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기획력 아쉬운 한의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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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기획력 아쉬운 한의협
  • 승인 2005.04.2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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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판결 이후 촉발된 의료일원화 문제를 대하는 한·양방 의료계 간의 대응방식은 여러 모로 상당한 차이를 보여준다.
한쪽이 전략적이고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면 다른 한쪽은 다분히 수동적이고 개별적으로 대응한다는 느낌을 준다. 양측의 차이는 여기서 머물지 않는다. 자원을 동원하는 방식에서도 커다란 차이가 난다. 가령 양의계가 보건전문가를 동원해서 자신의 논리를 세련되게 다듬어나가는 데 비해 한의계는 오로지 한의계의 주어진 힘만으로 한·양방 간의 갈등국면을 헤쳐나간다.

얼마 전 열린 의협 산하 의료경영연구소 주최로 열린 ‘한국의료 일원화의 쟁점과 정책방향’이라는 제하의 의료정책포럼은 의협의 대처방식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 포럼의 의의는 우선 행사명에 나타나듯이 다양한 일원화 논의를 몇 가지 쟁점으로 정리하고, 정책방향까지 설정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양의계 내부의 일원화 논의 자체가 일방적이고, 중구난방이어서 논의를 집약시킬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논의 결과는 애초의 목표에서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취지 자체는 그러했다.

과정으로서의 의의도 적지 않다. 이번 논의를 하는 과정에 보건의료전문가들을 참여시켰다. 참석자들은 자신들의 의도에서 벗어난 이들 전문가들의 주장으로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적어도 외부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세만큼은 잃지 않았다.
의협은 포럼을 열기 전에도 중국 중의약계 관계자들을 두로 만나 제도, 정책, 학술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양의계는 포럼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추후 정책에 반영함으로써 기존의 생경한 일원화논리를 보다 세련되게 가다듬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의계가 이토록 치밀하게 향후 그림을 그려나가는 데 비해 한의계는 그 흔한 정책세미나 한번 열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 할 수 없는 말을 전문가의 입을 빌려 국민과 관계당국에 전달하는 것이 정책세미나의 주요 목적 중의 하나라면 한의계는 마땅히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장을 마련해야 했다.

다행히 한의협은 올해의 정책사업으로 전문가 초빙 강연회를 격월로 개최하겠다고 했다. 최소한 보건정책전문가들이 말할 자리는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강연회는 그야말로 자체 교육과정일 뿐이지 국민과 정부를 상대로 하는 공개적인 토론회는 아니다. 지금은 한의학에 대한 지지분위기를 고양하고, 내부성원의 의사를 결집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번 의료일원화 포럼에서 나왔듯이 보건전문가와 국민들은 의료일원화를 원치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원적제도를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가 국민의 정서이기 때문이다. 한의계는 국민의 한의학 지지정서를 잘 활용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기획력을 시의적절하게 발휘해야 하지 않을까?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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