수 있는 한약 필요
한의원에서 사라지고 있는 한약

한약은 우리나라 국민 모두와 함께 아주 밀접하게 생활하고 있다.
한의사의 눈으로 보기에는 한약이지만 일반인이 보기에는 기호 식품인 것에서부터 삼계탕의 인삼처럼 몸의 기력을 돕기 위한 특별 식재료로 취급할 때도 있다. 재래시장에는 질병의 효과를 적어 놓은 한약재가 바닥에 진열돼 있다. 한약재로 된 건강식품도 주변에 널려있다.

감기에 걸린듯했을 때 약국에 가면 삼소음이나 쌍화탕과 같은 한약제제에 영양제 하나를 추가해 언제라도 먹을 수 있다. 병이 심하게 걸렸을 때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몸 컨디션이 나빠 일시적으로 나타난 증상일 때는 이 약을 먹고 하룻밤 잘 자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 “이제까지 잘 버텼는데 무슨 한약”

요즘도 시골에서는 겨울철이 다가 오면 산에서 한약재를 구해와 달여 먹는 모습을 간혹 볼 수 있다.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 대부분이고, 고된 농사일에 아프지 않은 데가 없다시피 하니 조금이라도 나아보려는 것이다. 우슬이나 어름덩굴(목통), 인동등 등을 캐와 끓여 먹으며 관절염이나 신경통이 조금 나아질 것을 기대한다. 또 위장이 좀 좋아지라고 창출을, 잦은 기침이 가라안길 기대하며 잔대(사삼)를 달인다.

요즘 시골은 산이 우거져 약초가 줄어들었고, 캐기도 어려워 장에서 사오는 경우가 더 많다.
이렇게 집에서 약초 달여 먹어본 노인이면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이든 아니든 “어디 아픈 데는 무엇을 먹으면 즉효”라는 경험담 한두 가지는 다 가지고 있다. 약초의 효능에 대해 믿음도 강하다.

이런 사람일수록 한의사가 진맥을 하고 지어준 약에 대한 욕구가 더 크다. 이 얘기, 저 얘기 듣고 시장에서 사다 끓여먹는 것과 한의사가 지어준 약은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밖으로는 전혀 내색을 하지 않는다.
살림도 어렵고, 이제까지 안 먹고도 잘 버텨왔는데 무슨 한약이냐고 말한다. 정 아프면 읍내 양의원가서 주사 맞고, 약을 한 봉지 사온다. 그래봐야 몇 천원 들지 않는다. 보건소를 가면 그나마 대부분 무료이고, 경우에 따라 1~2천 원 정도 내면 그만이다.

■ 한약 가격에 대한 부담감 여전

얼마 전 있었던 한의협 행사에서 한 한의계 인사는 자랑스럽다는 식으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한방하면 시골의 노인들이나 저소득층이 더 호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서울 강남의 부유계층이 더 한방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식수준이 비교적 높고 사회적으로 상류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한의학을 더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말이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비보험급여 진료 즉, 첩약 수요가 더 많다는 것을 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시골 노인들의 정서에서 나타나듯 중산층 이하의 사람들은 한약 값에 대해 부담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선호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한의계에서 질병의 치료나 예방효과로 보았을 때 한방이 양방보다 훨씬 저렴하고 효과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사회가 가지고 있는 통념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한약은 비싸고 보조적인 치료 수단 즉, 몸을 보호하는 수준에서 인식하는 경향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오랜 불경기 탓이기도 하겠지만 일부 한의원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줄어든 첩약 환자 수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계속 줄고 있는 것도 이러한 관념과 주머니 사정 때문이다.

■ 환자가 찾아줄 때만이 ‘한약의 주인’

한의원의 한약은 환자가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첩약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건강보험 급여대상인 68가지의 단미엑스산제와 56종의 혼합제제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약들은 대다수의 한의사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

혼합제제의 건강보험 상한금액은 갈근해기탕 1,482원, 삼소음 1,802원, 소청룡탕 1,331원, 오적산 1,728원으로 지난 1990년 급여에 포함된 이래로 아직까지 변동이 없다. 15년간의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또 약의 품질향상을 위한 새로운 기술도입 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결국 한의원에 일반인이 접근하기 쉬운 한약은 한의사도 투약하기를 꺼려하는 약 뿐이어서 어떠한 의미에서는 일반인이 쉽게 복용할 수 있고 약효를 인정할 수 있는 저가 한약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높은 문턱으로 기웃거리는 한의원 보다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약국이 있다. 약국에는 쉽게 복용할 수 있는 제제화 된 한약이 즐비하다. 약국의 한약은 계속 가지 수를 늘리는데 한의원 한약은 손닿기 어려운 곳에만 있을 때 과연 한약문화는 누가 이끌어 간다고 할 수 있을까? 아마도 “한약에 대한 최고 권위자는 한의사”라는 것은 학술적이거나 상징적인 문구로만 남을 것이다.

환자들이 한의원의 한약을 계속 찾아줄 때만이 한약은 한의사의 것이다. 첩약을 취급하지 않는 한의원 수가 늘고 있고, 보험약은 계속 방치돼 활용되지 않을 때 한약은 한의사의 것이 아니다.
한의원에는 난치병과 고급진료를 원하는 고객을 위한 한약도 존재해야 하지만 중산층 이하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설 수 있는 한약도 존재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의원 한약의 수요는 유지된다.

그것이 보험약이라면 가격을 현실화해 제조업체들이 품질개선에 주력하고, 업체 간에 품질 경쟁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치료를 위한 보조수단으로 식품의 형태로라도 이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다양한 형태, 다양한 수준의 한약을 한의계가 보유하고 있을 때 한약 문화 내에서 한의사의 위치는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계속>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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