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사퇴의지 모호한 사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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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사퇴의지 모호한 사퇴서
  • 승인 2005.06.0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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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은 하루에 이사회를 3차례 개최하는 우여곡절 끝에 안재규 회장의 사퇴서를 임시총회를 열어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나 새로운 불씨를 남겨 아쉬움을 주었다.
이날 논의과정에서 돌출한 문제는 회장의 사퇴의지가 불분명했다는 점과 사표처리절차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 두 가지 문제는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

회장의 사퇴의지가 분명히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권한대행의 회의 주재 자격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사소한 절차상의 잘못 하나가 사단법인체를 소송에 휘말리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어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러나 이렇게 복잡한 문제도 안 회장이 태도를 분명히 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권한대행의 이사회 주재권을 문제삼은 이사와 감사 모두 안 회장의 사퇴불명확성을 이유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물론 사표를 제출한 안 회장이야 이사회 현장에 참석하지 않았으므로 그가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 베일밖의 사람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날 발언에 참가한 이사와 감사 등의 발언을 들어보면 안 회장의 태도가 명쾌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혹시 재추대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었는지 하는 궁금증을 지울 수 없다. 그렇지 않았다면 감사와 이사가 사퇴의 불명확성을 해소해달라고 요구했을 리 없다.

사실 안 회장은 업무의 인수인계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를 지지하는 이사들이 사퇴의 진실성을 부인했다. 안 회장은 사퇴할 뜻이 없었는데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마지못해, 밀려서 사퇴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대의원총회 석상에서 200여 대의원에게 약속하고, 여러 번 재확인까지 했으며, 그 결과 사표처리의 기준선인 참석대의원의 1/2이 넘는 대의원으로부터 거부당한 마당에 그의 사퇴발언은 큰 의미가 없었던 셈이다.

경위야 어찌됐던 안재규 회장의 사표 반려 여부는 다음 임총에서 결정된다. 사표가 반려될 수도, 처리될 수도 있다. 그러나 슬픈 것은 어떤 경우에도 치명적인 상처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반려되면 반쪽집행부가 될 것이고, 수리되더라도 과도집행부가 힘을 받을 리 없기 때문이다.
이럴 바엔 차라리 다소의 압력을 받더라도 지난 총회에서 사퇴를 거부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그 말을 한 자신이나 그 말을 믿은 회원과 대의원이 우스워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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