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안재규 회장 사퇴서 처리의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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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안재규 회장 사퇴서 처리의 배경
  • 승인 2005.06.2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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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治’보다 ‘內治’ 실패가 위기 自招
내부 여론수렴에 소홀, 조직의 경직성으로 불만 폭발

논란이 많았던 안재규 회장의 사퇴서는 지난 18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상당한 표차로 수리됐다. 사실 사퇴 파동의 발단이 됐던 IMS사건도 스스로 사퇴시한으로 설정한 5월 27일 자보심의회에서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을 받은 뒤 결정한다고 발표돼 4월 29일 자보심의회의 급여결정과 수가공지 이전으로 돌아가는 등 안 회장 재임기간을 통털어 딱히 흠이 될 만한 대과가 없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던 만큼 사퇴서의 전격적인 처리를 의외로 받아들이는 견해도 없지 않다.

■ 현안 잘 대처하고도 낙마

더욱이 안재규 회장 재임기간동안 한의협은 한의약육성법을 통과시키는 쾌거를 이룩하기도 했다. 한의사가 한의학에 관련된 법을 가지게 된 최초의 사건이었다. 이는 최환영 회장 당시 병역법 통과에 비견되는 커다란 업적이다.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이긴 하지만 약사법의 처리도 통합약사 배출 저지, 그에 따른 의료일원화 저지라는 목표를 선언적이나마 실현했다는 점에서 업적으로 기록될 만하다. 대통령주치의제도 그의 임기중에 실현됐다. 아울러 회관이전건립이라는 한의계의 숙원사업을 성공적으로 치러내 한의학 발전의 전기를 마련했다. 대체로 안 회장은 이같은 외치분야에서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회장이 사퇴압박을 받아 결국 물러나게 된 것은 또 다른 흐름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그런 흐름은 결론적으로 내치의 실패라는 것이다.
안 회장의 사퇴파동을 몰고왔던 최근의 사건만 해도 경근침자법(소위 IMS)을 비롯해 양방내과의사회의 감기포스터 사건, 동의미가사건, YMCA 한약가 폭리보도 사건, KBS 추적60분 불량약재 방송 사건, 일방적 약대 6년제 합의사건 등 수없이 많았지만 이들 사건 자체를 안 회장의 잘못으로 인식하는 회원은 없었다. 물론 사전에 대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법적 기반이 취약하거나 전임 집행부가 남긴 계속 사업의 성격상 감수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강했다.

■ 회원 요구에 반응 못해

그러나 이런 일련의 대외적 현안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안재규 집행부는 일선 한의사의 정서를 읽지 못했다. 한의사의 사회적 존재기반을 뒤흔드는 대형사건이 터지는데도 집행부는 밖을 향해서만 열심히 뛰었을 뿐 내부의 목소리에는 귀를 막아두고 있었다. 인터넷시대 한의계여론의 1번지라 할 수 있는 AKOM에 회장의 자취를 찾을 수 없었으며, 계속되는 한의학 폄하사건과 경기침체로 경영압박에 시달려도 격려문이나 담화문 한 장 발표하지 않아 여론의 외면을 받았다.

회원을 진무하기는커녕 오히려 회원을 자극하는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IMS 사태 와중에 안재규 회장이 ‘양의사와 침의 사용을 공유해도 된다’는 식의 루머가 나오고, 또 해명하는 과정에서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또 정기대의원총회에서는 모 이사가 대의원과 대의원의 노력을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모 씨가 IMS문제로 다투다 동료한의사를 구타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회장으로서 책임있게 행동하지 않아 악화되는 여론에 불을 질렀다.

안재규 회장은 약대 6년제 합의에서 비상대책위원장도 모르게 서명하여 공조직을 무력화시키는 행태를 보여 일부 지부로부터 회장퇴진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 내부적 단합의 근간을 해쳤다.
한의사전문의제도에서의 실패도 안 회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 전문의시험 응시기회를 개원가에도 보장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지만 전혀 해결되지 않은 채 책임을 회원에게 떠넘기는 듯한 행태를 보여 불신감을 키웠다.

■ 민주적 리더십 못따라가

안 회장의 퇴진배경에는 무엇보다 현 시스템으로는 안 되겠다는 회원 내부의 보이지 않는 확신이 자리잡고 있다. 한달이 멀다하고 벌어지는 사건이나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가 보여주었던 태도는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회원들은 회장 중심의 리더십이 회원중심의 민주적 리더십으로 바뀌고 있는데도 여전히 지난 50년간 누적된 옛날식 일처리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간파했다. 회원들은 학술적 근거와 데이터 확보, 광범위한 인적 자원 활용이 시급하다면서 1차적 실천과제로 직선제, 총회분과위원회의 상설화 등 여론수렴구조의 민주화를 꾸준히 요구했다.

IMS사태 직후 직선제 정관개정과 회장 사퇴 서명이 전개된 배경에는 회무민주화에 대한 회원들의 열망을 반영한다.
그러나 집행부는 회무에 대한 분출하는 회원의 참여 욕구를 적절하게 수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회원들이 말만 앞세울 뿐 무책임하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이런 발상의 배경에는 한의협조직의 경직성과 폐쇄성에 기인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부회장단의 붕괴로 인한 집행부와 회원의 가교역할 부재도 한몫했다고 평가된다.

이렇듯 안 회장 퇴진의 배경에는 내부적으로 변화하는 회원의 여론에 부응하지 못한 점, 한의원 경영의 악화, 한의협 조직의 비민주성, 임원과 측근 관리의 문제, 여론수렴기능이 취약한 대의원총회, 회원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전문지와 인터넷매체에 대한 대응 부재 등의 요소가 깔려 있다.

■ 外治 성과 계승은 차기집행부의 몫

따라서 이런 문제가 극복되지 않고서는 차기 집행부가 구성된다 하더라도 개선이나 진전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물론 대외적인 현안은 현상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불철저하다는 점에서 법과 제도의 문제, 의사·약사·한약사·침구사 등 각 직능과의 관계 설정, 국회·행정부·언론·시민단체와의 관계, 한의계내 대학·학회·연구단체와의 네트워크, 휴먼네트워크의 구축 등 전임집행부가 축적한 외치분야에서의 성과는 차기 집행부가 계승, 발전시켜야 할 과제로 거론된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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