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제안 연속점검4] 한의사통신문화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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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제안 연속점검4] 한의사통신문화 달라져야 한다
  • 승인 2005.07.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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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주장·비방 탈피, 건전 정책제시해야
제재보다 게시자 자율시정이 바람직

한의계의 정책현안이나 공공정보를 논의해야 할 AKOM(대한한의사협회)통신망이 이용자의 수가 늘고 활성화됨에 따라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부작용이 늘어 개선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늘어가고 있다.

인터넷은 의견쓰기, 남이 쓴 글에 댓글달기, 자기사이트의 글을 다른 사이트로 퍼나르기, 남이 쓴 글을 자기사이트로 퍼올리기 등을 통해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함으로써 집단내 의사소통에 기여하는 등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역기능도 만만찮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AKOM에서는 품위가 없거나 지나치게 과격한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독자와 동료한의사에게 수치감과 거부감을 주는 행위, 소신껏 쓴 글에 대한 집단적 댓글 달기로 글쓰기에 대한 의욕을 꺾는 행위, 하지도 않은 행위를 했다고 유언비어성 문건을 등재하는 행위 등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인터넷상의 갈등이 현실화되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에는 인터넷상에서 벌어진 갈등이 폭력사태로 이어진 경우도 있고 명예훼손으로 회원 상호간 소송까지 간 사례도 여러 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 상호간, 회원과 집행부간 상호 폭로 비방전이 가열된 나머지 게재해서는 안 되는 글을 올리는 일도 일어났다.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고자 스스로 까발리고, 상대에게도 가혹한 질문을 던져 해명하는 과정에서 대외비 문건이 등재된 것이다.

더욱이 한의사통신망이 정치 공세의 장으로 비화되는 경우 집단 전체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지난 4월 29일 자보심의회에서 소위 IMS의 급여 및 수가 결정이 발표된 이후 통신망이 집행부 퇴진파동의 진원지 구실을 했다. 소수의 인터넷 논객들의 주장이 집중적으로 게시돼 여론을 만들고, 하나의 대세로 몰아간 것이다.

이것은 특정 사안에 반대하는 논객들의 글이 지지를 받고, 긍정하거나 동조하는 부류의 글은 비난 내지 매도되는 현실 때문에 여론이 사실과 달리 지나치게 부풀려진 감이 없지 않았다. 인터넷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제어수단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인터넷의 속성상 게재된 글은 삭제할 수 없고, 제한해서도 안 된다는 불문율이 존재하는 데다 인터넷 관리의 현실적 어려움도 부작용의 제재를 어렵게 만든다.

논쟁이 뜨거워질 때 시삽이 직권 삭제할 경우 중립성 내지 표현의 자유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지우면 더 심한 글을 올려 삭제의 효과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의협은 인터넷문화가 점점 위험수위로 치닫자 지난 1월 한의협 홈페이지 관리규정을 제정한 데 이어 이번에는 ‘꼬마마당 운영방침’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운영방침은 한의사통신망이 구체적인 정책 대안 제시나 장기적 방향성을 논의하는 장이 돼야 한다는 대전제 아래 게재가 제한되는 분야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가령 대외비에 준하는 내용이 게재됐을 경우 즉각 삭제 또는 담당이사에 이첩하고, 일방적 폭로성 글은 무조건 삭제하고, 근거가 있더라도 당사자의 동의 없이 유포하는 행위를 금했다.

일선 한의사들은 꼬마마당 운영방침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주목된다. 서울에 개원하고 있는 한 회원은 “통신망의 여론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현상을 시정하는 계기로 받아들이고 싶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한의협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게시의 제한이나 게시된 글의 삭제는 부득이 인터넷의 접속율을 떨어뜨리는 단점을 수반해 제재를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어 운영상 어려움이 따른다. 자유롭게 말하고 비판하는 가운데 인터넷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또한 원칙적으로 삭제해야 하지만 삭제로 인해 부가적 피해가 예상될 때는 삭제에 신중을 기할 필요도 있다. 이런 점에서 현재로서는 제재보다 회원의 자율에 맡기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의견이 많다. 글 쓰는 사람 스스로 판단해서 거르고, 삭제할 때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합법적인 활동공간을 만들어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 AKOM 내에서 대표적인 공간이 ‘해우소’ 란이다. ‘해우소’는 익명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회원의 자율성도 보장하고 정책대안 제시를 용이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기능을 줄이고 순기능을 확대해나가는 과제에 직면한 한의사통신망. 한의협의 꼬마마당 운영지침이 건전한 정책 제안의 장으로서 본래의 기능을 되찾는 데 기여할지 궁금하다.
한편, 게재번호를 통한 꼬마마당 게재건수는 지난 4월까지 월 200여건 수준에서 5월에는 1천500여 건으로 폭증했으며 6월에도 1천여 건을 기록했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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