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임상연구의 새로운 접근(下) -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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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임상연구의 새로운 접근(下) - 이상훈
  • 승인 2005.07.0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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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경희대 한의대 교수·침구학


■ 실용적 임상연구의 실제적 적용

[ 연구 대상 ]

연구대상자 선정에 있어서도 엄격한 선정과 제외기준을 적용하기 보다는 실제 임상처럼 융통성있는 선정기준을 갖는다. 그대신 다양하고 이질적인(heterogeneous) 대상자군의 개별 특성을 극복하기 위해 실험적 연구보다 더 많은 수의 대상자를 필요로 한다.
한의학적 변증개념에 따른 다양한 수의 치료군이 발생하는 점도 많은 연구대상자가 필요한 이유가 될 수 있다.
환자의 치료법에 대한 선호도도 임상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전제하에 실용적 임상연구에서는 치료군의 배정도 환자가 스스로 속하고자 하는 치료군을 선택할 수도 있으며, 특별한 선호가 없는 경우에는 무작위 배정을 통해 치료군을 결정한다.

[ 치료 ]
대조군의 경우 가급적 위약치료가 아닌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기존의 방법을 대조군으로 설정하며, 실험군의 경우에도 획일화된 특정처방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고, 실제 임상처럼 대상자에게 적합한 치료를 처방하고 필요시 영양요법 등의 보조요법도 허용한다.
처방에 대한 시술자 개인의 선입견을 배제하고 보편성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시술자의 의견을 비교 검토할 수도 있다.

[ 평가 ]

우선은 총체적인 효과(total effects)를 확인한 후 개별적인 요인들이 분석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기존의 임상병리검사 및 방사선검사 등 특정 지표의 변화를 양적 평가하기 보다는, 대상자의 전반적이거나 특정 질병과 관련된 삶의 질(Quality of Life)에 미치는 영향 등의 질적인 평가를 중시하며, 비용효과적인 측면 등 보다 다양하고 전반적인 평가를 시행한다.

■ 이상적 침 임상연구를 위하여

이상의 실용적 임상연구방법을 정리해보면, 기존의 새로운 가설검증에 사용되던 실험적 연구방법론에 비해 분명 한의학적 특성을 존중하며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면이 많이 있다.
전체적인 일상 치료(routine care)에 근접한 연구환경 속에서 의미있는 증거를 찾고자 하는 방법은 근거중심 한의학을 외치는 요즘의 우리들에게 매우 좋은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실용적 임상연구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충분한 대상자를 모집하고 연구를 시행할 수 있는 비용과 공간의 확보, 연구자의 꾸준한 질적 제고 등 반드시 극복해야할 문제들이 남아있다.

2001년에 보다 엄격한 실험설계를 침 연구에 도입하기 위한 일환으로 침연구자들이 STRICTA(Standards for reporting interventions in controlled trials of acupuncture)라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주: 번역문이 대한침구학회지 19권6호 p.134~154에 게재됨] 그동안 뚜렷하고 엄격한 연구 설계의 기준이 부족했던 현실에서 명확한 연구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침연구의 질적 제고를 위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얼핏보면, STRICTA와 실용적 임상연구와는 상반되는 입장이 아닌가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두 방법의 장점을 모두 활용한 프로토콜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며, 또한 가능한 방법이다. 즉, 실용적 임상연구라고 해서 아무런 사전 기준없이 의사의 임의대로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환자들에게 복합적이며 개별화된 접근법을 허용하더라도 그 가능한 적용방법들이 이미 프로토콜안에서 시험전 구체적이며 세밀하게 확정되어 있어야 하며, 실용적 임상연구 또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RCT)와 마찬가지로 다른 연구자에 의해 재현되고 일반화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장점을 잘 적용한 좋은 프로토콜로서 2004년 Leslie A 등이 Controlled Clinical Trials라는 저널(상게서 25권 p.76 ~103)에 발표한 Stop Hypertension with Acupuncture Research Program(SHARP)을 들 수 있다. 고혈압에 대한 침구치료 효과를 검증하고자 하는 프로토콜에서 고혈압에 대하여 5가지 변증(肝火上炎, 腎陰虛를 동반한 肝陽上亢, 濕痰壅塞, 陰陽俱虛, 氣血虛로 인한 肝陽上亢)으로 구분하고, 각 변증에 대한 기준을 맥진, 설진, 주요 증상, 2차적 증상으로 명확히 설정하고, 각 변증군별로 적용가능한 경혈들의 선택범위를 정하고, 심지어는 각 후보경혈마다의 자침 각도와 깊이, 침구회사별 침의 굵기와 길이까지도 세세하게 프로토콜에 정해놓았다.
이렇듯 변증의 특성을 살리는 융통성과 재현가능한 세밀한 정확성을 동시에 충족시키고자 하는 연구태도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추구해야할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 맺으며

최근 WHO 서태평양지구, 대한한의학회, 한국한의학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전통의학의 표준임상진료지침, 경혈위치 표준화 등 각종 표준화사업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은 21세기 한의학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매우 소중한 발판이 될 것이며, 이러한 표준화 과정을 통해 마련된 기준들을 다시 실용적 임상연구라는 도구를 활용해 그간의 경험을 명확한 근거로 축적해 나간다면 한의학은 분명 미래 의학의 핵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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