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학캠페인] 한약 문화를 바꾸자(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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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학캠페인] 한약 문화를 바꾸자(16)
  • 승인 2005.05.2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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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첩약’에만 국한하지 말자
“한의원에서 커피를 치워라”

서울 강남의 모 한의원은 최근 뜸 기구 여러 대를 구입했다. 네모난 의자 모양의 기구 속에 촛불 하나가 켜져 있다. 촛불 위에는 조그만 그릇이 놓여 있고, 그 안에는 가루로 된 쑥이 들어 있다. 쑥은 은은한 촛불에 의해 볶아진다. 그리고 그 기운은 앉아 있는 사람의 회음부 근처에 뚫려 있는 구멍으로 나와 온몸에 전해진다.

◆ 고객과 한약 친해지기

차가운 기운이 모여 있는 회음부에 쑥의 열기가 전해지면 인체에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한의원에서는 이 기구를 환자 대기실에 비치해 놓았다. 어느 누구라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환자들의 반응도 매우 좋았다.
회음부가 따뜻해지면 몸은 편해지기 마련이다. 쑥을 직접 태우지 않고 볶는 형식이어서 은은한 향이 전체 한의원에 퍼져 맑고, 상큼한 느낌을 준다.
원장이 이 기구를 구입한 것은 치료 목적보다 한의원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한약의 기운을 느끼도록 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의원에 있던 커피도 치워버렸다. 대신 귤피, 오미자, 구기자 등 한약으로 된 차를 가져다 놓았다. 커피를 치우고 나서야 한의원에 커피를 준비해 두었다는 사실이 새삼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100년 만의 더위라는 이번 여름에 한의원을 방문하는 고객의 더위를 식혀주고, 조금이나마 피로를 덜어 주기 위해 맛이 그윽하고 향이 좋은 한약 처방을 구상 중이다. 한약과 고객이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 高·低價 불문 모두가 ‘한방’

한약은 이미 대중들과 밀접해져 있다. 주말마다 각 TV방송에서 방영하는 요리 프로그램에서는 한약재가 음식의 맛을 내기 위한 필수품으로 등장한다.
메이저급 화장품 회사에서 출시되는 상품의 대표 자리도 한방을 표방한 것이 차지했다. 일반인은 가격에 부담을 느껴 구입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지만 선호도는 높다.
건강식품류는 말할 것도 없고 침구류와 의복, 가구에도 ‘한방’이라 단어가 붙어 있다. 심지어 동네에 딸기를 트럭으로 싣고 와 판매하면서도 제목은 ‘한방 딸기’다. 길거리에서 닭을 구워 판매하는 데도 ‘한방 통닭’이라고 적혀있다.
한약이 얼마나 우리와 가까이 와 있는지를 잘 나타내는 징표다. 환경에 대한 인식과 자연친화적 생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해질 것이다.
대중 속에 한방은 이렇게 깊숙이 스며들었다. 그렇다면 한의계도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나가고 있냐고 물었을 때 얼마나 긍정적인 대답을 얻을 수 있을까?

◆ ‘전문가는 한의사’ 국민정서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고 “한약에 대한 전문가가 누구냐”고 물으면 10명 중 9명 이상은 전부 “한의사”라고 대답할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 정서 때문이다.
그래서 TV 건강프로에 한의사가 등장해 한약에 대해 설명하면 청취자들은 귀를 기울인다.
한의사는 이제 전문가의 지위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이러한 정서를 보듬어 안고 이끌어 나갈 때가 됐다.

한의원을 단순히 한방의료를 시술하는 곳으로만 한정지을 필요는 없다. 양방도 의료기관 내 건강기능식품 코너를 차려 놓고 영업을 하고 있다. 건기식은 인체의 기능과 질병 회복에 영향을 주므로 의료인이 취급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의사는 건기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한약이 다양한 형태로 일반인들에게 올바로 전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한방은 대중들 사이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실체를 살펴보면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한약을 응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제품화 돼 있는 한방’을 체험하는 수준이다. 요리로 치면 고작해야 집에서 해먹는 음식에 한약재를 한두 가지를 넣거나 삼계탕 정도이며 그나마 요즘은 밖에서 사먹을 때가 더 많다.

◆ 한약과 관련된 모든 것이 있는 곳

티백으로 포장된 녹차는 그리 약성이 강하지 않지만 어린 싹을 뜯어 만든 작설차는 진통과 신경안정작용이 강하다. 그 밖에도 귤피, 솔잎, 홍화, 수국, 백련, 오가피 등 다양한 종류의 차가 있다.
또 중국의 보이, 오룡, 우롱, 용정차 등 다양한 종류의 한방차가 있다. 다만 이러한 차 문화에 익숙해져 있지 않을 뿐이다.
커피의 강한 맛에 밀려 있지만 이들 한방차는 커피가 갖고 있지 못한 우수한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한약의 전문가인 한의사의 진단이 뒤따라준다면 이제까지 맛으로만 음미했던 차의 의미는 달라진다.

중국인들은 늘 전통차를 마시고 시장에서 황기 당귀 등 다양한 종류의 한약재를 구입해가 집에서 음식을 할 때 사용한다. 음식의 맛뿐이 아니라 어떠한 것이 얼마나 몸에 이로운지 알고 있다. 한약은 그들의 문화가 돼있다.
한의원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자신의 몸이나 시기에 맞는 전통차를 제시해 주고, 가족의 건강을 위해 한약을 이용해 만들 수 있는 음식과 요리법도 알려준다. 그리고 직접 만져 보고 구할 수 있도록 한다. 이것이 한약과 일반인이 친해질 수 있도록 일상에서 한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한약을 이용해 한의사가 개발한 제품도 여러 가지가 있다.
강남의 모 한의사는 한방화장품회사를 차려 제품을 생산·판매했지만 품질문제가 아니라 마케팅에 뒤져 회사 문을 닫아야 했다. 최근에 다시 회사를 차려 영업을 하고 있지만 한의사들이 만든 화장품 대부분은 메이저급 화장품회사에서 만든 것에 품질 면에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이들 제품 역시 한의원에서 고객들에게 판매될 수 있다. 한약이고, 환자의 피부 관리를 위해 사용되기 때문이다. 한의계의 한약문화를 확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한의원은 한약문화의 중심현장이 돼 다양한 형태의 한약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한의계를 중심으로 한 한약문화는 단순히 ‘의료’나 ‘첩약’에만 국한할 때는 지났다. <계속>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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