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고령사회와 한방의료(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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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고령사회와 한방의료(下)
  • 승인 2005.05.1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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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증가, 수용 프로그램은 미진
의료서비스 상품의 다양화 필요

실버산업은 사람의 평균 수명과 노년 인구 비율의 증가 등 사회가 변화하면서 나타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문화의 산물이다.
그 규모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500여 곳인 요양병원을 2011년에 1천여 곳 이상으로 늘리고, 3만5천여 곳의 요양시설도 7만5천여 곳으로 확충한다는 정부의 계획을 보더라도 앞으로의 노인관련 수요를 짐작할 수 있다.

□ 한방 노년의료 수요 감소

노인 인구의 증가에 따라 양의계에서는 ‘노인전문’을 표방하는 병원이 계속 늘고 있다.
한방도 ‘노인전문’을 표방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다수 한방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 상당수가 뇌졸중 등 노인질환자들이다. 한방진료에 대한 만족도 비교적 양호한 편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방병원은 노인 환자 수가 줄고 있는 추세다. 중풍이나 치매 등 노인성 질환으로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환자수가 늘고 있고, 증가할 것이라는 정부의 전망과는 달리 한방 이용자가 줄고 있는 것이다.
입원치료가 필요한 부분에만 한정돼 있는 것이 아니다. 동네 한의원에서 자주 접할 수 있었던 근·골격계 질환 노인 환자 수도 줄고 있다.
이는 수요가 만들어졌으나 이를 수용할 프로그램이 뒤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 노인 의료 경쟁력 있는 부문

의료행위 중 극히 일부분만이 건강보험 급여를 받고 있고, 제도적으로도 불리한 한방은 의료의 질과는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양방과의 경쟁에서 열세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도 노인 의료는 경쟁력이 있는 부문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젊은 층은 급성 질환이 발생하면 질환에 대한 치료효과보다 편리성을 생각해 양방병·의원을 찾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리고 일상에서 흔히 발생하는 감기와 같은 질환 역시 일반적으로 양방을 찾는다

일상생활에서 오는 질병은 왜곡된 인식 때문일 수 있으나 한방은 양방에 비해 가격경쟁력에서 뒤져있다. 본인 부담이 많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 질환에 차도가 없을 경우 한의학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노인의 경우는 양방 처치로 병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의학은 양생 및 장수에 관한 노하우를 갖고 있어 노인의료와 관련해 양방보다는 훨씬 우수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점이 큰 강점이 아닐 수 없다.

환자 수와 한의원의 수익은 일치하지 않는다. 건강보험의 최소급여 수준에서 진료를 하고자하는 노인 환자는 한의원 경영에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당장 급하지 않을 경우 약을 복용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첩약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의원일수록 이러한 노인 환자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한의원 수익 구조가 잘못된 탓이기도 하다.

□ 노인의료를 특화하자

노인성 질환에 우수한 치료효과를 가진 한의학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구조를 바뀌어야 한다. 즉, 노인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다양화해 요구를 만족시켜 줘야 한다. 노인의료 수요는 단순히 건강보험 급여 수준에서 진료를 원하는 계층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건강 체크에서부터 양생지도까지 다양한 시스템이 존재해야 한다. 또 노인들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므로 장기적으로 보험 급여항목의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최근 한의학의 새로운 역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비만이나 소아 치료와 같이 노인의료도 특화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근·골격계 질환자나 만성병 환자를 기다리는 수준이 아니라 노인에 대한 건강관리 시스템을 만들고 홍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민 기자


■■☞ 인터뷰 - 이철완 한국노인병연구소장

“노인의료 이론을 정립하자”

1997년 한국노인병연구소를 설립해 노인질환 및 정책을 연구하고 있는 이철완 소장(49·서울 강남 초록한의원)에게 노인의료와 관련해 한의계가 나가야 될 바를 들어 본다.

▲고령화에 대비해 한의계가 시급히 서둘러야 할 일은?

=노인의료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만드는 일이다. 한방이 노인 질환이나 건강유지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막연하게 효과적이라는 말만 가지고는 한방의료를 확대해 나갈 방법이 없다. 한의학에서는 노화를 어떻게 보고 대응하고 있으며, 어떠한 결과가 놔왔는지를 밖에 내 놓을 수 있어야 한다.
노인의 건강과 질환치료에 우월성이 있고, 노령인구가 점차 증가하는 이상 한의계는 반드시 이를 특화해야 한다. 이론 없는 특화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대학과 학회와 한의협이 공조해야 한다.
현재 동의대에만 교육되고 있는 분리된 노인병과 관련된 과목을 전 한의대에 개설할 필요가 있다. 전문성을 인정받고, 학문을 발전시키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그리고 학회가 구성되고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노인 건강관리와 치료에 대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즉, 체지방이나 골밀도 측정에서 두뇌기능까지 한의학의 精氣神을 검사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마지막으로 한의협에 노인의료를 위한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 기구에서는 날로 중요성이 높아가는 노인 문제에 한의계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는 것을 정부에 구체적인 자료와 함께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자동차보험과 같이 실버관련 상품을 만들어 보험사와 계약을 맺는 등 실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제는 앉아서 환자를 기다리는 시대가 지났다. 지역의 노인의료 활성화를 위해 한의계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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