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제안 연속점검2] 정치력보다 정책으로 승부 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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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제안 연속점검2] 정치력보다 정책으로 승부 걸어라
  • 승인 2005.06.1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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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업무의 효율성 제고도 시급
공공성 띤 정책대안이 호소력 가진다


한의협 회무 개선과제를 들라고 할 때 한의협 임원이나 일선 한의사가 공통적으로 드는 게 시스템회무다.
유력한 사람이 없어도 조직이 돌아가게 만들자는 게 시스템 회무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이다.

시스템 회무에 대한 요구는 중대한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제기됐다.
시스템 회무는 한의계의 묵은 과제가 되었을 정도로 한의계 구성원이라면 그 필요성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도 한의협 회무는 시스템 회무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시스템 회무가 실현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 시스템과 거리 먼 한의협 회무

한의협의 시스템 회무 부재 원인은 우선 한의협 조직의 특성에서 찾아진다.
한의협 조직에는 대의원총회와 감사단, 사무처 등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회장으로 대표되는 집행부가 일을 처리하고 책임지는 구조다.
그중 회장이 대내외 회무를 대표하고 공과 과를 독점하게 된다.

그러나 회장 한 사람이 뛰는 구조로는 방대한 회무를 혼자 책임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의협 조직은 이사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구조라는 치명적인 결함을 않고 있다.
이사가 운영할 수 있는 위원회가 있어 이사의 업무를 돕긴 하지만 문서를 작성하는 주체가 아니며 업무의 연속성도 떨어져 이사의 역할은 한정적이다.

업무의 인수인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업무수행시에도 업무과정이 문서화되지 않아 인수인계할 내용도 없는 등 전반적으로 단절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사건의 홍수 속에서 한 가지 업무에 주력할 수 없는 것도 이사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업무를 분담하는 한의계 내의 네트워크가 부족한 것도 시스템 회무를 어렵게 만든다.
한의학 회무는 대학과 학회 등 학문을 책임지는 기관이 우선하고 한의협이 행정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구조가 보편적이나 한의계만큼은 한의협이 중심을 이루고 학계는 보조적 위치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지난번 경근침자법(소위 IMS)사건 때 확인됐다. 학계가 학술적 자문에만 그친 것이다.
그 결과 한의협의 IMS대책은 학문적 논쟁보다 법과 유권해석 혹은 절차적 문제로 축소된 느낌을 주었다.

■ 한의계 내외 불문 네트워크 취약

시스템 부재는 한의계 외부와의 네트워크가 취약한 결과 일어나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침과 한약에 대한 한의사의 권리를 이해하고 옹호해주는 사회세력이 미약해 한의사의 방어력이 현저히 약화된 결과 한의계는 한의협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중앙집권조직으로 축소돼 조직의 탄력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의계에 외호(外護)조직이 부재한 것도 흔히 거론된다. 한의언론이 취약해 집행부와 회원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악화됐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제기됐으나 전혀 개선의 조짐이 없었다.
그 결과 내부 언론은 취약하고 외부언론이 강성해지면서 한의계는 양방적 시각으로 한의계 현상을 들여다보는 현상이 심화됐다.

한의계는 앉아서 자체 여론을 형성할 기회를 잠식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홍보의 초점이 중앙일간지와 방송사에 맞춰지면서 내부홍보를 소홀히 한 데 따른 필연적인 귀결이다.
한의계의 존재양식 자체가 시스템 회무를 저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의계 자체가 개원의 중심이어서 한의사 개개인이 회무에 힘을 쏟을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한의계는 학술적, 조직적이기보다 국민정서에 호소하거나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정부당국에 한의계의 정서를 전달하는 수준에서 대처한다.
이런 과정에서 한의계는 정책보다 인맥으로 회무를 수행하게 된다. 한의계의 목소리를 이해하고 정책에 반영해줄 우호적인 인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맥에 의한 회무는 단기적으로도 효과적인 측면이 있다. 정책으로 접근하는 게 합리적이지만 정책은 오랜 기간에 걸쳐 근거 있는 자료가 축적돼야 한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인맥에 호소하는 경향을 지닌다. 인맥은 정치력, 로비력으로도 표현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인맥 내지 정치력과 정책적 접근 사이에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정책을 갖고 호소하더라도 자료를 이해하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인맥과 자료, 정치력과 정책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어느 것이 중요하고 우선적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정책능력 강화해야 하는데…

한의계에 가로놓인 근본적 한계와 난관에도 불구하고 정책위주로 가야 한다는 데는 모두 동의한다.
정책위주의 회무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방안으로 직선제로의 정관 개정, 회장의 리더십 강화, 대의원총회의 기능 강화, 회원의 참여의식 고취, 홍보력 강화, 정책연구소의 설립, 한방보건학의 도입, 한의대교육과 연구의 표준화, 근거자료의 확보 등의 근본대책이 거론된다.

■ 한의협의 정책·홍보 기지화 개편

이중 정책연구소의 설치는 인맥이나 정치력을 통한 로비보다 공공성을 띤 정책이 보다 보편화되는 최근의 추세에 비추어 한의협의 깊은 성찰이 요구된다.
정책연구소 설치를 넘어 한의협 전 조직을 거대한 정책 생산·홍보 기지로 개편하는 문제도 서서히 고민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견해도 있다. 단기대책 중에는 이사의 역량 제고 방안이 거론된다.
특히 이사가 주어진 여건에서나마 정책을 연구 개발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 보장, 이사간의 업무협조체계 강화, 정보의 공유, 이사 업무간 조정기능 확립 등이 거론된다.

아울러 장기적인 발전과제와 더불어 문제화될 수 있는 항목을 종합 정리해 하나하나 평가분석한 뒤 단계별 대응 시나리오를 작성해 유사시 대응카드로 활용하는 위기관리방안을 강구해 봄직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계속>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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