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학캠페인] 한약 문화를 바꾸자(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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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학캠페인] 한약 문화를 바꾸자(17)
  • 승인 2005.06.1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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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한약’ 한의사가 이끌자
국민이 사용할 수 있는 길 앞장서야


◆ “의료·요리 모두 한 자리에” 日 ‘藥王園’

일본 군마(群馬)현에는 ‘藥王園’이라는 유명한 약초공원이 있다.
1995년 문을 연 약왕원은 8만평이 조금 안 되는 규모로 1천여 종의 약초들이 전시돼 있고, 약 140종류의 약초들이 직접 재배되고 있다.
약왕원에는 음식과 약은 뿌리가 같다는 이념을 가지고 약선요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이 성업 중에 있다. 한의학을 전공한 의료인이 고객을 진단하고 한약을 처방을 해준다. 또 약초를 이용한 차, 목욕제제, 건강식품류 등 다양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한의학의 기본 사상인 오행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오색의 각종 꽃과 중국의학사에 등장하는 5인의 석상이 있는 광장이 있다.
연간 약 17만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또 무농약으로 약재를 재배를 하고 있어 시중보다 가격이 훨씬 비싼데도 고객들은 불만을 나타내지 않고 오히려 만족해하고 있다.
이 모두가 즐기면서 배운다는 약왕원의 모토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 ‘한방타운’은 우리 농촌의 대안

우리나라도 경남 산청군이나 경북 영천시, 충북 제천시 등 지자체에서 이와 같은 한방타운 건설을 추진 중에 있다.
농산물 시장이 완전히 개방됐을 때 한방타운은 우리 농촌이 선택할 수 있는 몇 되지 않은 방안 중 하나일 것이다. 개인의 건강을 중요시하는 웰빙 문화와도 잘 어울리는 소재다.

그리고 우리와 문화적 전통이 유사한 부분이 있는 일본에서 약재를 이용한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냈다는 데서 우리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한의사제도가 정착돼 있고, 한의학의 전통을 훼손시키지 않고 발전시켜 왔다는 점에서 한방타운은 우리나라가 발전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한방타운은 한약재 자원을 보존한다는 측면과 한의학을 국민과 가깝게 만들 수 있다는 면에서 한의계로서는 더 없이 좋은 일이다. 농민 역시 밀려들어올 외국산 저가 농산물에 맞서 힘들게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새롭게 만들어 준 희망이다.

그러기 때문에 친환경농산물 생산과 한방타운은 계속 확대될 것이다. 우리나라 농촌이 살아남을 유일한 길이며, 국민소득의 향상과 고령화,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 등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에 따른 필연적 방향이다.

◆ 기능성이 부여된 ‘한약문화’

한약재는 아주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약재를 활용한 음식물에서 차와 같은 기호식품, 약재 전병에서 아이스크림과 같은 간식류 등 우선 먹거리를 생각할 수 있다. 또 입욕제나 비누 등 생필품, 베개나 이불 그리고 방향제에 이르기 까지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모든 것에 접목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방타운은 단순히 관광이나 건강·의료와 관련된 영역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문화는 서양의 허브가 만들어낸 문화와는 다른 성향을 가진다. 중국과 마찬가지고 우리나라는 한의학이라는 전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약재가 들어간 모든 제품에는 어떠한 것이든 기능성을 부여한다.

과장됐거나 왜곡돼 있어도 소비자는 그러한 기능성에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는 한의학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점이 이제까지 한약을 비과학적이라거나 근거가 없는 보조적 수단으로 여기게 해 왔던 것인지도 모른다.

한의사가 새롭게 꾸며지는 문화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야 되는 지를 잘 나타내 주는 부분이다.
굳이 설명서에 효능을 적어 놓지 않아도 우리는 한약이 몸에 좋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상인의 건전한 상술만 더해지면 소비자들은 솔깃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현실은 의료인 입장에서 보면 우려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양약국에 가면 아무나 사먹을 수 있고, 심지어 찻집에서 파는 쌍화탕도 혈압이 높은 환자나 간에 열이 있는 사람에게는 처방하지 않는 약이다. 또 화제국방에 있는 처방인 ‘십전대보탕’을 ‘십전대보초’라고 하여 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우려를 한다고 해결될 일도, 막아지기도 어려운 것이다.

약이 약으로 관리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진리이며, 국민 건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조항이다. 그러나 농산물과의 영역구분을 인위적으로밖에 할 수 없는 한약은 근본적으로 이를 차단할 방법이 없다. 다만 그것이 어떻게 취급되느냐만 문제 삼을 뿐이다.

◆ 한의원 운영 수단으로의 한약은 지났다

앞으로 전개될 한방타운 등 한약과 관련된 문화는 국민이 한약과 접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를 다양하게 만들어 놓을 것이다. 다만 이것이 현재 한방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 투약하는 한약을 말하거나, 최소한 수요를 늘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
한약재는 약이 아닌 형태로 대중과 더 가까워 질 것이다.

한약을 식품원료 등으로 사용될 때 현행법상 질병치료 효과나 기능은 표방하지는 못하지만 인체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은 한의계는 잘 알고 있다. 가벼운 감기에서 오래되고 만성화된 불면증에 이르기까지 한두 가지 한약재가 들어간 음식요법을 통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한약의 최고 전문가인 한의사는 이 문화,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한약을 활용하는 길을 이끌어야 한다.
한약을 한의원 운영 수단으로만 생각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코앞에 와 있는 한방타운 등 한약문화는 기능성을 가지고 비 의료적 측면에서 국민에게 전달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의사가 일반 국민들에게 일상생활에서 한약을 손쉽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리고 이끌어야 한다. 그리고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 길만이 한약이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고 건전한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길이다. 또 한방의료기관의 한약이 치료약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계속>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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