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으로 건강 지킨다(2) - 한약, 이것이 궁금해요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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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으로 건강 지킨다(2) - 한약, 이것이 궁금해요②
  • 승인 2005.04.1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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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약 달이는 법 □

처방 목적·한약재 따라 달이는 방법도 달라
물 세 컵, 1~2시간 수침, 1시간 달이기가 일반적

◆ 어디에 달여야 하나?

한약을 달이는 약탕관은 곱돌이나 질그릇으로 돼 있는 것이 가장 좋다. 은은히 데워지고 서서히 식기 때문이다. 약탕관이 없다면 질그릇인 뚝배기가 있는지를 찾아보자. 유리나 범랑도 가능하다. 약을 쌓던 첩지로 그릇의 위를 막을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지만 그렇지 못해도 포기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쇠나 구리, 주석, 알루미늄으로 된 용기는 사용하지 않았다. 특히 쇠로 된 그릇으로 달일 때 방출되는 철이온(Fe3+)은 地楡(지유, 오이풀) 등 한약재에 함유된 탄닌과 결합해 침전을 생기게 하고, 유효성분을 파괴한다.
또 玄胡索(현호색)의 알카로이드 성분과 결합해 물에 녹지 않는 철염이 돼 약효를 감소시킨다. 알루미늄 성분도 한약재의 유기산 성분과 반응해 약효를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급한 급성 환자는 한약을 복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니 만큼 우선은 주변에 있는 아무 그릇에나 약을 달여 복용하고, 이후에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최선이다.
한약은 그릇에 의해 생길 수 있는 문제보다 훨씬 강하고 빠르며, 강력한 약성이 있기 때문이다.

◆ 물은 어떤 것을 써야 할까?

동의보감에는 물을 井華水(정화수, 새벽에 길은 우물물), 寒泉水(한천수, 찬 샘물), 菊花水(국화수, 국화 밑에서 나는 물) 등 33가지로 나누어 약의 쓰임새에 따라 달리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한약을 달이는 물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환경오염으로 春雨水(춘우수, 음력 정월에 처음으로 내린 빗물)나 秋露水(추로수, 가을철 이슬) 같은 물은 사용하기 어렵다.

그러면 어떤 물로 약을 달여야 할까?
대부분의 한의원은 약 달이는 물로 그냥 수돗물을 사용하기보다 정수기를 이용하거나 시중에서 판매되는 먹는 샘물을 이용한다.
수돗물 속의 염소류가 약을 달일 때 약성분과 반응해 약성을 떨어뜨릴 것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므로 집에서 약을 달일 때도 정수기 물이나 판매되는 물을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돗물도 받아 놓고 1~2시간이 지나면 염소 성분이 다 없어지기 때문에 이 물로 달여도 그리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약수는 철분 성분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약 달이는 물로는 적합하지 않다.

◆ 한약을 달이기 전에 해야할 일

최근 한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더 좋은 품질의 한약재를 생산하고, 공급하려는 경향이 확대돼 한약재가 눈에 띄게 깨끗해졌다.
하지만 아무리 철저히 작업을 했다고 해도 보관이나 유통 중에 잡질이 생기거나 오염되는 것을 완벽하게 차단하기는 어렵다. 모든 음식물을 먹거나 조리하기 전에 깨끗한 물로 씻듯 한약재도 가루로 돼 어쩔 수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잠깐 행구어 세척하는 것이 좋다.
그 후 약을 다리기 전까지 약 다릴 물에 1~2시간 가량 약을 담가 놓는 것이 좋다(이것을 수침이라고 한다). 한약재가 물을 충분히 흡수하게 되면 내부 조직의 공간이 넓어져 약효물질 추출이 쉬워진다.

그러나 약재에 따라서는 물에 불리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도 있다. 복령의 경우 덩어리째 물에 불려 달인 후 조직을 잘라보면 내부에는 물이 전혀 스며들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약재의 특성이나 치료 목적에 따라 물에 담가 놓는 시간이나 방법이 다르고 때로는 필요가 없을 때도 있음으로 한의사의 별도 지시가 있을 때는 그대로 따라야 한다.

◆ 얼마나 센 불에, 얼마나 다려야 하나?

모든 한약에 적용되는 통일된 방법은 없다. 전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한의사가 이러한 처방을 한 목적과 한약재에 따라 최대한의 효율성을 거두기 위해 어떻게 달일 것인가를 결정하므로 그때마다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몸을 補(보)하기 위해 구성된 처방과 감기 등의 치료를 위해 구성된 처방은 전탕법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통 補하는 처방은 인삼, 황기와 같은 단단한 뿌리 약이나 숙지황, 맥문동과 같이 끈적이는 약재를 포함해 비교적 약한 불로 오랜 시간 달인다. 그래야 약효성분이 충분히 나온다.

반면에 감기 등의 치료를 위한 처방에는 비교적 방향성이 있는 한약재를 많이 포함하고 있어 오래 달이지 않고 복용한다.
약을 달이는 시간은 한약재에 따라서도 다르다. 독성이 있는 附子(부자) 등은 먼저, 향기가 강하고 그 기능을 이용하려는 砂仁(사인), 肉桂(육계)와 같은 한약재는 나중에 넣고 달인다.
한약을 달이는 시간은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한약 한 첩을 물 약 세 컵 (600cc)에 1~2시간 담갔다가 달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강한 불로 시작해 약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약하게 해 1시간 정도 달인다.

약이 다 달여지면 가제나 삼베 천을 그릇에 놓고 약을 부어 걸러 낸다. 과거에는 힘을 주어 약을 짜냈지만 섬유질이나 찌꺼기가 약에 들어갈 수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약이 아까우면 물 양을 많이 하면 그만이다. 다만 약이 타거나 약이 졸아 없어질 정도로 물을 적게 하거나, 불을 강하게 해 약성분이 사라지는 것만 피하면 된다.
약이 타는 냄새가 나면 물을 더 부어 조금 끓이다가 먹는 경우가 있으나 일단 약이 타게되면 그 약은 복용하지 않는 게 좋다. 불에 타면 약효가 이미 상실됐거나 변화된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음식은 아무리 보관이 잘 돼도 맛이 변한다. 한약과 음식은 몸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와 시간에 차이가 있을 뿐 동일하다. 맛있는 음식, 뛰어난 효능을 그대로 지닌 한약을 복용하기 위해서는 한의원에서 달여주는 한약만을 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요즈음은 저녁에 한약 두 첩을 한번에 달여 다음날 복용할 것을 준비하기도 한다. 한 제를 한꺼번에 달이는 것보다는 이게 좀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

도움말 : 경희대 한의대 최호영 교수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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