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제안 연속점검3] 정책조직 운영마인드에 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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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제안 연속점검3] 정책조직 운영마인드에 결함
  • 승인 2005.06.2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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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직원간 합리적 역할분담부터 재고해야

한의계의 1년을 보면 참으로 다사다난하다는 말이 실감 난다. 늘 비상 아닌 날이 없고, 터졌다 하면 대형사건이다. 의사, 약사 입장에서 보면 일개 학회나 위원회의 과제이며, 정부입장에서도 애매모호한 유권해석 한 장이 한의계를 뒤흔들어놓기 일쑤다. 잽을 한번 날린 데 불과한데도 한의계에서는 초비상사태가 터지는 것이다.
일이 이러다 보니 한의협 회장이 임기를 채우는 일도 흔치 않았다. 임기를 채운 것은 최근 몇 년 간의 일일 뿐 대부분 중도하차해야 했다. 이번 IMS사태도 따지고 보면 꽤 오래된 사건이다.

■ 열심히는 하는데 성과는 없고

그러나 한의계는 세월이 흘러도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유사한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형사건이 터질 때마다 한의협은 열심히는 하지만 근거가 될만한 자료가 없어 허둥댄다.
담당자와 통할만한 사람은 없나 지푸라기 하나라도 찾으려고 정신이 없다. 그런 와중에 회원들은 “협회는 뭐하냐?”고 힐난한다.

그렇다고 한의협의 정책과 전략적 기획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책기획위원회라는 기구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 기구는 단기적 목표에 치중한 나머지 장기적 과제 연구에는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해 비판을 받고 있다.

■ 전략·기획 전담기구 취약

정책기획위원회는 단기대책팀과 중장기대책팀으로 나뉘어 정책업무를 분담하고 있으나 정작 본연의 기능인 전략적 사고를 수행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위상도 취약하다. 위원장은 회장이 선임하며, 필요에 따라 수시로 교체가 가능하게 돼 있다.
실제로 위원장이 회장의 임기 중에 교체되는 일이 빈번하다. 위원회의 독립성이 보장돼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위원회의 주요의제가 회장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도 현재의 위상을 대변해준다. 임기보장론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정책기획위원회의 문제는 정관상 위상의 문제가 아니라 마인드의 문제이며 운용의 묘를 살리면 된다는 의견도 있다.
정관상 독립성이 부족한 것도 하나의 문제라고 지적할 수는 있지만 위상이 부족해서 중장기 대책을 수립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오히려 정책기획위원회의 업무에서 단기대책을 분리해, 명실상부한 중장기대책 중심으로 가고 동시에 현직이사 중심의 위원 선정방식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전략적 사고에 몰두할 시간적 여유와 전문성이 부족한 현직이사의 특성상 현안에 매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사무직원 수동화

정책기획위원회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무국의 뒷받침이 필수적인 요소로 거론된다. 이사와 직원의 합리적인 업무분담이 좋은 정책을 입안하기 위한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한의학의 전문가라는 이유로 이사중심으로 흘러 직원을 수동적인 위치로 전락시킨다면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정책기획국의 조직도 보강돼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기획업무보다 법제, 약무, 의무 등 의사(醫事)업무가 주요한 일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기획의 동반자관계를 요구하는 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사와 직원의 역할 관계가 분명하지 않으면 한의협 일각에서 추진하는 정책연구소가 설립돼도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운영하는 사람, 특히 회장과 부회장, 정책기획위원장, 이사 등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정책연구소가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집행진의 구성단계부터 정책기획분야의 인선을 고려해야 함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의협의 경우 부설로 의료경영연구소가 설치돼 있고, 사무국내에는 정책기획실 내에 전략기획팀이 구성돼 있어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정책기획실과 전략기획팀에 근무하는 직원은 이사와 합리적인 역할분담을 통해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받고 있다. 전략기획의 한 축이 직원임을 나타내주는 사례라 하겠다.

■ 종합보고서가 없다

한의계의 전략사령부격인 정책기획위원회와 정책기획국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 한의계는 전략적 판단에 도움이 되는 데이터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양질의 정책자료가 생산되지 않음으로써 한의계는 현안에 대한 매뉴얼이 없는 실정이다. 5천년 한의계 역사상 최대의 사건이며, 한의학 현안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약분쟁도 10년이 지나도록 평가를 미루고 있다.
얻은 게 뭐고, 잃은 게 무엇이며, 미완의 과제나 보완방안은 무엇인지 정리가 안돼 있다. 하나같이 개인적 경험과 보건대학원의 석사논문에 의존할 뿐 제대로 된 종합보고서 내지 백서가 없다.

역대 집행부마다 법 하나를 개정하는 데 온갖 애를 먹고도 막상 선거 때가 되면 그렇게 무관심할 수가 없다.
인터넷시대에 여론의 중요성이 커져도 AKOM만 부산스러울 뿐 다른 전문신문이나 인터넷매체에 대한 대응은 전무하다. 각 분야, 각 국면에서 취해야 할 전략이 없고, 정책에 대한 홍보와 홍보마인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유사한 사건에 직면해서도 일목요연한 대책이 있을 수 없고, 비상대책을 강구해서 대응해도 때는 이미 늦고, 정체성 논란에 빠져든다. 그 결과는 한의학 영역의 축소이며, 왜곡으로 나타난다.

수행됐던 용역과제들조차 그 후 가치 있게 쓰였는지 아무도 모르고, 관심조차 없다. 용역과제의 적정성 평가는 감사지적사항이 된지 오래됐지만 용역과제의 아이템을 선정하는 단계에서부터 연구, 활용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다.
정책의 근본줄기가 형성되지 않으면 정상적인 회무가 될 수 없다. 사방이 한의학영역을 침식하는 직능들로 둘러싸인 한의계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정작 정책의 근본줄기를 수립하려는 노력은 의외로 취약한 게 한의협이다.
구태의연한 회무운영이라는 이유로 회장이 교체될 만큼 홍역을 치른 한의협이 이번에는 정책인프라 구축에 얼마나 관심을 보일지 궁금하다. <계속>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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