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휴가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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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휴가 보내기
  • 승인 2003.03.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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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차례 태풍이 지나간 뒤 날씨가 푹푹 찐다. 아스팔트 길 위에 서서 바라보면 현기증마저 일어난다. 이럴 땐 정말 일을 한다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오로지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인간이면 누구나 느끼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욕구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한다.

금주를 전후해 많은 국민이 휴가를 떠난다. 한의사도 휴가를 떠난다. 개원의, 병원근무한의사, 종사자는 물론 환자도 쉰다.

한의사의 경우 휴가를 이용해 학술대회에 가는 한의사도 있고, 혹은 국내외의 의료봉사를 가는 한의사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그냥 가족과 함께 쉰다고 봐야 할 것이다.

모처럼 진료와 처방, 시술이라는 어찌보면 좀 단조로운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는 연중행사라 명명해도 좋은 만큼 휴가는 귀중한 시간이라 할 수 있다.

비운다는 것, 내 삶의 虛를 남겨놓는다는 것은 여러 모로 발전의 활력소가 된다. 그러므로 잘 쉬면 내일을 위한 재충전의 기회요, 못쉬면 그저 몸뚱아리의 편안에 그칠 것이다. 여기에 짧은 기간, 천금같은 휴가를 지혜롭게 보내야 하는 당위가 있다.

그런데 뜨거운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는 사건이 우리 주변에서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어 떠나려 하는 많은 한의사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물론 무거운 속세의 고민거리를 끌어안고 산으로 바다로 갈 필요까지는 없지만 냉혹한 현실 앞에서 늘 속을 끓이고 사는 한의사의 운명이라면 휴가라고 해서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내가 없어도 조직이, 시스템이 뒷받침해주는 양의계라면 몰라도 개개인의 역량에 의존해야 하는 한의계로서는 개인의 자각과 책임의식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그렇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휴가기간동안 한의사는 몸도 마음도 편안하게 쉬면서 평소 자신의 진료스타일을 뒤돌아보는 한편 한의학을 둘러싼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그 속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한번쯤 고민해보는 것도 한의계의 발전을 위해서나 나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문구도 있듯이 우리도 그동안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홀가분히 떠날 자격이 있다. 그 대신 일터에 복귀해서는 더욱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휴가는 더 큰 일을 하기 위해 더 큰 虛를 만드는 과정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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