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50] 醫生講義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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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250] 醫生講義錄
  • 승인 2005.06.1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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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사무로 강요된 일제치하 醫生敎育

1913년 조선총독부는 醫生規則을 발포하여 전통방식의 醫業을 행하고 있던 조선의 의원들을 의생으로 격하시켜 일본인 의사나 경찰의 통제를 받도록 강요하였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 초기인 1916년에 발행한 醫生講義錄으로 생리학과 전염병, 위생학 등 서양의학 과목이 합본되어 있다. 저자는 吳永瑗으로 밝혀져 있으나 자세한 행적은 모른다.

다만 책의 앞쪽에 강사와 의생 명단이 수록되어 있는데, 李厚卿·崔日文과 함께 강사로 올라있어 그가 의생강습소에서 활약한 인물임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더욱 묘한 것은 이들보다 앞서 警務部長 齊藤七郞과 慈惠醫院長 秋田義彰이 먼저 등장해 있는데 이것은 바로 당시 의약행정이 경찰에 속한 때문이며, 경찰의무가 일본육군 軍醫나 지방의 도립의원인 자혜의원 醫官에게 위촉되었기 때문이다.

세 사람의 강사 중 알려진 인물은 이후경으로 1884년생인 그는 1908년 한성일어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음성군 주사로 부임했다가 곧 다시 경성의전에 진학하여 1914년 서의사가 되었는데 의사면허 6호로 기록되어 있다. 이로 보아 여기 기록된 강사 3인은 초창기 한국인 서의사로 배출된 후 즉시 서양의학 강사로 활약했던 인물들로 여겨진다.

의생명단은 각 지역별로 나뉘어져 있는데, 공주군은 노명환, 하정홍, 조철재 등 17인, 청양군에는 윤시보, 김동준, 안재학 등 13인, 대전군 정대현, 송헌숙, 김현영 등 14인, 천안군 김효덕, 이우석, 김주환 등 7인, 연기군 이상래, 이명용, 김태희 등 10인의 이름이 차례로 올라있다. 모두 5개 지역 61인으로 적지 않은 숫자이다.

본문은 크게 생리학과 전염병으로 양분되어 있으며, 목차는 따로 실려 있지 않으나 개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생리학에서는 총론에 이어 각론에서 인체의 구조, 血行器의 생리, 호흡기의 생리, 소화기의 생리, 신경계의 생리, 五官器의 생리, 비뇨기의 생리, 생식기의 생리 등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어 전염병학에서는 총론에 병원균의 생활력, 병원균의 전염경로, 전염병발생의 種類 및 徵狀이 들어 있다.

각론에서는 腸窒扶斯, 赤痢, 虎列刺, 黑死病[페스도], 發疹窒扶斯, 實扶的里亞, 猩紅熱, 痘瘡[天然痘], 빠라窒扶斯, 麻疹, 流行性感冒, 麻拉里亞, 肺結核, 百日咳, 淋疾 등 15종 전염성 질환에 대해 설명하였고 이어 일반전염병의 예방법, 예방접종법에 대한 내용이 더해져 총 1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편의 본문 뒤에는 7조문에 걸친 傳染病豫防規則이 실려 있는데, 제목 아래에는 ‘光武 3년(1899) 8월 內令(內部訓令) 제19호’라는 주석이 달려있다. 이어 그 뒤에는 鍼灸術에 대한 注意, 種痘術, 소독약의 종류 및 응용법이 수록되어 있다. 당시 의생을 재교육시켜 전염병 예방과 종두 시술, 응급처치 등을 맡겨 의료기관의 공백을 메우려 했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또 醫生規則도 실려 있는데, 일제강점기 의생들에 대한 규제와 관장업무에 대한 기본사항은 『醫門須知』(본란 208회 조선총독부 시행 醫生守則, 2004. 7. 2일자)나 『醫生必携』와 같은 서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의 내용 뒤에는 또 다른 한편이 붙어 있다. 衛生學, 迷信療法, 救急法, 地方病이 강사인 최일문의 이름 아래 합본되어 있는 것이다. 위생학의 내용으로는 총론에 위생학의 정의, 위생학의 목적, 위생학의 효과가 들어 있고 각론에는 給水法, 의복, 食物, 가옥의 위생에 관한 글이 들어 있다. 또 迷信的療法 및 危險療法의 矯正에는 두창[천연두], 鱉腹[마라리아], 染病腸窒扶斯, 虎列剌病, 眼疾의 미신적 주술요법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아 놓았다.

救急法及其곤帶法에는 구급법으로 人事不省, 卒倒, 출혈의 처치, 골절의 처치, 중독의 처치, 沈醉, 假死의 처치, 인공호흡법이 들어 있고 붕대법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고 있다. 地方病의 특징 및 예방법에는 十二指腸蟲病[舊名에 菜毒症], 조충병[寸白蟲病], 회충병, 象皮病[舊名에 수둥다리], 二口蟲病[지슈도마]에 대한 설명으로 끝을 맺었다. 일본의 경찰통치로 이루어진 의약사무가 어떤 방식으로 강요되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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