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채한 박사의 American Report II-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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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향] 채한 박사의 American Report II-⑥
  • 승인 2005.06.1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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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의 씨앗, 기초한의학에 관심 갖자
치료기술은 기초연구에서 출발한다
유전자치료기술로 에이즈 정복 기대
바이러스 외피 생성억제기술도 각광


■ From Bench to Ward (실험실에서 병동까지) ■

질병 정복은 모든 인류의 소망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질병 정복은 너무도 어렵고 복잡한 일이기 때문에 한 두 사람만의 힘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기초학 연구자들의 공헌도는 지대합니다.

양방 의사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전가의 보도인 아스피린은 필자와 같은 실험실 연구자들의 실험대(Bench) 위에 놓였던 하찮은 배양 접시(Petri dish)에서 발견된 것이며, 현대 의료 기기의 첨단이라 하는 MRI/CT/PET 또한 수많은 소위 ‘공돌이’들의 땀에 의해서 개발되었고, 첨단 유전자 치료법의 발전에 앞서 유전자의 기능과 구조의 토대를 마련한 이가 물리학자인 크릭과 생물학자인 왓슨이었다는 역사가 이를 웅변하고 있습니다.

비록 임상 이전의 연구에 전혀 기여한 바 없는 임상 의학자들이, 새로운 기법들을 생명에 직접 적용함으로써 모든 찬사를 받게 되지만, 기초학 연구자들은 언제나 10, 20년 앞서 의학 발전의 토대를 이루어 왔습니다.

오늘은 AIDS에 대한 최근 생물학 연구 동향을 통해 10년 후 병동에서 사용될 치료법들을 가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임상에 적용된다면 ‘기적의 의학 기술’로서 임상가의 주머니를 두둑히 채워주겠지만, 아직은 가난한 생물학자들의 실험대 위에서 빛을 볼 날을 기다리면서 성숙해 가는 두 가지 기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에이즈(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AIDS)라고 불리우는 후천성 면역결핍증후군은 1981년 Hymes에 의해 최초로 보고된(Hymes, K.B., Greene, J. B., Marcus, A., et al. Kaposi’s sarcoma in homosexual men: A report of eight cases, Lancet 2:598-600, 1981) 이후, 현재 전 세계 감염자는 4천여만 명, 한국 누적 감염 인구수는 3천여 명에 이르는 폭발적인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에이즈는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에 의해 발생하는데, 1형(HIV-1)과 2형(HIV-2)으로 나눌 수 있으며, 감염 후 증상발현까지의 긴 잠복기가 특징입니다.

또한 림프구(T-4 Lymphocyte)를 통해 증식하기 때문에 감염 증상이 발현한 뒤에는 T-4 림프의 수는 줄고 바이러스는 증가하여 면역기능이 저하됨으로써 제반 증상들이 발현됩니다.
이러한 HIV는 여타 바이러스처럼 크게 두 부분; 유전정보의 RNA(1)와 단백질로 이루어진 외피(2)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부분을 목표로 하는 신기술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에이즈 바이러스의 RNA 파괴

RNAi(RNA interference: RNA 간섭)란 RNA 자체를 조절하는 기술로서,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중합효소 연쇄반응)처럼 생물학 연구의 틀을 바꿀 것이라고 이야기되는 혁신적인 기법입니다.
이러한 기법의 발견은 지금까지 단순한 매개자로 간주되었던 RNA의 위상을 생물학 중심 도그마 (Central dogma)의 중간 조절자로 높여 놓았습니다.

지금까지의 양방 치료제들이 단백질의 활동을 조절함에 있었다면, 이제는 그 이전의 RNA를 조절하는 단계로 들어서고 있는 것입니다. 십여 년도 채 안되는 역사에 비해서 그 중요성과 가능성은 가히 핵 폭풍과도 같습니다.

