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41] 新刊仁齋直指方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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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241] 新刊仁齋直指方論
  • 승인 2005.04.1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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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암선생 손끝 여민 처방서

달포 전에 『新刊仁齋直指方論醫脈眞經』을 소개한 일이 있거니와 내친 김에 이어서 楊士瀛이 지은 이른바 ‘仁齋直指方’에 대해 더 알아보기로 하자. ‘직지방’으로 줄여 부르기도 하는 이 책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01. 1. 29일자 / 58회)에 ‘不動의 의과고시 과목’ - 『仁齋直指方』이란 제목으로 실은 바 있다. 오늘 거듭 소개하는 이유는 그때 보여주지 못한 조선판본(활자인본)을 찾았기 때문이다.

우선 이 책은 저술시기에 있어 1264년에 지은 것으로 1262년에 지은 『인재직지방론의맥진경』이 두 해 먼저 나왔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분량의 많고 적음으로 인해 ‘의맥진경’이 ‘직지방’에서 맥론만을 발췌하여 엮었으리라는 단순한 생각은 옳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 책 외에도 宋 楊士瀛 원작의 『仁齋傷寒類書活人總括』(7권), 『仁齋直指小兒方論』(5권), 『仁齋直指附遺方論』(26권) 등이 있다. 이 책들은 훗날 그의 호를 집어넣어 ‘仁齋直指醫書四種’으로 합간하여 통행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또 훗날 『사고전서』에 전량 실릴 정도로 중국에서도 비중 있는 의방서로 손꼽히는 책이다.

『사고전서총목제요』에 보면 원래 저자는 서명을 ‘인제직지’라 하였는데, 나중에 명나라 嘉靖 연간에 朱崇正이 보완하여 『仁齋直指附遺方論』(26권)으로 편집할 때 매 조문마다 ‘附遺’라 이름 붙여 놓았다고 되어 있다. 『의방유취』 인용제서에는 ‘인제직지방’, ‘직지소아방’ 그리고 ‘상한유서’가 ‘直指脈訣’과 함께 나란히 올라 있어 일찍부터 양사영의 저작이 조선에 들어와 널리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의보감』에서는 ‘직지’로 통칭하여 이 책의 내용에 대한 출전을 밝혔는데, 책명의 ‘직지(直指)’는 저자의 自序에서 “명백하여 알기 쉬운 것을 直이라 하고, 자취를 드러내어 보여 주는 것을 指라고 한다(明白易曉之謂直, 發종以示之爲指)”라고 밝혀 놓았다. 이번에 새로 조사된 조선판 직지방은 全書名이 ‘신간인재직지방론’으로 되어 있고 권8과 권9가 1책으로 묶여져 있는 零本이다. 전서는 26권6책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대략 13분지 1만 건져낸 셈인가?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의 판식과 활자가 13권본 『의림촬요』의 판면과 너무 닮아 있다는 것이다. 우선 10행18자에 판심이 같은 방식이고 부드럽고 우아한 글자체가 유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활자는 戊申字로 세종대에 만든 갑인자를 여러 차례 고쳐 만든 것이다. 일반적으로 『의림촬요』는 『의학정전』의 체제를 많이 본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함께 놓고 보니 겉모양만으로는 오히려 이 조선판 직지방의 모습과 흡사하다. 더욱이 앞에 방론을 싣고 곧이어 처방을 열거해 놓는 단순한 배열은 너무 닮아 있다. 아마도 거의 같은 시기에 인출된 판본으로 여겨진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인재직지방』을 허준선생이 교정했다고 의약인명사전에 기록되어 있으나 다른 곳에는 나타나지 않으며 남아있는 서책의 원본은 일부뿐이어서 확인할 길이 없다.

근세 일본을 방문하여 중국의 珍本稀書를 대량으로 수집하여 연구한 楊守敬(1839~1915)의 『日本訪書誌補遺』에는 宋元本과 『의방유취』에 수록된 내용이 다소 다르다고 언급되어 있으며, 조선에서 이 책과 陳自明의 『婦人大全良方』을 같이 찍었기 때문에 활자와 판형이 동일하다고 밝혀놓았다. 대개 역사상 유명한 의학서 중 많은 책들이 조선간본을 바탕으로 보존되고 전승되었음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다. 원서의 ‘環溪書院刊行’이라 밝힌 것은 송판본의 간행처이며 조선 활자본과 체제가 같다고 한다.

세종13년 5월에는 『直指方』과 함께 『傷寒類書』, 『醫方集成』, 『補註銅人經』으로 典醫監 생도들의 習讀書를 삼으려 하나 중국 원서(唐本)가 1책 밖에 없으므로 앞의 세 가지는 주자소에서 각각 50부씩 인출하고 『보주동인경』은 그림이 있어 함께 간행하기 어려우므로 경상도에 보내어 목판으로 새겨 찍게 하였다고 되어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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