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임상연구의 새로운 접근(上) -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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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임상연구의 새로운 접근(上) - 이상훈
  • 승인 2005.07.0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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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술효과연구에 실용적 임상연구방법 적용해야

■ 들어가며

1971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중국에서 목격한 침술마취가 기사화됨으로써 침술이 서양에서 주목을 받게 된 이후, 30여년간 침의 효과에 대한 많은 과학적 검증이 시도되어 왔으며, 그 연구의 범위와 양이 점차 방대해 지고 있는 것은 연구자로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고된 침연구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때, 또한번 놀라게 되는 것은 그 결과이다.

현재까지 엄격한 임상연구를 통해 확실히 효능이 있다고 보고된 것은 수술후 오심 구토 및 치통에 대한 침치료 정도이며, 침술이 가장 많이 시술되는 급만성 통증에 대해서조차 상당히 많은 연구보고에서 침의 임상적 효용성에 대해 아직 불확실하다거나 부정적인 결론이 내려져 있다.

이는 침술을 비롯한 한의학이 수천년간 소멸되지 않고 당당한 전통의학으로서 전해져 왔으며 오히려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는 임상 실제와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것이다.
이제 그 문제는 무엇이며, 해답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할 때이다.

■ 무엇이 문제인가?

현존하는 서양의학의 대표적 임상연구방법은 바로 무작위 대조 연구(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이다.
이는 위약(placebo) 또는 기존의 약물투여군을 대조군으로 하고, 새롭게 개발하고자 하는 약물투여군을 실험군으로 무작위 배정후 비교연구하여 신약의 우월성을 조사하는 연구방법으로서 의학임상연구의 황금률(Golden Standard)이라고 불려진다.

이러한 RCT는 현재까지도 신약개발뿐만 아니라 침의 엄격한 효능검증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평가되었다. 즉, 침연구에 있어서도 단일화된 치료경혈이 사용되었고, 이러한 실험적 접근은 임상에서 갖는 실제적 효과와 다른 부정적 결론을 나타낸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침술을 비롯한 한의학의 가장 중요한 기본개념은 바로 같은 병명이나 증상에 대한 개체적 차이를 인정하는 치료적 접근인 ‘변증’이다.
즉, 같은 서양의학적 병명이나 분류에 속해도, 개체에 따라 심하게는 치료방향(한열, 보사 등)이 정반대로 정해질 수 있는 것이 ‘변증’이다.

이러한 개체적 특성을 무시하고 연구의 단순명료한 결과를 위해 특정병명에 속한 모든 대상자에게 획일화된 치료법을 처방한 후 이를 통계처리를 통해 결론을 도출하고자 하였기에 제대로 임상 현실을 반영할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 실용적 임상 연구(Pragmatic Clinical Trial)란?

이러한 기존의 침연구의 문제점은 비단 한의학의 종주국인 동양에서만 느끼는 것이 아니어서 서양에서도 새로운 시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새로운 약물의 개발이 이토록 부정적인 결과가 있었다면, 당장에 연구가 중지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서양에서도 침술이 임상적으로는 굉장한 유용성이 있으며, 어쩌면 향후 기존의학(Conventional Medicine)의 한계를 보완(Complementary) 내지는 대체(Alternative)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에 끊임없이 연구를 시도해 오고 있는 것이다.

한편, 임상 현장에서 경험하는 치료법의 효과를 임상 연구에서도 최대한 유사한 진료환경 속에서 실제적 결과를 얻도록 추구하는 실용적 임상 연구(pragmatic clinical trial)라는 방법을 침술연구에도 적용해야한다는 주장이 점차 제시되고 있다.

실용적 임상연구란 일상 진료실에서 행해지는 치료법들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인가를 알아보고자 하는 것으로, 이는 인위적으로 다른 요인들을 철저히 배제한 환경에서 대조군보다 실험군이 특정 효능이 있는가에 대한 새로운 가설검증을 위한 기존의 실험실적 연구방법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좀더 구체적인 차이는 영국의 Hugh MacPherson이라는 연구자의 논문에 아래와 같이 명확히 정리되어 있다. <표 참조>

이러한 새로운 방법적 접근은 아직 완전하며 보편화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실용적인 임상연구방법은 이미 요통, 고혈압, 임신중 우울증, HIV환자의 수면장애, 만성 중풍후 하지 경련, 두통 등 다양한 질환 및 증상의 침연구에 시도되었다. 보다 구체적인 임상연구 각 과정별 적용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 이어가고자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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