RNAi는 RNA들이 Dicer라는 효소에 의해 20~25개의 염기로 구성된 작은 RNA 조각(small interfering RNA; siRNA)으로 잘라지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이러한 RNA조각들은 특정 효소(RNA-induced silencing complex; RISC)와 결합하게 되면서, siRNA와 동일한 염기 서열을 지닌 RNA들을 분해하게 됩니다. 곧 RNA가 RNA 자체의 발현을 조절하는 새로운 생물학인 것입니다.

의학적으로 본다면 이러한 기술은 ‘유전자 치료’의 범주로 분류되는데, 기존 연구 성과(A. Banerjea et al., Inhibition of HIV-1 by lentiviral vector transduced siRNAs in T lymphocytes differentiated in SCID-hu mice and CD34+ progenitor cell derived macrophages. Mol Ther, 8:62-71, 2003)를 바탕으로 HIV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이 기획단계에 있습니다.

그 대강을 살펴보면, 에이즈 환자의 조혈 모세포를 채취하고, 여기에 HIV의 유전정보(RNA)를 파괴할 수 있는 siRNA를 만들어내는 유전자를 삽입한 후, 이를 환자에게 재이식하는 것입니다.
이식된 조혈 모세포의 분화를 통해 공급되는 새로운 임파구는 HIV가 침범할 수 없도록 갑옷을 입은 것과 같은데, 이를 통해 HIV의 증식 자체를 불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곧 T-임파구에 에이즈를 막을 수 있는 백신을 주사하는 것과 같습니다.

(2) 바이러스 외피의 생성 억제

바이러스 전염에 대한 면역학적 연구로 분류되는 이러한 연구는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에 있습니다(A.M. Sheehy et al., Isolation of a human gene that inhibits HIV-1 infection and is suppressed by the viral Vif protein, Nature, 418:646-50, 2002).

연구의 시작은 ‘HIV가 침입하는 세포가 정해져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소박한 질문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virus의 전염기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넓힘과 동시에 체내에서 바이러스 자체를 파괴할 수 있는 신약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HIV의 체내 전염은 전염된 T-임파구 내에서 증식된 HIV가 다른 숙주를 향해 내보내지는 과정으로, 기존 숙주 내에서는 새로운 바이러스들을 만들기 위한 바이러스 외피 또한 다량으로 만들어집니다.

문제는 이러한 외피가 체내 면역체계에서 탐지되기 좋은 대상이라는 점이며, 생리학적으로 세포내 면역 체계의 하나인 APOBEC3G에 의해 탐지되어 비활성화 혹은 분해된다는 것, 그리고 HIV는 이러한 면역 체계를 무력화시키는 Vif를 지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결론적으로 본다면, 바이러스가 지니고 있는 Vif의 활동을 저해시키고 체내의 APOBEC3G의 활동을 활성화시키는 기전들이 모두 밝혀진다면, 감기나 Herpes 등과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들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의 지팡이, 기적의 신약이 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이제까지는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대응이 불가능했지만,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새로운 기술들은 ‘바이러스를 죽이는 신약’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첨단 의학 기술들은 이처럼 수많은 생물학자들의 실험실에서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의학의 경지를 개척하는 기적의 신약들이 RNA 발현과 면역 체계와 같은 생리 기전에 대한 ‘돈 안 되는 연구’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필자의 현재 연구 또한 미래 의학의 발전을 위한 조그마한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미래 한의학 임상을 위해서는 누가 음지에서 연구를 하고 있을까요.
그것도 새로운 한의학의 지평을 열어줄 기초 한의학에서 말입니다.
끊임없는 혁신과 발전 없이는 도태되는 21세기 현실에서, 한의학의 새로운 경지를 열어줄 미래의 꿈나무를 기대해 봅니다.

▶ 필자약력
칼럼니스트, 한의학 박사
현 : CIM, Cleveland Clinic Foundation
전 : Harvard Medical School, 한국 한의학연구원
연락처 : www.chaelab.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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