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34] 한국전통건축의 구성원리와 인테리어(下)
상태바
[인테리어34] 한국전통건축의 구성원리와 인테리어(下)
  • 승인 2005.05.13 1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 자연과 일치된 개방성

한옥의 구조를 보면 空과 間을 나누는 지붕과 기둥을 빼면 모든 실구성의 벽면은 가변적으로 개폐가 가능하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문과 창을 보더라도 문지방의 고저를 빼면 어느 것이 문이고 어느 것이 창인지 구별이 가질 않습니다. 더욱이 창호지로 마감한 문은 그 자체가 반투명의 소재로 투명성을 전제로 열린 개방의 공간을 의미 합니다.

창과 문은 대문이나 부엌 출입문과 같은 판문(널판지로 만든 문)을 제외하고는 폐쇄성을 없애기 위해 살문으로 문의 투영성을 높이고 더욱이 창호지로 마감하여 비록 닫았다하나 반투명 개방성을 높였습니다.

<사진 上>

더욱 개방성을 높이기 위해 만든 분합문은 개방성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분합문은 여닫으면서도 들어 열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장치로 보통 대청과 방 또는 대청과 밖을 구분하는 곳에 설치했습니다. 필요할 때 들어올려 상부에 설치된 걸이(등자)에 얹어 놓습니다. 이러한 들어열개 구조는 단순히 더울 때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칸으로 구성된 한옥에서 필요에 따라 방의 넓이를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을 더하며 완벽한 투명 개방공간을 이루었습니다.

■ 공간연속성(중첩)과 관입(貫入)

이러한 투명성은 중첩과 관입으로 표현됩니다. 공간이 투명하다 함은 이쪽 공간과 저쪽 공간 사이의 구별이 모호하다는 얘기로, 이쪽 방과 저쪽 방을 폐쇄적 단절로 보지 않고 개방적인 공간의 연속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간이 나누어져 있으나 끊어지지 않고 방과 방사이 문을 걷어내면 확대된 하나의 방이 되며 방에서 마루를 지나 다시 방으로 겹 공간 구조를 이루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내.외부 공간 사이의 구별이 없었습니다.

한옥에는 대청마루나 툇마루 같이 내부 공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외부공간도 아닌 애매한 성격의 공간이 있습니다. 이런 공간을 ‘전이 공간’이라고 부릅니다. 대청마루나 툇마루는 지붕만 있고 벽이 없기 때문에 외기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으며 이런 점에서 분명히 외부공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대청마루와 툇마루는 신발을 벗고 올라가야 하며 세간이 놓이기도 하는 등 사용양상으로 보아서는 내부공간의 성격을 갖습니다. 대청마루와 툇마루는 이처럼 외부공간인 동시에 외부공간이 아니기도 하며 내부공간인 동시에 내부공간이 아니기도 하는 등 말 그대로 내 외부 사이의 전형적인 전이적 성격을 그 특징으로 합니다.

<사진 中>

■ 차경(借景)

한국 전통건축에서는 내·외부 공간을 뛰어넘어 외부의 경치를 내부로 끌어들이는 특징을 보입니다. 이것은 앞의 중첩과 관입에서 보았던 공간관이 반영된 결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본래 차경이란 원림이나 궁의 경내에서 경(景)을 누정으로 끌어들이는 기법을 말하는 것으로 낙산사나 관촉사 미륵전은 차경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관촉사의 은진미륵은 차경기법에 의하여 그 자체가 대웅전이요 동시에 그 속의 불상 역할까지 한번에 다 해내고 있습니다.

※ 아래 사진은 임석재 저 ‘우리 옛 건축과 서양 건축의 만남’의 사진이며 차경의 내용은 그의 글입니다. <사진 下>

■ 휴먼스케일

내 손길이 머무는 인간적인 스케일의 공간에는 굳이 공간을 분리 배열, 장식할 필요성이 없습니다. 그 보다는 자신을 담아내기엔 지나치게 큰 서양식 공간들이 자신의 잣대에 비춰 비대하고 비인간적이기에 그 공간을 자신의 공간으로 꾸미려하는 과정에서 인위적 작위가 나옵니다. 한옥의 공간은 천정이든 벽체든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공간으로 그 곳을 무언가로 나누는 것은 공간을 답답하게 만들고 어지럽힐 뿐 입니다.

대청마루에 서서 부르면 들을 수 있는 청각거리 휴먼스케일의 마당 공간이 있고 담장에 의해 외부와 단절된 듯해도 대청마루에 서서 보면 담장을 뛰어넘어 외부와 연결되어 그 너머를 바라보며 자신을 사고할 수 있는 자연과 관통하는 공간입니다. 바깥에서는 안보이고 안에서는 트여있는 눈높이 낮은 담장은 지형에 따라 조성되기 때문에 늘 담을 사이에 둔 내외부 공간은 상호 관입되고 전체적으로는 자연과 통합됩니다.

■ 한옥의 실내의장(인테리어)

인공을 최소화하여 대자연과 건축물이 어울리는 한옥의 전일성은 내부 공간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납니다. 휴먼스케일의 아담한 공간에서 공간의 변형은 무의미하며, 자칫 작위의 불필요한 공간변형은 공간의 파괴로 나타나기에 기교를 부리지 않았습니다. 또한 한옥은 온돌의 특성 때문에 열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가구를 최소화하는 구조로 변하게 됐습니다. 따라서 한옥에서는 수납장 보다 벽장을 두었습니다.
실내의장(인테리어)에 대한 설명으로 최순우의 한국미 산책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글보다 나은 글이 없겠기에 그분의 글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한국의 방치레는 화미하다기보다는 질소 담박한 기품을 으뜸으로 삼아왔다. 검은 오동나무 가구에 무쇠장식을 곁들인 조선적 담소의 멋이 이러한 방치레의 지체에서 생겨났으며 가난한 초가지붕 밑에도 으레 순박하고도 편안한 순리의 아름다움이 깃들이는 숨은 정성이 스며 있었다. 서재를 가진 지식인들은 그들대로 한아한 문방의 분위기를 만들기에 마음을 썼고 사랑방을 가진 부형들은 사랑방의 품위를 자신의 품위처럼 소중히 할 줄 알고 있었다. 젊은 아내와 어머니들은 은은하고도 정갈한 내실의 방치레에 아침저녁으로 마음을 썼으며 여기에서 백동촉대나 등잔걸이 같이 연연한 정서, 그리고 조선적 데포르메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수병풍 수장롱 등의 멋진 조형이 성립되기도 했다” <계속>

김 도 환
(주)아반프러스 대표

□ 참고도서 □
우리 옛 건축과 서양 건축의 만남 (임석재 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유홍준 저)
한옥으로 다시 읽는 집이야기 (최성호 저)
공간디자인 16강 (권영걸 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