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학캠페인] 한약 문화를 바꾸자(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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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학캠페인] 한약 문화를 바꾸자(15)
  • 승인 2005.04.2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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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품질 한약재는 시대의 흐름


□ 함께 하는 길을 찾자 □

경기도에서 한약재 제조업을 하고 있는 대효제약 박희덕(38) 사장은 요즘 몹시 분주한 날을 보내고 있다. 포제시설과 검사시설을 갖추기 위한 공장 증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토지 측량은 끝났고, 다음 주면 설계도가 나온다. 그리고 늦어도 4개월 후면 이곳에서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사장은 여러 차례의 실험을 거쳐 개발해낸 포제 기기도 제작 중이다. 생산 자동화 라인도 보강할 생각이다. 한약재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와 함께 눈에 띠는 것은 실험 검사시설을 갖춰 놓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실험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검사를 해 본 적은 없었지만 창고 비슷한 곳에 비커 등 실험 도구 몇 가지가 있다. 제조업 허가를 받기 위해 사다 놓은 것이다.

■ 변화하는 한약재 시장

실험실을 정식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하는 데까지는 많은 고민이 따랐다. 다른 업체나 기관에 검사를 의뢰하면 영업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많은 돈을 들이는 것을 쉽게 결정하기는 어려웠다.
잔류 농약과 중금속을 검사하는 GC와 HPLC를 들여놓는데 만도 1억원이 넘게 든다. 박 사장은 여기에 상주해 근무할 수 있는 한약사도 고용할 생각이다.
박 사장이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동기는 아주 간단하다. 한약재를 취급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깨끗하고 좋은 약재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계기는 아니었다.

“한약재 시장에서 이제까지 일해 왔습니다. 한약재가 제가 아는 것, 할 수 있는 것의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큰 아이를 보면 어깨가 무거워 집니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회사를 유지하고, 조금이라도 나아지도록 노력해야죠.”
사실상 객관적으로 품질관리가 불가능한 이제까지의 방식으로는 영업을 계속해 나갈 수 없다고 판단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이미 경쟁사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했다는 것도 하나의 계기였다.

시설 면에서 국내 다른 한약재 제조업소와는 비교하기 힘든 새롬제약이 있다. 새롬제약은 공조시설만 보완되면 바로 KGMP시설 인증을 신청할 계획이다.
또 실험기기 면에서는 어지간한 대학 연구소를 능가하는 경남 마산의 금강제약, 뛰어나고 위생적인 제조 공정을 지닌 부산의 화림제약, 발효부분에서는 업계가 인정하는 여수 신흥제약 그리고 한의계에 한약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준 옴니허브의 동우당제약 등 한약재 시장이 근본부터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 유럽 수출 중국 한약재 국내 상륙

한약재 시장은 변화에 아주 느리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환자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한의사들은 한 번 선택한 한약재를 어지간해서는 바꾸려 하지 않는다. 언론의 보도나, 학회나 모임 등에서 한약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와도 자기 한의원의 것은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보의 교류가 급속도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한약재만 예외로 남아있을 수는 없다. 서로 비교가 되고, 선택되어 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은 급속히 확대될 것이다.

여기에 미국계 회사가 중국에서 유럽기준에 맞춰 한약재를 생산해 유럽과 일본 등지에만 수출되던 것을 국내 모업체가 수입해 올해부터 국내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한 것도 이 같은 변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 회사 제품은 약재의 기원 확인에서 무공해재배 그리고 각종검사를 마쳐야만 외부로 출시될 수 있다. 중금속을 예로 들면 이 회사는 3ppm을 기준으로 정해 놓고 있다.

국내 기준에만 만족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시대에서 새로운 기준이 제시된 것이다. 소비자의 욕구가 높아졌고, 건강에 관한 관심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한약재 시장도 이에 준해 바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경쟁에서 밀린 업체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박 사장과 같이 한약재 제조업을 계속 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는 시설에 대한 투자를 늦출 수가 없는 형편이 된 것이다.

■ 정부 정책이 시장변화 가속화

정부에서 내 놓은 ‘품질인증’이나 ‘유통실명제’는 현 한약재 유통을 혁신적으로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현재 불고 있는 변화에 가속을 붙일 것이다. 그리고 한약재에 대한 안전 확인이나 고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 증대, 사회에서 한의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강도도 더욱 세질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순리적 흐름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게 하는 일이다. 최근 양의계가 벌이고 있는 한약의 부작용 문제가 외부에서 밀려오는 저항이라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국의 보따리상이 가져오는 저가 약재나 산지에서 국산으로 둔갑한 약재만을 취급하려는 것은 내부의 저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이 우수한약재의 정착을 더디게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부의 한약재에 대한 대응이 미흡해 이러한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지금 원칙대로 하겠다며 칼을 빼어 든다고 시장이 금방 바뀔 것 같습니까? 범죄자만 양산할 뿐이죠. 그리고 수요가 있기 때문에 불법은 여전할 것입니다. 한약재는 자연에서 얻어지는 것이므로 자연스럽게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업계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양질의 한약재가 시장의 주류를 이루는 것이 무리 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산화황의 기준을 정하는 데도 한약관련 업계가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것에서 보여지듯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는 고품질 한약재를 원하는 시대로 들어섰다. 한약관련 업계가 이러한 흐름을 얼마나 빨리, 그리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계속>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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