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약이 사는 길(上) - 신광호
상태바
한국 한약이 사는 길(上) - 신광호
  • 승인 2005.05.13 14: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다음은 최근 중국의 중약재관리현황을 둘러보고 온 신광호 대한한의사협회 약무이사(한의외치제형학회장)가 보내온 방문기를 대폭 요약, 2회로 나누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 중국이 한국보다 한약관리에 관한 한 한수 위인 이유 ■

1. 문화적인 우위

중국을 여행하면서 중국이 한국보다 한약에 관한한 우위에 있다고 감히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가 문화적인 선택폭이 훨씬 다양하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중국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서 쟈스민 차와 홍차 세트를 사듯이 그들은 그들의 중약을 일상에서 매우 폭넓게 이용하고 있었다.
한약재중 비교적 강장효과가 높은 홍기, 황기, 당귀, 당삼 등 약재를 음식을 조리할 때 함께 넣을 수 있도록 얇고 보기 좋게 썰어 상품화시켰다. 중국인은 한국인보다 훨씬 중약의 문화에 젖어 있었다.

2. 시장을 보는 다양성의 관점

보다 전문적인 영역으로 들어가면 더욱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중국인은 중약재에 대한 매우 높은 신뢰를 가지고 있었으며 절대로 서두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약의 관리청 SFDA나 중약을 제품화하는 GMP, GPP회사 및 연구원들은 중약의 품질에 대해 전혀 서두르지 않았으며 그럼에도 매우 당당하고 자신감에 차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바이어의 요구에 대해 만족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3. SFDA의 행정적 선택 우위

더욱 놀라운 점은 SFDA가 통치하려고 하지 않고 조절하고 포용하고 시장에서 판매가 잘될 수 있도록 돕는데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KFDA의 역할과 비교하면 매우 다르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KFDA는 선행하며 통제하고 발전적인 모델을 고집한다. 한약재와 제제의 분야는 이제 발전을 시작하는 단계인데 여기서 이상적인 발전 모델을 내세워 이끌어가는 것도 좋지만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인데 이점을 간과하는 것 같다.
SFDA는 중약과 중성약을 육성하고 그 이익이 모든 인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존재라는 현명한 선택을 하고 있으며 그래서 중국은 한약(중약)분야에서 한국보다 한수 위의 관리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 한국 한약의 살 길 ■

중약의 흐름은 매우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그들은 미국 및 유럽시장으로 수출할 수 있는 고품질의 중약을 생산할 수 있는 제도적 기술적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으며 이것을 일정하게 컨트롤 할 수 있는 인프라까지 준비되어 있다. 문제는 중국 국내에 이러한 고품질의 중약재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할 것인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
이 문제가 한국 한약과 어떠한 관련이 있을까? 중국이 자국내의 고품질 중약재를 원료로 활용하는 순간 한국은 영원히 중약과 중성약을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국의 한약재나 한약제제가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다는 뜻이며 영원히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암담한 현실에 직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가 보기에 한국의 학자나 관리가 생각하는 중국의 GAP, GMP, GLP의 수준에 대해서 폄하하는 의견을 개진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이것이 얼마나 경솔하고 어리석었는가는 수년 내에 판명날 것 같다. 현재의 상황을 보건데 중국의 평균적인 GAP, GMP, GLP의 수준에서 한국보다 나을 것은 없다.

그러나 고품질의 중약을 생산해내는 중국의 시스템은 한국에서 가장 좋은 시스템을 추정하여 비교해도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 한국의 학자나 관리는 간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경솔함이 수년 내에 중국에게 평균적인 GAP, GMP, GLP 수준에도 못 미칠 정도로 낙후된 한국의 한약시장을 만들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한약을 살리기 위해서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어떻게 수립해야 할 것인가?

1. 틈새 전략

중국은 광활한 면적에서 생산되는 단일 품목 내지는 3~5개의 품목을 내세우며 개별 품목에 대한 관리가 가능한 인력과 시설을 가지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 모아지는 중약재가 유통상이나 GMP 회사에 들어가 중성약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의 스케일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한국은 이러한 중국의 스케일을 따를 수 없다. 한국은 규모의 전략을 구사할 수 없다. 그보다는 특수한 상황의 틈새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한국의 상황은 자원화가 가능한 생물종이 불과 30종 안팎이다. 물론 이것을 늘릴 수 있기는 하지만 생산자인 농민이 따라오는데 어려움이 있으며 시장에서도 전혀 흡수할 가능성이 없다.

문제는 30종이 한국의 농민의 마지막 생명줄이라는 사실이며 이것마저도 실패하면 한국의 농업은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게 될 정도로 미래가 암담하다는데 있다.
현재의 WTO 체제에서 한국은 영원히 자국의 전략적 농업생산 분야에 대해서 외국에 의존하는 체계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다.
틈새시장을 접근하는 것은 그래서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이다. 중국과 차별화시켜 시장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국과 한국의 문화의 차이는 서구화 정도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중국의 감각에 비해서 한국의 감각은 보다 서구화 되었으며 이러한 감각을 한약재 시장에 접목시켜야 한다.
서구화는 간편성, 유효성, 안전성, 안정성에 대한 보장과 보다 발전된 마케팅 전략을 의미한다.

2. 시스템전략

중국의 시스템은 매우 경직되어 있다. GAP, GPP, GMP, GLP 등등 전담 분야의 조직과 인프라는 관계를 설정하기에 따라서 업무가 가능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서로간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야 굴러가는 구조이다. 이것은 규모가 큰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 보면 규모가 작은 구조를 가진 경우라면 One Step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으로 순발력을 요하는 운영 및 유통전략을 구사하면 중국과 차별화되는 틈새전략을 구사하기 쉬워진다.
즉 GAP농장에서 GPP와 GMP를 One Step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하며, GLP는 외주를 통하여 원활하게 연결할 수 있고 이것을 마케팅으로 통하여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구조는 중국 정도의 시스템을 가진 큰 구조에서는 실현하기 어려운데 한국처럼 지자체 단위의 작은 규모로 운영되는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이렇게 One Step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법과 제도상의 문제를 어떻게 정비하는가에 달려있다.
법과 제도가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렵게 되어있는 작금의 실정에서는 한국의 앞날은 매우 어둡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누군가에 의해서 풀어야 할 문제이며 가능하면 빠른 시일 안에 정치적, 정책적인 선택을 통해 실현되어야 할 문제이다. <계속>

신 광 호
한의외치제형학회장, 한의협 약무이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