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한의학적 정체성에 기초한 한약연구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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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한의학적 정체성에 기초한 한약연구 방향
  • 승인 2005.06.2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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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임상에 맞는 표준약리작용 개발돼야”

김호철 (경희대 한의대 본초학교실)

다음은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지난 22일 주최한 ‘21세기 한약 연구의 뉴패러다임’ 심포지엄에서 김호철 경희대 한의대 교수가 발표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 주>


한의학에 있어 한약연구가 한의학적 정체성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한약연구가 한의학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진행되어 왔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연구역량의 부족과 의약학 및 자연계열의 한약연구 형태를 취하다 보니 목적을 생각지 않는 연구들이 진행돼 왔다.
한의학적 정체성을 말할 때 크게 ‘陰陽五行’과 ‘天人合一’에 근거한 상대적 개념과 유기적인 개념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체계를 생각한다.
이 두 개념은 정체성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한의학 전공자가 천연물신약을 개발했다면 한의사가 쓰는 것이 아니라 양의사가 쓰는 것이기 때문에 한의학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약물이론인 기미론으로 설명돼야 한의학이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문제이다.
기미론 역시 음양오행과 천인합일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 두가지 원리에 따르는 것이 한의학적 정체성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다시 말해 질병을 진단, 예방 및 치료할 때 한약재를 사용한다고 한의학이 아니며, 상대적이고 유기적인 원리에 의해 인체를 관찰하고 치료하는 것이라야 한의학이라고 할 수 있다.

■ 실험적 연구로 한의학적 정체성 입증이 가능한가?

상대적·유기적이고 복합적인 개념이 자연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가능한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불가능하다.
자연과학적인 실험으로는 상대적인 개념을 실험하기 어렵다. 용량반응곡선에서 반응을 절대적으로 나타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절대화시키기 위해서는 대표적인 약리작용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체 내에도 자율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 cAMP와 cGMP 등 상대적인 개념의 체계가 존재한다.
그래서 많은 기미론 연구들이 이 체계들과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이루어져 왔지만 상관성을 증명하지 못했을 뿐더러 처음부터 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환원론에 바탕을 둔 서양의학은 유기적이고 복합적인 상태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약의 복합적인 개념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약이론을 객관화하는 연구들은 대부분 실패하여 그 상관성을 밝히지 못했다.
그러나 한의학적 정체성을 직접 연구하는 것은 어렵다고 할지라도 한의학적 정체성에 의하여 응용되는 한약을 연구하는 것은 가능하다.
부연하자면 한의사가 한의학적 임상을 할 때 임상수준의 향상을 가져오는 연구는 충분히 가능하다.
한약이론을 연구하는 것이 근본적인 목적이겠지만 이는 오랜 한의학발전의 역사를 보더라도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을 감안한다면 장기간에 걸쳐, 실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사실들에 목표를 두고 연구해야 한다.

■ 임상한의학을 위한 연구에 주력해야

한약 연구는 크게 한의, 약학, 의학, 자연과학, 농학, 식품 등의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연구의 목적이 다르다. 한약재를 가지고 연구한다고 한의학적인 한약 연구라고 할 수 없다.
약학·의학·기타 자연과학분야에서는 신약개발이나 식품개발 등이 그 연구목표이다. 그래서 활성을 연구하고 유효활성을 관찰하는 것이 주된 연구내용이다.
한의사가 임상을 하는 것이 한의학적 정체성에 근거한다면 한약연구는 임상에 근거를 제시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
즉 한의학 임상발전을 위해 한약을 연구하는 것이다.

한약이란 ‘질병을 진단, 예방 및 치료하기 위하여 한의학적 원리에 의해 사용되는 천연물’로 정의할 수 있다.
한약연구는 바로 이 정의에 맞게 한의학적 원리에 의해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약 단방 또는 처방이 어떤 작용을 한다는 것이 주로 in vivo 또는 in vitro로 연구되고 있으나 실제 연구에서는 이 효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려면 한약이 치료용량에서 효과가 있는가를 연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또 그 일이 실제로 인체에서 일어나는지를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약의 항고혈압효과들이 많이 연구되었지만 실제 이 약들을 먹으면 고혈압치료에 도움이 되는지를 모른다.
그리고 얼마나 먹어야 하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도 모른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사람과 유사한 동물모델을 가지고 실험을 해야 하며 몇 %의 효능을 나타내는지도 연구해야 한다.
한약재가 한약으로 되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이 표준화될 필요가 있으며 효능이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그 외에 독부작용이나 양약과의 상호작용 등 안전성을 연구해야 한다.

포제 연구의 경우에는 어떤 포제법이 가장 적당한가, 포제품의 표준이 어떻게 되어야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각각의 포제를 한 다음 포제품의 성분 함량의 차이가 얼마나 되느냐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효능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
약효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임상에서 사용되는 효능과 유사한 약리작용이 개발돼야 한다. 이를 표준약리작용이라고 한다면 표준약리작용 연구는 한약의 재배, 채취, 가공, 포제, 제제, 용량, 복용법, 상호작용 등에 대한 연구들의 기초가 된다.

중국에서도 30여년 전부터 많은 한약연구들이 이루어져 왔다.
한국은 동의보감과 사상의학의 영향으로 중국과는 명대부터 독자적인 체계를 이루어 왔으며 처방내용도 중국과는 사뭇 다르다.
그러나 임상의 발전에 비해 한약연구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으며 현재 본초학 교과서도 중국의 본초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우리나라 한의학 임상에서 치료효능을 높이며 치료기전을 밝히는 것이 우리나라 한약연구의 방향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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